[테마 인터뷰] ‘미스터 콜라보’ 김현식, 소설가·콜렉터·문화인·기업인의 삶
[테마 인터뷰] ‘미스터 콜라보’ 김현식, 소설가·콜렉터·문화인·기업인의 삶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1.24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정이 가득한 김현식 대표는 다소 까칠한 느낌이다. 감수성 풍부하고 문화 콘텐츠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까칠하거나 순수하거나. 찬바람 맞으며 서울서 춘천까지 내려간 기자에게 대뜸 ‘아니 토요일에 인터뷰하자면 어떡합니까. 동업자끼리 이 정도 예의도…’ 하고 포문을 연다. 느닷없다. 휴일을 반납하고 동행한 일행도 ‘무슨 시추에이션’ 하는 눈치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서울보다 춥죠 라는 인사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상견례’가 만만찮다. 혀를 감싸는 아메리카노가 씁쓸했다. 

피규어 관련 취재하다보니 이곳 권진규미술관에 꼭 가보고 기사를 쓰라는 주변 권유가 있어 이렇게 내려왔고 당연히 인터뷰를 해야 하고 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등등 설명을 하는 기자가 구차해지면서 어느덧 완전히 수세에 몰렸다.

공세를 펴는 오늘의 주인공은 권진규미술관을 지은 소유자이며 월간 태백(太白)발행인이요 세계적 옥(玉)광산 대일광업 오너인 김현식씨다. 이보다는 피규어 50만점 소장자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피규어 50만점 수집…권진규미술관에 3만점 전시

신문 인터뷰가 세 번째라고 했다. B급 유물을 많이 모은다고 한다. 책도 오래된 통속잡지, 도자기도 백자 청자가  아닌 옹기 식이다. “문학잡지 같은 건 이사 갈 때 가져가고 선데이서울 같은 건 다 버리잖아요, 그래서 하나 둘 사들이고 모으게 된 겁니다. 대학 때부터 청계천 다니면서 하나 둘 모았고 그러다보니 고물상 등에서 전화가 와 많이 사들이게 된 겁니다.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요즘은 경매장 등을 통해 사들이고 있다.

자세한 설명은 잘 안하는 편이다. 듣는 사람이 잘 헤아려야 한다. 몇 개 키워드를 죽 늘어놓는다고나 할까. 아차하면 말은 저만치 가있게 된다. 첫 느낌은 그렇다. 까칠하거나 내가 모르는 순수함이거나.

권진규 미술관에 전시된 헐크버스터. 어른키의 두 배다.

피규어 수집으로 질문을 옮겼다. “30년 전부터 모으기 시작했는데, 사실은 몇 백년이 넘습니다” 김 대표 설명에 따르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애지중지 모은 피규어를 처분할 경우, 김 대표를 찾는다. 그러니 그 모은 세월을 합치면 몇 백년은 거뜬히 넘는다는 말이다. 현재 김 대표가 갖고 있는 피규어는 대략 50만점. 별도의 수장고가 있다. 전시물은 대략 3만점 정도. 전시물은 돌아가면서 교체한다. “미술관에 피규어 전문가를 두었어요. 피규어 원형 모델 만들던 사람입니다”  전문가는 피규어 제조년도 제조회사 등을 꿰고 있다고 말했다.

“콜렉터들이 왜 인터뷰를 잘 안하는 줄 아세요?” 김 대표가 되레 묻는다. “아주 화성인 취급을 하잖아요. TV가 그렇게 몰고가요. 카페 회원 7,000명 되는데 다들 그런 말 해요. 돈 얘기 나오는 것도 불쾌하고요…” 수집가들을 삐딱하게 보는 일반의 시선이 영 마땅찮다는 표정이다.

권진규미술관, 조각품 피규어 고서화 등에 앤디 워홀 백남준 작품도 전시 

문화이거나 사업이거나. 김 대표가 피규어를 수집하는 이유는 아마 절반은 투자 같다. “다른 예술품보다 투자가치가 높아요. 피규어가요. 피규어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통합니다” 즉 세계적으로 피규어는 경매가 활성화돼 있다고 한다.
 
미술관은 잘 됩니까 물었다. 2015년 12월 개관한 권진규미술관은 지방 미술관으로선 걸작이다. 춘천시 동면 낮게 엎드린 산기슭에 4층으로 지었다. 산 속에 파묻히지도 않고 산세를 거스르지도 않아 푸근한 인상이다. 녹음이 짙어지면 볼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진규 작품 뿐 아니라 피규어, 고서화 등 볼 것이 많다. 앤디 워홀 그림이 화장실 앞에 걸려 있는가 하면 1930년대 포드 승용차가 미술관 문전에 도열해 있고 백남준 비디오 작품은 1층 로비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권진규미술관

 

춘천의 자부심처럼 들어선 이 권진규미술관에 지난해 2만명이 찾았다. 올해는 5만명을 예상한다. 미술관 옆 동물원이 있어 어린 손님들을 반긴다. 미어캣이 앙증맞게 고개를 들어 이방인들을 경계하는 모습이 귀엽다. 또 미술관 입구에는 빵집이 있어 적당한 쉼터를 제공하며 시장기를 달래 주기도 한다.

“춘천에 곧 열기구 뜹니다
 로봇 쥬라기공원도 구체화”

김 대표가 다시 ‘포문’을 열었다. 얼마 안 있어 열기구를 띄울 거라고, 하면서 손으로 창 너머 공터를 가리킨다. 땅을 평평하게 다지고 있어 준비가 한창임을 알려준다. 이어 주변에 공룡이 어슬렁거리게 할 겁니다 한다, 먼저 열기구 설명을 들었다.

서울에 둘레길이 있다면 춘천은 물레길이다. 이 곳에서 열기구를 타고 춘천 물레길 따라 한바퀴 돌게 한다는 것. 큰 열기구는 바닥을 유리로 만들어 땅을 볼 수 있게 해 재미를 더하게 한다는 말도 들려준다. 공룡이 어슬렁거린다는 말은 또 뭔가. 로봇 쥬라기공원을 만든다는 말이다.
아! 대형 피규어구나. 관절이 있는 대형 철제 공룡 피규어를 미술관 옆 공터와 미술관 뒤 야산에 풀어 놓는다면 장관일 것이다. 일본 제조업체와 구체 계획이 오간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확실히 손님이 몰릴 것 같다. 문화는 그에게 사업이고, 사업은 문화의 다른 얼굴이었다.

춘천이거나 세계이거나.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 공장은 아무리 크게 지어도 자동화 추세를 감안하면 고용 인원은 제한적이다. 서비스산업과 콘텐츠산업이 일자리 창출에는 가장 적당하다는 게 김 대표 판단이다.

춘천 인구가 30만명 조금 안되는데 최소 3,000명 일자리는 만들겠다는 복안은 비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김 대표가 춘천시내에서 벌이고 있는 의미있는 사업 중 하나가 정류장 책방이다.

춘천시내 버스 정류장마타 소형 책장 비치 '정류장 책방'도 문화명물로

버스 정류장마다 소형 책장을 비치, 책 몇 권을 넣어두면 오가는 시민이 보고 가져가든가 본 후에 다른 정류장으로 반환하게 했다. 잃어버리는 게 많지 않나 하는 질문이 당연히 나왔다. 그렇지만 희망을 보았다, 김 대표는. 분실 책보다 기증받아 새로 채워 넣는 책이 훨씬 많다고 한다.

김 대표의 ‘정류장 책방’ 꿈은 춘천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전국으로 퍼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서울역에서 꺼내 보고 부산역에 돌려주고, 인천공항에서 빼서 미국 LA공항에서 반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꾸는 무대는 결코 춘천이 아니다. 하는  일이 다 서비스산업이고 콘텐츠산업이다.
  
김 대표는 등단한 소설가다. 외아들로 자라 어릴 때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학창 시절엔 줄곧 문예반 활동을 했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소설가가 되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는 평일에는 줄곧 일하다 비로소 토요일 아무런 약속도 안 잡고 책 읽고 글 쓰는, 모처럼 자기 일에 빠져든다. 그 토요일에 인터뷰를 ‘당했으니’ 심사가 좋지 않았을 터, 기자가 불평아닌 불평을 고스란히 들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모 계간지에 소설을 쓰기로 하고 요즘 손을 풀고 있다고 한다. 소설을 쓰면서 고서화 피규어 콜렉터이고 월간지를 발행하는 문화인이고 옥광산 등을 경영하는 기업인이다. 춘천 최고의 ‘미스터 콜라보’요 ‘르네상스 맨’이다. 강원도의 ‘힘’이다.

정리=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