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만 문제?... 베스트셀러 도서 사재기, 이렇게 이뤄진다
음원 사재기만 문제?... 베스트셀러 도서 사재기, 이렇게 이뤄진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09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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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쏘아 올린 ‘음원 사재기’ 이슈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음원 순위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받는 가수들은 “오해가 있다.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음원 사재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가수 타이거 JK는 “사재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안을 오래전부터 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폭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사재기는 비단 음원 시장에만 존재하는 걸까요? 한때 도서 사재기로 홍역을 치른 출판업계. 이제는 사재기 ‘청정지역’으로 거듭났을까요?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출판업 관계자는 “출판업계의 사재기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렇다면 도서 시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을까요? 수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상품권 등을 지급해 도서 판매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느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모 마케팅 회사는 특정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북클럽 회원들에게 특정 서점에서 특정 책을 구매하도록 권유하고, 구매한 회원에게는 1만원짜리 커피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사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책을 도서정가제가 허용하는 할인 범위(최대 15%) 이상으로 제공, 판매량을 늘려 ‘많이 팔린 책’이란 타이틀을 얻고, 회원들에게서 높은 평점과 긍정적 서평을 유도해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느 출판사는 이런 방법으로 8점이 안 됐던 도서 평점을 9.9점까지 높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특정 서점의 회원 정보를 이용해 책을 구매하는 사재기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케팅 업체가 특정 서점의 회원 정보를 이용해 책을 구매하고 그 비용을 출판사에 부과하는 방식이죠. 사실 이런 방식은 과거에도 이뤄져 왔고, 여러 업체(마케팅/출판사)가 적발돼 처벌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실제로 2016년도에는 출판사 세 곳이 마케팅 업자와 결탁해 온라인 무료 도서 이벤트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특정 도서를 대량 구매하면서 출판문화진흥산업법 위반으로 입건된 바 있습니다. 사재기(책 구매)에 들어간 비용은 50~60%가 회수(서점→출판사에 정산)되기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값싸게 마케팅한 셈이죠.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출판 관계자들은 이런 행태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논란이 이는 마케팅 방법으로 눈총받는 사례도 있습니다. 한 마케팅 업체는 여러 SNS 채널을 운영하면서 도서 홍보 콘텐츠를 중복 노출하고, 자기계발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모집한 멘티들로부터 긍정적 서평을 유도해 여러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도덕적이지 않으나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란 의견도 존재하지만, 독자를 기만한 사실상의 사재기란 비판 여론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어느 출판사는 자체 SNS를 활용해 도서 마케팅 서비스를 벌이면서, 도서의 댓글이나 평점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사재기라고 하기 어렵지만, 도덕적으로 지적받는다는 점에서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도서 사재기의 주된 목적은 많이 팔려 다수의 사람이 본 검증된 책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그 이미지는 궁극적으로 ‘돈’을 위한 것이고요. 책 팔아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지식을 다루는 주체로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에는 여러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3년간의 저작권 양도 조건에 반발해 수상을 거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그 배경에도 역시 돈 되는 작품을 독점하려는 주최 측의 욕심이 자리했습니다. 돈.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지만, 지식을 전하는 출판업계에서까지 꼭 이래야만 하는지 씁쓸한 뒷맛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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