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이 만든 기현상… 스마트폰 정보·확증편향을 주의하라
조국 정국이 만든 기현상… 스마트폰 정보·확증편향을 주의하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16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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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정국이 만든 기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국민 스마트폰 화면의 변화다. 광화문에서 ‘조국 퇴진’을 외쳤던 사람들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조국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쳤던 사람들의 스마트폰 상에는 검찰과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A씨의 ‘유튜브’ 화면에는 ‘가로세로연구소’ 등 소위 보수 유튜브 채널의 ‘딱~ 걸렸네~ 조국 엄마!!’ ‘조국 가족환자단’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가득 차 있는 반면, B씨의 유튜브 화면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채널 ‘알릴레오’의 ‘검찰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과 같은 친정부적 성향의 콘텐츠가 빼곡하다. A씨의 ‘트위터’상에는 “거짓말 사기꾼 위선자 조국 사퇴 집회는 대성공입니다” 등의 트윗(트위터에 게재되는 문구)만 보이는 반면, B씨의 트위터에는 공지영 작가 등 ‘조국 수호’ 입장을 밝히는 이용자들의 트윗만 보인다. 이 중에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들도 더러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여타 SNS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론 분열이 이처럼 국민의 스마트폰 상에서 더욱 확연히 보이는 이유는 먼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유튜브나 SNS, 포털사이트 등 각종 플랫폼이 이용자의 신념이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 등 검색엔진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용자가 이전에 활동한 기록이 반영돼 이용자에게 맞춤화된 결과물이 화면에 뜬다. 그리고 구글에 검색한 내용은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에도 그대로 반영되며, 유튜브 자체적으로도 이용자가 자주 보는 종류의 영상과 비슷한 영상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와 비슷하게 여타 플랫폼들 역시 여러 곳에서 습득한 이용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신념이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며, 정교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용자의 구체적인 관심사와 선호도뿐만 아니라 지리적 정보까지 파악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이용자가 자연스레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다른 성향의 사용자는 무시하거나 차단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SNS상에서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게시물은 잘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스마트폰에서의 정보 편향이 무서운 이유는 인간이 자신의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을 수용하려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편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탈리 샤롯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뇌감정연구소장은 책 『최강의 영향력』에서 확증편향을 “인간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편향 중 하나”라고 단언하며 이에 대한 여러 근거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자신의 세계관과 맞지 않는 정보는 아무리 완벽하게 유효하더라도 무시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예로,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신경경제학자 카멜리아 쿠넨과 동료들이 약 5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주식과 채권 투자에 관한 실험을 한 결과, 실험 참여자들이 자신의 기존 투자 결정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접할 경우 뇌 활성도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실험 참여자들은 자신이 투자 결정을 내린 주식에서 실망스럽게도 낮은 배당금이 나오면 해당 주식이 나쁜 투자 대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해당 배당금 데이터를 전적으로 무시했다. 실험참가자들은 거의 모든 투자에서 자신의 이전 결정에 반하는 정보는 평가절하했다. 반대로, 높은 배당금이 나왔을 때는 자신의 선택을 훌륭한 투자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근거를 더욱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외에도 책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선입관을 강화하고 반대 의견을 평가절하하는 비슷한 사례가 많다. 

문제는 우리가 이용하는 플랫폼들이 이용자의 신념이나 취향에 반대되는 정보를 전하지 않아 이러한 확증편향을 더욱 심화하는 데 있다. 플랫폼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성향만을 접하고 다른 부류의 사고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편향적, 비합리적 인간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조국 사퇴’ 입장인 사람이 스마트폰에서 계속해서 접하는 정보는 조국과 현정권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여기에는 더러 가짜뉴스도 섞여 있지만, 확증편향으로 인해 이용자는 국가 전체 여론이 ‘조국 사퇴’라고 인식하게 되고 가짜뉴스 역시 사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기술로 인해 이용자는 자신의 신념이나 취향과 다른 정보는 애초에 보지 않게 되니 이용자의 확증편향은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도 사람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편향된 정보만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국 정국 때 정부를 비판했던 이들은 앞으로도 스마트폰 상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데이터나 주장만을 보게 될 것이며, 때로는 가짜뉴스를 팩트로 받아들일 것이다. 반대로 조국을 지키려고 했던 이들에게는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의 합리적인 비판조차 들리지 않을 것이고, 정부를 지지하는 의견만을 여론으로 생각할 것이다. 

탈리 샤롯은 기술이 심화하는 확증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색 브라우저에 입력돼 있는 위치 등의 정보를 삭제하고 연혁 추적 기능을 무력화하며, SNS에서 반대편을 팔로우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인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병폐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만약 기술의 발전이 확증편향을 심화해 국론 분열을 공고히 한다면, 일정 부분 이러한 기술의 제재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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