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성 작가 “일생에 한 번은 꼭 중세 미술 여행을 떠나세요”
[인터뷰] 김현성 작가 “일생에 한 번은 꼭 중세 미술 여행을 떠나세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02 13: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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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르메스는 흔히 ‘여행의 신’이자 ‘전령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과 저승, 신과 인간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전달자’(messenger) 역할을 하는 그의 존재는 언뜻 작가의 그것과 닮아 보인다.

헤르메스가 마법지팡이 카두세우스(caduceus)를 휘두르면, 미지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의 지팡이는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인물을 연결시킨다. 작가의 펜도 카두세우스와 다르지 않다. 작가는 펜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혹은 전달)하고, 독자는 그 세계의 고유한 리듬에 서서히 매료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현성 작가는 중세 미술, 특히 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를 한국 독자들의 마음에 제대로 실어 나른 훌륭한 헤르메스다. 무엇보다 그는 조토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애호가이다. ‘조토주의자’인 작가를 따라 중세 미술 여행을 떠나보자.

Q.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에 이어 5년 만에 『이탈리아 아트트립』이라는 미술 여행 책을 펴냈다. 소감이 궁금하다.

A. 5년 전에 냈던 책은 이제 작가로서 출사표를 던진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은 책이었어요. 또 가수로 오랜만에 컴백하면서 같이 낸 책이라 ‘연예인이 낸 책’의 느낌이 강했죠. 이번에 출간한 책은 ‘작가 김현성’으로서의 정체성에 집중해서 낸 책이에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을 내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소개하고, 이것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저의 지식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독자들이 중세 미술이라는 낯선 영역에 잘 접근해서 조금이라도 그것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쓴 책이에요.

Q. 미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관한 지식이 상당하다. 예술, 특히 미술의 경우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는지?

A. 우연히 ‘조토’라는 화가를 좋아하게 됐어요. 이탈리아의 국민화가로 칭송받는 사람인데, 이 화가가 너무 좋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조토가 활동했던 중세 미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죠. ‘조토의 진가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당시의 역사나 문화, 철학 등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특히 4~5년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조토의 작품을 직접 보고 더 빠져들었어요. 마침 활동을 쉬던 시기였고, 문예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조토를 사람들에게 꼭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고 미술사 공부를 해나갔어요.

Q. 다양한 미술 사조가 있다. 왜 하필 중세 미술인가?

A. 사람들이 중세 미술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나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나름의 소명의식이 있었어요. 특히 중세 미술과 관련된 자료들은 논문이나 전문 서적들이 대부분이고 대중 대상의 교양서는 거의 없었어요. 또 조토라는 화가를 알리고 싶은데, 조토를 알리려면 중세 미술 전반을 같이 설명해야 하거든요. 중세 미술에 대한 정보를 잘 모아놓은 대중 교양서가 한권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컸어요.

Q. ‘조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 이유가 있을까?

A. 미국의 유명한 미술사학자인 H. W. 젠슨의 책 『서양미술사』를 보면 “서양미술사 전체에서 조토에 버금가는 혁신가는 없다”라는 말이 나와요. 그만큼 조토는 서양미술사를 변혁시킨 인물이에요. 조토가 활동했던 때는 고딕과 비잔틴 양식으로 대변되는 중세 미술이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그 변혁을 촉진한 인물이 바로 조토예요. 연구할 가치가 되게 많은 화가죠.

앞선 언급처럼 중세 미술은 흔히 고딕과 비잔틴 양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그것은 대개 ‘선’적인 예술이에요. 조토의 화풍은 그것을 넘어 ‘조형’의 형식에 가닿아 있어요. 쉽게 말해 평면적인 회화에 입체감을 부여한 최초의 화가라고 할 수 있어요. 중세 미술과 조토의 화풍이 결합한 그 지점에 르네상스의 씨앗이 있어요.

중세는 대개 신을 절대자로 숭상하고, 종교의 율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것이 회화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어요. 하지만 조토의 그림은 그것으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어요.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생생해요. 여전히 종교적인 소재에 천착하지만, 전과 달리 인물들의 표정이 문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어요. 신이 아닌 인간에 초점을 두려는 조토의 의지를 엿볼 수 있죠. 르네상스 주요 화가들 거의 다 조토의 영향을 받았어요.

[사진=안경선 PD]

Q. 조토의 그림 중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A. 이 책을 쓰게 된 최초의 계기와도 맞물려 있는데, 제가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조토의 십자가상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을 느꼈어요. 책의 표현 그대로, 제가 전율한 것은 십자가상의 정교한 묘사나 섬세한 만듦새 때문만이 아니라 그 너머에 스며있는 조토라는 한 인간의 위대한 재능과 열정에 전이됐기 때문인 것 같아요. 30~40분 동안 계속 그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좋은 것은 세상에 알려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처음 가지게 됐어요. 또 하나는 파도바에 있는 스크로베니 예배당 벽화예요. 그야말로 인류 문화유산 중 하나죠. 꼭 직접 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Q. “조토는 후배들에게 예술가가 갖춰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 또 예술가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고 증명한 화가”라고 했다. 조토가 말하는 예술가 혹은 화가란 어떤 존재인가?

A. 조토가 활동했던 시기에는 화가가 그렇게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직업이 아니었어요. 건축가나 조각가보다 아래의 취급을 받았죠. 당시 사람들에게 그림이라는 것은 예쁘고, 재미있는 볼거리이지 그걸 통해서 어떤 신성함이나 지적 감흥을 얻을 수 있는 예술로 평가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조토가 그림을 통해서도 충분히 지적이고 예술적인 감흥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했어요. 말 그대로 예술가로서 화가의 지위를 올려놓은 거죠.

또 하나는 조토가 작품 속에서 보여준 파격에 있어요. 성서를 해석하는 것. 그러니까 일반 대중이 갖고 있던 생각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그림으로 승화시켰어요. 가령 성인들이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나 그들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그림에 담아냈어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예요. 말하자면 조토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며 작품 활동을 해나갔어요. 절대 권력에 맞서서, 예술가로서 화가가 어떠해야하는 지에 관한 모범을 보여줬죠.

Q. 이탈리아의 아시시, 피렌체, 파도바를 잇는 여정을 ‘조토 루트’라고 이름 붙였다. 여정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조토의 진가를 조금이라도 알려보고 싶은 마음에 ‘조토 루트’와 관련해 여행사에 기획서를 써서 냈어요. “이런 여행 코스가 있는데 해보겠느냐?”고 제안을 했죠. 그래서 응모를 통해 일반인 열세 분을 모집해서 같이 이탈리아로 떠났던 적이 있어요. 그때 여행하면서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되게 많이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혹시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동행했던 분들이 무척 좋아해주셨어요. 그걸 직접 눈으로 확인해서 즐거웠죠.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렸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관한 이야긴데, 거기엔 동양인들이 거의 없어요. 그때 제가 표를 구하지 못해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스페인 관광객 분 중 한명이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봤다고 저한테 표를 주셨어요. 그분이 아니었으면 스크로베니에 있는 멋진 조토의 벽화들을 못 볼 뻔했죠.

[사진=안경선 PD]

Q. 산문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에서도 느꼈지만, 문장력이 돋보인다. 원래 소설가가 꿈이었다고 들었는데, 처음 썼던 소설은 어떤 내용이었나?

A. 제목은 『전망 좋은 집』이에요. 제가 제대로 완성한 첫 단편소설인데, 조금 특별한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에 관한 이야기예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웃음) 집을 구하던 친구가 뭔가에 홀린 듯이 그 집을 계약하는데, 마침 그 집에 특별한 바퀴벌레가 살고 있었던 거죠. 제 블로그에 전문이 실려 있는데 관심이 있는 분들은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자음과모음>이라는 문예지에도 실렸는데, 솔직히 나쁘지 않습니다. (웃음)

Q. 그럼 앞으로 소설집을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는지?

A. 꼭 소설을 써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건 없어요. 어떤 이야기가 제게 오면, 그러니까 그 이야기의 메시지가 소설이라는 문학 형식에 부합하면 쓰는 거죠. 저는 책을 낼 때,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가 무척 중요해요. 어쨌든 보다 많은 독자가 책을 읽어야하니까요. 이번 책도 그런 기준 하에서 나왔어요. 남들이 볼 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이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소설도 좋은 주제를 만나면 시도를 해야죠.

Q. 책 말미에 “언젠가 고딕미술이 펼쳐지는 11세기 프랑스 파리로 여러분을 초대할 날을 고대한다”고 적었는데, 이 책을 김현성의 ‘미술 여행 에세이’ 시리즈의 시작으로 봐도 되는 건가?

A. 조토만 해도 중세 말의 화가거든요. 제 욕심은 여기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딕 시대를 한 번 다뤄보고 싶어요. 두권 정도 분량의 책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바로 다음 준비하고 있는 작업은 뮤지션에 관한 책이에요. 대중들이 뮤지션에 관한 호기심이 많은데, 이걸 직업으로 갖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 이야기도 있고, 직접 인터뷰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낼 생각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자리를 가리지 않고 강연이나 독서 모임 등을 통해 책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부담 없이 책 한권 들고 가서 이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게 가장 큰 계획이죠. 그게 책을 낸 이유이기도 해요. 여러분이 어렵게 생각하는 중세 미술이 생각보다 재미있고, 충분히 교양의 일부로서 알아두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다닐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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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선 2020-04-06 02:31:26
이 책 정말 재미 있게 읽었어요. 앞으로 여행가면 미술관은 빼지 말고 꼭 들러보려구요. 새로운 방식의 여행 방법이 신선했어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책에 나온 지오토 루트로 꼭 여행가고 싶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