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및 퀴어 이론가로 이름을 알린 후 정치철학과 윤리학을 넘나들며 소수자 차별과 폭력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온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 그가 이번에는 코로나로 혼란에 빠진 세계를 분석하기 위해 현상학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코로나는 개발도상국,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취약 집단을 먼저 공격하며 자본과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버틀러는 이처럼 세계의 불공정성과 폭력성이 팬데믹을 통해 가시화되었음을 꼬집는 한편, 국경과 면역체계를 넘나들며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포착한다. 이를 단서로 버틀러는 팬데믹의 비극을 ‘살 만한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계기로 전환한다.
■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
주디스 버틀러 지음 | 김응산 옮김 | 창비 펴냄 | 220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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