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는 겸손, 삶은 치열하게-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황현탁의 책으로 읽는 여행 ④]
운명에는 겸손, 삶은 치열하게-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황현탁의 책으로 읽는 여행 ④]
  • 황현탁
  • 승인 2021.03.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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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떠나는 여행]
<독서신문>은 여행과 관광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시대에, 고전이나 여행기에서 기술된 풍광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은 『세상을 걷고 추억을 쓰다』라는 여행기의 저자이며, 파키스탄, 미국, 일본, 영국에서 문화담당 외교관으로 근무한 황현탁씨가 맡습니다.
황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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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속좁기로는 1등인 그리스 신들-호메로스의 『일리아스』 
② 존 번연의 ‘꿈’속의 천국 여행 『천로역정』 
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숫자 12가 의미하는 것은 

10년간 계속된 트로이전쟁은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난다. 『일리아스』가 트로이전쟁 마지막 1년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오디세이아』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전쟁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간에 걸쳐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과 고난을 묘사한 대서사시다. 책 제목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다. 책은 ‘말해다오 뮤즈 여신이여. 숱하게 돌아다닌 사내의 행적을. 그 사내는 성스런 트로이아의 함락 후 너무 멀리까지 헤매었고, 수많은 인간들의 도시를 보고 풍속을 익혔다네. 그리고 바다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을 수도 없이 겪었다네’로 시작한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에서 고국 이타케로 귀환하는 동안 10년간을 표류한다. 강풍을 만나 전설의 섬 오기기아의 님페(요정) 칼립소에게 7년간이나 붙잡혀 벗어나지 못한다. 오디세우스를 가엾게 여긴 수호신 아테나가 구출하지만 오디세우스는 다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일으킨 풍랑 때문에 파이아케스족이 사는 스케리아섬에 상륙한다. 여기서 또 다른 여인 나우시카를 만난다. 나우시카를 떠난 오디세우스는 식인 거인족 키클로페스를 만난다. 이 과정에서 부하들이 그들의 먹이가 되자 도망치지만, 아이올리아섬에서 키르케를 만난 뒤 부하들은 결국 돼지로 변하기도 한다.

노래하는 바다요정 세이렌의 유혹.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돛대에 몸을 결박하고 귀마개를 해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게 했다.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作

1년이 지난 후 키르케에게 간청하자 저승인 하데스 궁으로 가 충고를 받으라고 한다. 그녀는 일행이 바닷길을 가는 도중 ‘세이렌의 노래’로 유혹을 받게 될 터인데, 사공들은 귀를 막고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몸을 묶어 두라고 안내한다. 가는 도중 일행 일부는 스킬라에 잡아먹히고, 카립디스라는 바다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나선 아들 텔레마코스를 만나는 요정 칼립소. 칼립소는 바다에서 표류한 오디세우스를 구한뒤 사랑에 빠져 오디세우스를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붙잡고있었으나 제우스의 명으로 풀어준다 - 윌리엄 해밀턴 作

이타케에서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오지 않자 혼란이 지속된다. 오디세우스가 자리에 없는 10년간 수많은 영주들과 호걸들이 왕비 페넬로페에게 구혼하고 왕성에 난입해 재산을 축내는 등 분탕질을 계속한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필로스의 네스토르, 라케다이몬의 메넬라오스 왕 등 트로이전쟁의 영웅들을 찾아간다. 페늘롱이 쓴 소설 『텔레마코스의 모험』에는 텔레마코스가 집사이던 멘토르와 함께 오기기아 섬의 칼립소를 만나고, 크레타의 이도메네우스가 다스리는 살렌토를 방문해 오디세우스를 사랑한 키르케와 나우시카를 만나 사랑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오디세우스의 고난을 안타까워한 아테나가 제우스에게 요청해 오디세우스는 마침내 고향 이타케로 귀환한다. 노인 거지로 변신한 그는 걸인과 싸우고, 아들 텔레마코스와 옛 부하들을 지휘하여 혼란을 일으킨 자들을 소탕하고 부인인 페넬로페와 아버지 라에르테스와 해후하고 왕위를 되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남편 오디세우스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페널로페가 구혼자들을 뿌리치기 위해 ‘시아버지의 수의를 다 짠 뒤 (구혼자를) 선택하겠다’며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베를 다시 풀면서 시간을 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페널로페의 베짜기’로 회자되는 이 얘기는 쉼 없이 하는데도 끝나지 않는 일을 가르킬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은 아내와 정부에 의해 살해되지만, 이타케의 왕 오디세우스는 가족들을 사랑해 트로이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려고 미친 척하기도 하였으며, 왕비 페넬로페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돌아오지 않은 기간 중 절개를 지켰고, 전쟁 10년, 표류 10년 도합 20년 만에 만나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전쟁처럼 귀환 과정도 제우스신의 도움 또는 의도한 대로 전개된다.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세상사’를 해결할 수 없음은 『일리아스』에서와 같다. 또한 트로이전쟁이 ‘헬레네’란 여성을 둘러싼 사랑이 원인이었듯, 오디세우스가 전장에서 귀환이 늦어진 데는 ‘칼립소’ ‘나우시카’ ‘키르케’ ‘세이렌’ 등 요정이나 아름다운 여성들의 사랑이나 유혹이 연관돼 있다.

이처럼 그리스로마시대에는 여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과 성이 인간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로 숭상되었음을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통해 알 수 있다. 동양에서와 달리 문자 기록은 물론 이후의 그림이나 조각, 부조에도 수많은 나신들이 등장함은 성이 훨씬 더 개방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 결혼 등 통상적인 남녀관계를 넘어 동침이나 간통, 이혼과 재혼, 남매간, 부녀간, 모자간, 가족 간 관계로 태어난 자식들 등이 언급, 기술, 묘사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목욕에 반드시 시녀들의 시중 모습이 묘사되는 것은 당시가 매우 엄격한 신분사회였음을 엿보게 한다.

신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그리스로마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기초지식이 부족하여 지명조차 익숙하지 않아 구글에서 검색, 위치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돼지고기에 보릿가루를 뿌려 구웠다는 얘기 등 책에는 보릿가루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밀가루처럼 당시의 양식이었는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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