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권 보내면 서른권 반품… 출판사의 덫 ‘반품률’, 독일은 겨우 5%
백권 보내면 서른권 반품… 출판사의 덫 ‘반품률’, 독일은 겨우 5%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7.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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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출판사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반품이다. 출판인들은 책을 출간했을 때 도매상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마치 책이 잘 팔리는 것처럼 보여 기분이 들뜨지만, 막상 수개월 후 반품이 돼 돌아오는 책더미를 보면 시름이 밀려온다. 

반품은 출판사 경영에 경제적, 심리적 악영향을 끼친다. 출판사는 반품된 책을 보관할 창고료와 운반비 등을 부담해야 하며,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책은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폐품으로 처리해야 한다. 책을 팔아야 작가 인세도 주고, 직원 급여도 주고, 인쇄비도 지급할 수 있는데, 반품률 증가는 출판사의 경영악화는 물론 출판인들에게 심리적 좌절을 안겨주고, 나아가 책을 판매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다음 책 제작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지난 5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간한 『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출판사-도매상 사이 도서 분야별 반품률은 약 20.7~30.5%다. 출판사에서 도매상으로 백권을 보내면 스무권에서 서른권은 출판사로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이는 독일의 반품률이 약 5%(신종락, 『독일 출판을 말하다』)인 것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치다.

이유가 뭘까? 일단은 출판사가 책의 수요나 독자의 수를 철저히 파악하는 기획 출판을 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많은 출판사들이 책을 만들 때 모험심과 확률에 의존한다. 열 종을 내면 한 종은 베스트셀러가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책을 펴낸다. 이는 정보의 부족 때문일 수 있다. 『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 출판사 중 52.4%가 가장 필요한 통계로 ‘소비통계’(도서 구매 행태 등)를 꼽았다. 

반품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적지 않은 소규모 출판사가 책 판매보다는 저자에게 돈을 받을 요량으로 출판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가령,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에게 몇백에서 몇천만원을 받고 책을 내주는 식이다. 책이 안 팔리더라도 저자에게 받은 돈만으로 출판사를 유지할 수 있기에, 양서든 악서든 지속해서 책을 계약해 출판사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에서는 반품률이 왜 이렇게 낮을까? 신종락 전 한국출판유통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6월 출간한 책 『독일 출판을 말하다』에서 몇 가지 이유를 지적한다. 첫째, 독일에서는 출판사들이 분야별로 특성화돼 있고, 고정 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만들 때 모험을 하지 않고, 팔릴 수량을 계산해서 안정된 오차 범위 내에서 책 발행 부수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도서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변화를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과학적인 출판유통 통계자료의 힘도 크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에서는 어느 한 곳에서 출판유통 정보를 독식하지 않는다. 독일에는 출판사와 서점, 유통사의 긴밀한 협력과 정보제공을 바탕으로 양질의 정보를 구성하는 공익단체가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경영하니 반품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이 이런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둘째, 독일 도매상과 서점은 위탁판매를 하지 않는다. 즉, 애초에 반품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도매상과 서점은 각각 출판사로부터, 도매상으로부터 모든 책을 현금으로 구입한다. 특히 독일 도매상의 구입부에는 분야별 전문지식을 가지고 도서 구입을 전담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출판사로부터 반드시 팔릴 책, 반드시 필요한 양질의 책만 구입한다. 

물론, 반품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출판사가 주문보다 많은 부수를 보냈을 때 ▲잘못 선택한 책을 보냈을 때 ▲손상된 책을 보냈을 때 ▲구판인 책을 보냈을 때 ▲정해진 기한을 넘겨서 보냈을 때 ▲주문하지 않았는데 책을 보냈을 때 ▲고지된 가격 이상으로 책정해서 책을 보냈을 때 등 계약 체결 시 고지한 반품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반품이 어려워짐으로써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출판사 경영을 위협하는 반품률 하락만이 전부가 아니다. 출판사는 팔리지 않을 트렌드에 뒤처진 책이나 질 낮은 책은 만들지 않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출판사뿐만 아니라 도매상과 서점까지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지고, 독자는 정말 필요로 하는 양질의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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