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삶이 막막한 분들에게 권하는 미술 한 조각 『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포토인북] 삶이 막막한 분들에게 권하는 미술 한 조각 『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08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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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문학을 통해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우리 인생에 기반을 둔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책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그림과 예술가의 삶을 빌어 인문학을 풀어낸다. 미술은 팍팍한 일상을 견뎌내는 현대인에게 어울리는 않는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미술의 매력에 빠져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불완전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 수많은 예술가들은 아름다운 선과 색채로 불행까지도 승화시키며 그들의 삶을 불멸의 걸작 대열로 올려놨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이상 대학에서 강의하고 또 책을 쓰면서 영혼의 자유를 누리고, 그 자유를 실천·표명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저자가 전한다. 

제임스 엔소르의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 코마키 머나드 아트 뮤지엄 소장. [사진=도서출판 피톤치드] 
제임스 엔소르의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 코마키 머나드 아트 뮤지엄 소장. [사진=도서출판 피톤치드] 

해골과 가면의 화가 제임스 엔소르의 그림은 볼때마다 슬퍼진다.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에서 독특한 비애를 엿볼 수 있다. 벨기에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엔소르는 슬프고 기괴한 가면을 쓴 사람들을 통해서 타락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철학적으로 표현했다. 그림 속의 빨간 깃털 모자를 쓴 남자는 온갖 표정의 가면에 포위돼 있다. 그는 마치 예술의 순교자처럼 보인다. 가면 속에서 무방비 상태로 맨얼굴을 드러낸 모습이 어쩐지 불안하다. 굳건한 의자가 보이는 눈동자가 왠지 더 불안하고 초조하게 느껴진다. <19쪽>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오르세 미술관 소장.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오르세 미술관 소장.

 '올랭피아'는 미술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다. 현실을 기반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끌어냈기 때문이다. 마네는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올랭피아를 창조했다. 신화 속의 비너스가 아니라 현실의 코르티잔(고급 매춘부)으로, 구시대의 낡은 관습과 인식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도발적인 여인으로 만들었다. 올랭피아는 인상주의의 불꽃을 점화시킨 새로운 비너스의 등장이었다. 이는 음지에서 열정을 삭였던 블루스타킹이 세상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온 것이다. <25쪽> 

앤서니 프레드릭 샌디스의 '메데이아', 버밍엄 뮤지엄 앤 아트 갤러리 소장.  [사진=도서출판 피톤치드]
앤서니 프레드릭 샌디스의 '메데이아', 버밍엄 뮤지엄 앤 아트 갤러리 소장.  [사진=도서출판 피톤치드]

순종과 복종을 내면화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부족하며 강한 사람에게 보상받고 의존하고자 하기 때문에 더욱 나약해진다. (중략) 복종과 순종의 내면화가 고착돼 오랫동안 우울과 고립감을 느낄 경우 정서가 불안해진다. (중략) 앤서니 프레드릭 샌디스가 그린 '메데이아'의 여인을 보라. 분노에 찬 눈빛, 정신이 빠져나간 듯 초점을 잃은 눈동자, 두 손은 터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고 있다. (중략) 메데이아는 왜 이렇게 분노한 것일까? (중략) 메데이아는 사랑하는 남자 아이손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희생했다. 아이손이 바람을 피운다는 생각에 불안해 하던 그녀는 그 대상이 글라우케인 것을 알고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인다. <87쪽> 

폴 고갱의 '영혼이 지켜본다', 버펄로 올브라이트 녹스 미술관 소장. [사진=도서출판 피톤치드]
폴 고갱의 '영혼이 지켜본다', 버펄로 올브라이트 녹스 미술관 소장. [사진=도서출판 피톤치드]

폴 고갱은 13살의 테후라와 결혼했다. 테후라는 무척 신비하고 몽환적인 외모를 지녔다. 고갱이 그녀를 모델로 그린 '영혼이 지켜본다'를 보면 이국적인 노란색 문양의 침구와 짙은 보라색이 테후라를 둘러싼다. 색채의 조합이 그녀의 동공만큼이나 불안하다. 고갱은 가라앉고 슬프고 두려움을 자아내는 원시적 색채의 조화와 미신적인 감각으로 테후라를 표현했다. (중략) 그(고갱)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사는 타히티 여인을 동경했다. 하지만 그 사랑에는 유럽의 부르주아주의적인 권위와 지배적인 보상 심리가 포함돼 있었다. 유아적이고 원시적인 여인들을 자유분방하게 만나면서 그는 자신의 여성 편력을 위대한 예술성으로 합리화했다. <115쪽> 


『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유혜선 지음 | 피톤치드 펴냄│280쪽│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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