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나’를 버리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8.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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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건 업무에서건 획기적인 콘텐츠로 타인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샘은 쉽사리 솟구치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인기 있다는 콘텐츠를 챙겨 보고, 빅데이터가 가리키는 트렌드를 알아내려고 애쓰지만 별 소득이 없다.

책 『평소의 발견』(북하우스)에서는 ‘빅데이터는 크리에이티브의 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현재 20년차 카피라이터로, 시디즈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 ABC 마트 ‘세상의 모든 신발’ 등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광고 캠페인들에 참여했다. 항상 창조적이어야 하는 그는 수많은 정보가 우리 곁을 빠르게 스쳐 가는 지금을 ‘휘발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유행어와 자극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인터넷 기사 제목, 유튜브 썸네일 등은 모두 ‘휘발’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저자는 “폭발적으로 사랑받은 것들은 그만큼 빨리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가 광고 현장에서 느낀 시대가 선호하는 말투, 단어, 색감과 폰트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이었으며, 이 유효기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저자와 같이 광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안테나를 늘 곤두세우지 않으면 금방 흐름에 뒤처질 운명을 껴안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콘텐츠 홍수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의 운명이기도 하다.

빅데이터로 돌아가는 현대사회는 우리의 아이디어 샘을 더욱 마르게 한다. 우리가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추천에 만족하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이용자들이 선택한 것을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콘텐츠를 접할 확률은 올라가겠지만, 내 관심사 밖으로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기는 힘들어진다.

한편 직접 경험을 통해 쌓은 데이터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매니페스토’(Manifesto,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성을 30초에서 1분 정도 분량으로 표현하는 광고 형식)에 쓰이는 긴 카피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니페스토 카피를 쓰면 늘 반응이 좋았기에, 저자는 매니페스토 카피를 만능열쇠처럼 휘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망치를 들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문장을 접하고 경각심을 느꼈다고 한다.

과거의 성공만을 되새기느라 ‘유연함’이라는 무기를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던’ 방식, 이미 입증된 방식은 문제에 접근할 때 단단한 무기가 되어 줄 수 있지만 모든 전투에 한 가지 무기만 들고 뛰어드는 건 위험한 일이다. 저자는 “지나간 성공은 훈장과 같은 것”이어서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새로운 전투에서는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싸이월드나 코닥처럼 과거 큰 성공을 거뒀던 기업들이 쉽게 위기에 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영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무엇보다 데이터 밖으로 나가, 평소의 동선에서 벗어난 ‘우연성’ 속에 자신을 놓아 보라고 조언한다. 우연히 들어간 새로운 카페, 다른 사람에게 추천받은 음악, 귀에 쏙 들어오는 행인들의 대화 내용… 우리의 세계는 그런 생각지 못한 순간에 넓어지게 마련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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