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독서’ 종이책 vs 전자책... 당신의 선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독서’ 종이책 vs 전자책... 당신의 선택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0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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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보고(시각), 듣고(청각), 만지는(촉각) 일련의 감각 활동 중, 최상위 감각으로 여겨지는 건 촉각이다. 연인의 사진을 보면 목소리가 듣고 싶고, 듣고 나면 스킨십이 하고 싶으니까... 이런 이치는 때로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비록 주인공을 만져볼 순 없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종이 특유의 질감과 책장 넘어가는 소리,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에서 좌로 쏠리는 무게중심에 따라) 책을 펴든 손가락에 자연스레 느껴지는 (완독에 다가서는) 성취감은 종이책을 집게 되는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이런 종이책의 강점이 누군가에겐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물성은 보관 장소를 필요로 하고, 구매가도 (전자책보다) 비싸기 때문에 (금전/공간적) 여유가 없는 이들에겐 한계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열린 책 『작별인사』 출판기념회에서 김영하 작가가 “책은 땅값을 포함하고 있다. 보관장소에 대한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고시원, 원룸, 반지하를 전전하면서 (사는 젊은 세대가) 어떻게 (많은 책을) 가지고 있겠나. 그런 면에서 그들이 책의 물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중 셈에 빠른 이들은 새 책을 사서 본 후 중고서점에 팔아 소모성 비용을 줄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의 번거로움이 커 대안으로 전자책을 선택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독서율은 2015년(10.2%)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7년 14.1%, 2019년 16.5%를 기록했다. 그중 20~30대 이용률(2019)은 3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근 일어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전자책 이용률 증가 추세에 힘을 보탰다. ‘비대면·비접촉’ 트렌드에 따라 종이책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전자책에 눈을 돌리면서 이용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월정액 전자책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지난 3월 월평균 일일 이용자수(DAU: Daily Active Users)가 코로나19가 잠잠했던 1월보다 28% 증가했고, 전자책 전문 서점 ‘리디북스’의 3~4월 이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혹은 다시 전자책을 선택한 이들이 늘어난 상황. 그중 한명인 김포에 사는 직장인 김영운(35)씨는 “평소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맛’이란 소신이 있었는데, 자주 가던 도서관이 코로나로 문을 닫아 부득이하게 전자책을 읽어보니 약간 신세계더라. 종이책의 물성을 느낄 수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휴대성과 기록성은 오히려 종이책보다 뛰어나 새로운 독서 체험을 하게 됐다”고 독서 경험을 전했다. 실제로 휴대성과 기록성은 전자책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힌다. 전자책은 전용 단말기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한 독서가 가능하고, 종이책보다 쉽게 밑줄을 치거나 좋은 문장을 저장·공유할 수 있다. 문장을 선택하고 ‘공유’ 버튼을 누르면 이미지나 텍스트 형태로 SNS에 공유가 가능하다.

물론 손쉬운 공유에 따른 단점도 존재한다. 좋은 문장을 수집하기에는 좋지만, 그 과정의 손쉬움으로 인해 문장을 완전히 흡수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쌓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문장을 저장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종이책의 경우 메모를 하려면 ‘극단적으로 느린 책읽기’라는 필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번거롭긴 하지만, 문장을 마음에 새기는 일련의 과정이 마음에 평안을 자아내는 탓에 최근 들어서는 심리 안정요법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김용택 시인은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에서 “(필사를 하면)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행위가 아니라, 시를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새기는 과정을 통해 공감의 문이 열리고 소통의 길이 생긴다”며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감성이 치유될 수도,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독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자책이라고 해서 필사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자체 필사 기능을 지원하는 건 아니지만, 별도로 노트를 마련해 필사가 가능하고, 손쉬운 저장으로 인한 망각은 종이책에 없는 ‘검색’ 기능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 또 사실상 무제한으로 책갈피 사용이 가능해 이후 다시 보고 싶은 페이지를 제한 없이 표시할 수 있다.

또 전자책은 ‘TTS’(Text to Speech: 텍스트 읽기 기능) 기능을 제공해 책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귀로 들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그간에는 생동감 없는 기계음이 많아, 누군가가 곁에서 직접 읽어줄 때의 정서적 감흥을 느낄 수 없었는데, 최근에는 육성으로 녹음된 ‘오디오북’이 출시되면서 발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단방향적인지라 소통하는 독서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운전하거나, 운동하거나, 걷는 중에도 청취가 가능해 새로운 독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독서력』의 저자 사이코 다카시는 “독서는 한 개인의 ‘자아 형성’에 절대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독서력’은 한 사회와 한 시대의 힘”이라며 독서를 권면했고, “인생에 남을 한 줄의 문장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도 독서의 요령”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우린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다. 어쩌면 읽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 물성이 좋으면 종이책을 읽으면 되고, 미처 책을 챙기지 못했을 때는 전자책을 읽으면 된다. 손으로 하는 메모가 불편하면 전자책 저장·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되고, 피서지에서 종이책에 물이 튈까 걱정되면 워터프루프(방수) 책을 보거나 핸드폰에 방수팩을 씌워서 읽으면 된다. 종이책 그림이 지루하다면 애니메이션 기능이 가미된 전자책을 보면 되고, 읽지 못할 상황이라면 (오디오북을) 들으면 된다. 더는 읽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떻게 읽을지에 관한 선택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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