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형안심전환대출·내일배움채움공제·국민임대주택... 복지인가 복권인가?
서민형안심전환대출·내일배움채움공제·국민임대주택... 복지인가 복권인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17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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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아주 못살거나 아주 잘 살거나 둘 중 하나여야지, 어중간하게 살면 득 볼 게 없다.” “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복지도 빛 좋은 개살구다.” 16일 접수를 시작한 ‘서민형안심전환대출’을 접한 ‘서민들’의 볼멘소리다.

16일 서민형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는 7,222건으로 총 8,337억원 어치가 접수됐다. 장기·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자에 한해 금융권 주택대출 금리 중 가장 낮은 연 1.85∼2.10%을 제공하면서 하루 만에 전체 예산(20조원)의 1/20인 1조원가량이 소진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안심 대출이 진정한 ‘서민형’ 복지가 아니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2015년 진행한 1차 안심 대출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신청 자격을 1주택(9억원 이하), 부부소득 합산 8,500만원 이하로 제한했지만, 9억원에 달하는 주택 소유자를 서민으로 간주하는 잣대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현재 디딤돌대출의 경우 주택구매가 5억원 내에서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일 경우 고정금리 2~3.15%(2014년 금리 2.8~3.6% )를 제공하는데,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경제적 여건을 가진 사람들의 부담만 줄여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딤돌대출이나 고정금리 이용자들은 이번 서민형안심전환대출 신청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이용 대출자들(고정금리 )이 빠졌다"는 내용의 청원이 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혜택이 절실한 국민에게 정부 정책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는 국민임대주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민임대주택은 무주택저소득층(3인 이하 가구의 경우 가구당 월소득 378만1,279원 이하 )의 주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주거복지서비스지만, 실제로는 고가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이 편법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본래 2,500만원 이상의 자동차 보유자는 국민임대주택에 입주가 불가하지만, 지난 8월 기준 영구임대주택 입주자의 등록 차량을 집계한 결과(송언석 자유한국당의원 공개·LH자료 ) 수입차는 총 510대로 확인됐다. 2,599만원을 넘는 차량이 69대, 그중에는 레인지로버 스포츠(7.835만원 ), 마세라티(7,209만원 )도 있었다.

송 의원은 “기준을 초과해도 1회에 한해 재계약이 가능한 문제가 있다”며 “영구임대주택은 가장 취약한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대기자수만 2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도움이 절실한 저소득계층이 받아야 할 복지혜택을 외제차 모는 경제적 여력 있는 사람들이 가로챘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런 정책의 맹점은 ‘내일배움채움공제’에서도 드러난다. 청년들의 중소기업(신청자 본인과 대표자 제외하고 직원 5명 이상인 기업 ) 장기복무를 장려하고자 2년형(만기 시 1,600만원 지급 ), 3년형(3,000만원 지급 )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격 제한과 예산 부족으로 구직자가 오히려 구직을 늦추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 8월 취직한 A씨는 “먼저 입사한 선배들은 내일배움채움공제를 신청했지만, 내가 입사할 무렵 직원 수가 줄면서 신청이 어렵게 됐다”며 “설령 그사이 직원이 늘어난다 해도 올해분 예산이 이미 소진돼 3개월 이내 신청해야 하는 조건을 맞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입사 3개월 이전 신청이라는 조건 때문에 일부 구직자는 예산이 소진되는 하반기에는 구직을 미루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구직자 B씨는 “2년에 1,600만원이면 한달에 66만원이 늘어나는 꼴인데, 하반기에 좀 더 준비해서 내년 초에 구직하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정부는 신청기한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내년에는 지원형태를 2년형으로 통합해 예산 2,000억원을 추가 편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기한 연장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올해에는 기한 제한으로 피해 보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학·법학 박사 조지프 파시킨은 책 『병목사회』에서 “우리 삶의 기회가 순전히 운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순전한 운의 영향이 사람들의 삶의 어떤 시점에서든 삶의 기회를 모양 짓는다면 그건 부정의한 일”이라고 말했듯, 정부의 복지서비스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누려야 할 혜택이지 운이 따라야 하는 복권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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