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숫자 12가 의미하는 것은 [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숫자 12가 의미하는 것은 [황현탁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①]
  • 황현탁
  • 승인 2021.03.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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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떠나는 여행〕
<독서신문>은 여행과 관광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시대에, 고전이나 여행기에서 기술된 풍광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은 『세상을 걷고 추억을 쓰다』라는 여행기의 저자이며, 파키스탄, 미국, 일본, 영국에서 문화담당 외교관으로 근무한 황현탁씨가 맡습니다.

황현탁

베니스의 상인인 니콜로 폴로와 동생 마페오 폴로, 니콜로의 아들 마르코 폴로 세 사람이 1271~1295년간 베니스에서 중국 원나라의 수도(여름 수도-上都, 수도-大都-베이징)를 방문, 체류한 후 귀국하기까지 과정에서 보고들은 것들을 기록한 『견문록(見聞錄)』이다. 마르코 본인이 쓴 것이 아니라, 1298년 제노아 감옥에 있을 때, 피사 출신의 루스티켈로라는 사람에게 구술하여 기록하게 한 것이다.

원제목은 ‘Divisament dou Monde’(영어로는 ‘Description of the World’-세계의 서술)이다. 책 제목은 일본에서 ‘동방견문록’으로 번역한 것을 그대로 따른 것이며, 널리 통용되고 있어 그대로 쓰게 되었다 한다.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동방견문록』은 원본이 프랑코-이탈리아어로 필사된 것의 사본으로, 필사과정에서 가감된 것이 120종 이상 발견됐다. 따라서 많은 사본 중 하나를 번역한 것도 있고, 여러 사본의 내용을 검토, 보완한 것을 번역한 것도 있다.

『동방견문록』은 니콜로, 마페오 형제의 원나라 방문 및 마르코와 함께한 두 번째 방문 경위와 『동방견문록』의 작성 경위 등을 설명한 서편(1~19장), 현재의 아르메니아, 이라크와 이란 등 서아시아를 기술한 1편(20~43장), 아프가니스탄, 파미르, 케시미르, 사마르칸트 등 중앙아시아를 기술한 2편(44~74장), 몽골제국의 수도와 왕족, 행사나 통치를 기술한 3편(75~104장), 마르코 폴로가 시찰한 중국 북부와 서남부에 대한 기술인 4편(105~130장), 마르코 폴로가 3년간 통치했다는 얀주(江蘇省 揚州)가 포함된 중국의 동남부 기술인 5편(131~157장), 일본, 자바, 수마트라, 인도해안과 호르무즈, 아프리카 인도양까지 기술한 6편(158~197장), 투르키스탄, 시베리아, 러시아, 흑해 등 대초원 기술인 7편(198~232장) 등 8편으로 구성돼 있다.

세 사람이 원나라를 방문하기 전 니콜로와 마페오 형제는 1260년 무역을 하다가 현재의 우즈베크공화국에서 원나라 사신을 만나, 그들과 함께 원나라로 가 쿠빌라이 칸을 만난다. 교황과 기독교, 각 왕국 통치, 전쟁, 도중에 견문한 내용 등 세계정세를 소개해 그의 호감을 얻는다. 쿠빌라이 칸은 니콜로 형제를 대카안의 ‘교황사신’으로 선임해 귀국토록 한다. 그리고 다시 올 때는 예루살렘으로 가 그리스도의 ‘성유’을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사진=네이버백과]
[사진=네이버백과]

형제는 마르코를 데리고 1271년 교황의 서임장(privileges)과 서한을 받아 원나라로 향한다. 일행은 1274년 원나라에 도착하여 17년간 체류하는데, 기간 중 마르코는 쿠빌라이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아 스촨성(泗川省), 윈난성(雲南省)을 거쳐 미얀마에 이르는 지역을 방문한다. 6개월 이상 시찰한 후 ‘풍습과 관행과 신기한 것들’을 요령 있게 보고하여 ‘마르코 폴로님(Master)’이란 칭호를 받는다. 폴로 가문 세 사람은 여러 번 귀국을 허락해주도록 요청했으나 허락하지 않다가, ‘일 한국(Il-khanate, 칭기즈칸 일족이나 부하가 지배하던 4 왕국 중 중동지역통치)’ 의 아르곤 왕후 후임자를 선발해 보낼 때 육로로 출발한다. 그러나 도중에 쿠빌라이 조카뻘인 카이두와의 전쟁으로 길이 막혀 갈 수 없자 수도로 돌아온다. 해로를 이용하기로 하고, 교황, 프랑스 및 스페인 국왕, 기독교 다른 국왕에게 보내는 사절 임무를 띠고 귀로에 오른다. 육지와 바다, 인도 해안을 지나 ‘일 한국’에 도착하니 아르곤 왕이 사망해, 그의 아들에게 왕비 후보자를 인계한 후 호르무즈를 거쳐 귀환한다.

『동방견문록』에서 각 지역을 소개하는 데에는 정형적인 틀이 있다. 인근 지역을 소개할 때는 어디서부터 ‘며칠 거리’라는 지리적 위치를 언급하고 있는데, ‘해가 있는 동안 말 타고 갈 수 있는 약 30km’거리를 하루거리로 추산한다. 구술한 내용 중 주민의 종교와 생업, 언어, 특산물이나 동식물, 정치·군사적으로 누구에게 ‘복속’되어 있다는 등의 내용은 거의 모든 지역에 언급돼 있다.

26장 여기서는 타우리스(아제르바이잔 타브리즈)라는 훌륭한 도시에 대해 말한다.(요약)

커다란 도시로, 금실과 비단으로 짠 옷들을 만들고 교역과 수공업으로 생활. 인도와 바우닥(바그다드), 모술(티그리스강 유역도시)과 쿠르모스(호르무즈) 등에서 상품이 들어오고 상인들이 모여 듬. 많은 보석도 들어오며 여러 종족이 살고, 사라센(이슬람)도 있는데, 매우 사악하고 불충함. 수도원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수도사 같고 혁대를 만들어 나누어줌.

159장 여기서 지팡구 섬(일본)에 대해 이야기한다.(요약)

육지에서 동쪽 해상으로 1500마일 떨어진 큰 섬. 피부가 희고 잘 생김. 우상숭배자(불교도)이고 독립국. 금이 많으며, 궁궐은 순금. 진주도 많고 크며, 죽으면 매장 또는 화장. 대카안(쿠빌라이)이 상륙했지만(1274년 元高麗연합군, 일본에서는 文永の役로 표기) 재난(태풍)으로 정복하지는 못함. 3만 명이 섬을 빠져나옴.

『동방견문록』을 읽으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가 ‘12’라는 숫자다. 대카안을 호위하는 기병이 12,000명(86장), 대군주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 케시탄이 12,000명(90장), 대카안의 군사사무를 처리하는 12명의 신하, 34개 지방사무를 처리하는 12명의 신하(97장), 타타르 기병 12,000명(122장), 항주의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12,000개(152장), 12가지 직업, 항주시내에 12,000개의 점포(이상 153장), 죄를 지은 사람에게 자살용으로 칼 12개를 나눠준다(174장), 목화나무는 12년이 될 때까지는 실을 뽑기 좋은 목화를 생산(184장), 스코트라섬(소말리아 소코트라섬)에서는 고래잡이를 위해 12명의 어부들이 다랑어 미끼를 매고 바다로 나간다(190장), 그리폰 새의 날개를 펴면 30보, 깃털의 길이는 12보(191장) 등에서 보는 것처럼 ‘12’라는 숫자(또는 배수)가 여러 번 언급되는 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두 번째가 여성이나 아내의 처우와 관련된 내용이 여러 곳에 기술돼 있다. 낯선 여행자에게 아내나 딸을 내주어 동침하게 하는 풍습〔신강-친절을 베풀게 해 물건과 자식과 재산이 불어남(59장), 티베트-길들여지고 익숙한 처녀가 좋다(115장)〕, 팸 지방에서는 남편이 20일 이상 밖에 머물면 다른 남편을 맞을 수 있다(55장), 캄프초 시(감숙성)에서는 여자가 수도승을 불러들이면 죄가 안 되지만, 수도승이 여자를 불러들이면 죄가 된다, 사촌을 아내로 맞이하고 아버지의 부인을 아내로 맞이한다, 동물처럼 살기 때문에 심각한 죄를 의식하지 않는다(이상 62장), 첫째 아내를 높게 치고, 종형제를 아내로, 생모가 아니면 큰아들이 아버지 부인을 아내로, 형제가 죽으면 그 부인도 아내로 맞는다(이상 69장, 180장도 유사), 카라잔(운남지방) 사람들은 남이 자기 아내를 건드리더라도 여자의 희망에 의한 것이라면 상관하지 않는다(118장), 툰딘푸(동평부)에서는 처녀성을 검사해 결혼시키므로 처녀성을 지키기 위해 걸을 때 조심한다(134장), 남편이 죽어 시체를 태우고 나면 아내도 스스로 몸을 던져 남편과 함께 화장된다(174장), 수도사 선발 시 처녀들이 애무하도록 해 발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선발한다(177장) 등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독특한 풍습이 여러 곳에서 기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칭기즈칸 사후 군림했던 칸들은 어디서 사망하던 알타이산(위치불상)으로 운구돼 매장되는데, 운구 도중 부딪치는 모든 사람을 살해한다. ‘저승에서 군주를 모시라’는 의미인데, 몽구 칸이 죽었을 때는 2만 명이 살해되었다(69장), 사형선고를 받아 처형되면 요리해서 먹는다(수명을 다해 죽은 사람의 시체는 먹지 않는다, 75장, 155장), 칭기즈칸 형제의 후손으로 반란을 일으킨 기독교도인 나얀왕을 처형할 때 카펫에 말아 넣은 뒤 거칠게 끌고 다녀 죽였는데, 황제 일족의 피가 땅에 흐르지 않고, 태양도 공기도 보지 않기를 바라서 그런 방식으로 처형했다(80장), 신하와 귀족들은 접견실에서 침을 뱉을 수 없기 때문에 조그만 예쁜 항아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그곳에 뱉고 뚜껑을 덮어둔다, 비단 카펫에 흙을 묻히지 않기 위해 슬리퍼를 갖고 다닌다(이상 104장), 짐승들의 공격으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대나무를 불에 지피면 갈라지면서 10마일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나 사자나 곰이 도망치고 절대로 근처에 오지 않는다(115장), 만지지방의 빈자와 약자들은 부유하고 지체 높은 사람들에게 아들딸을 팔아서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아이들은 그렇게 하여 보다 편안한 생활을 누린다(152장), 조롱박에 비곗덩어리를 넣어 사자가 고개를 넣어 빠지지 않도록 해 앞을 분간할 수 없도록 하여 사자를 포획한다(156장), 수마트라 사람은 사람을 잡아먹는 몹쓸 짐승 같은 사람들이다(167장), 왕이 죽으면 충신이었던 신하들도 불속에 뛰어들어 저승으로 가는 왕을 수행한다, 타란툴라라는 독이 있는 도마뱀이 어디에서 울어대는지 듣고 상거래여부를 결정한다, 대나무로 만든 침대를 끈을 잡아당겨 천장 가까이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 곤충들에게 물리지 않도록 한다(이상 174장), 술잔치가 끝난 후 돌아오는 도중 아내가 소변을 보려고 앉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사타구니 털이 풀에 붙어 얼어버리자, 남편이 입김을 불어 녹이려 하다가 턱수염이 사타구니에 달라붙어 다른 사람이 와서 얼음을 깨뜨려 줄 때까지 그 자리에 있어야만 했다(218장)는 기술들은 흥미를 돋우거나 이색적인 풍습 또는 습관들이다.

넷째, 대카안은 기독교 신앙이 가장 진실하고 뛰어난 것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통치를 위해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불교의 주요 절기에 행사를 치른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이 숭배하고 존경하는 네 명의 예언자가 있다. 기독교도들은 자기네 신이 예수그리스도라 하고, 사라센은 마호메트라 하며, 유대인은 모세라 하고, 우상숭배자들은 여러 우상들 가운데 최초의 신인 사가모니 부르칸이라고 한다. 나는 이 넷을 모두 존경하고 숭배하며, 특히 하늘에서 가장 위대하고 더 진실한 그분에게 나는 도움을 부탁하고 기도를 올린다”고 말한다.(제81장)

다섯째, 물산 중에는 생강 얘기가 많이 등장하고 후추도 간간이 등장한다. 사냥 얘기, 코끼리와 낙타 등이 곳곳에 등장한다. 또 전투나 전쟁 얘기도 많이 등장한다. 일행들은 여행 또는 항해하는 도중 기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나, 세 사람 모두 귀환하였고 지역이나 풍습소개가 목적이어서인지 특별한 언급이 없다. 또 해적 얘기도 자주 등장하나, 귀환 도중 해적과의 대치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몇 곳의 흥미 있는 내용을 제외하면, 책의 내용이 단조로워 읽는데 인내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을 줄 쳐가면서 읽으면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교역, 수공업, 종교, 전투 등 '우리'와 관련된 얘기가 아니어서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술서적처럼 각주를 읽어보아야만 위치나 의미를 알 수 있어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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