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자살자 모집=‘징역·벌금’... 처벌 무서워 안 죽는다고요?
동반 자살자 모집=‘징역·벌금’... 처벌 무서워 안 죽는다고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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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사진=트위터]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죽기 좋은 시기가 따로 있을까? 세상을 등지는데 시기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전문가들은 만물의 생장이 두드러지는 초여름에 자살 빈도수가 가장 높다고 말한다. 자살을 연구한 작가 알프레드 알바레즈는 책 『자살의 연구』에서 “자기 파괴(자살) 주기는 정확히 자연주기를 따른다. 자기 파괴성은 가을부터 낮아지면서 한겨울에 가장 낮고 이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초여름인 5, 6월에 최고조에 이르며 7월부터 또다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며 “1년 주기로 나타나는 자연의 재생 과정을 보며 자신의 처지와 괴리감을 느끼게 되면서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자살 사건 보도는 5, 6월에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

자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 행위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일부 사람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집단의 힘에 의지해 목숨을 끊는 과감성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14일 제주 시내 한 펜션에서 성인 남녀 네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틀 전 입실한 투숙객들이 퇴실하지 않고 인기척이 없자 들어가 본 주인이 남녀 네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중 세명이 사망했고 한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된 도구가 발견됐고, 현관문과 창문 등은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접착테이프 등으로 봉해져 있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고, 이들의 주소지가 서울과 대구 등 서로 다른 점을 토대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동반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반 자살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호산 저자의 논문 「우리나라 동반자살 최근 10년간 동향」에 따르면 “연간 동반자살자 수는 2006년에 자살자 총수의 0.27%(35명)이었으나 2009년에 137명으로 전년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해 2011년에는 162명(1.03% )에 달한 뒤 133~147명 정도로 전체 자살자 수의 1%대 수준”을 보인다. 성별로는 총 1,189명(2006~2015년 )의 동반 자살 시도자 중 남자가 643명, 여자가 554명으로 집계됐다. 자살 방법에 있어 비면식 관계일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 (42건/82.4% )에 집중돼 있었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자살 동반자를 모집하는데, 최근 발생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강남구 역삼동 원룸에서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네명의 시신이 발견됐고, 29일에는 경남 진해에서 20~30대 남성 네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중 한 남성은 생전 별거 중인 부인에게 “우울증이 심해 자살할 수 있다”고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는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 객실에서 20~30대 남성 세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사망자들 간에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지녀, 온라인에 게시된 자살유발정보를 통해 만난 사이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는 경찰청,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지난달 3일부터 14일까지 ‘국민 참여 자살유발 정보 클리닝 활동’을 벌인 결과 온라인상에서 1만6,966건의 자살유발정보를 발견했고, 그중 5,244(30.9% )건을 삭제 조치했다. 그중 자살동반자 모집 정보(2,155건 )는 작년(1,462건 )보다 47.4% 증가했다. 그간 자살유발정보 게시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지금까지는 해당 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최선의 조치였다.

하지만 16일부터 자살유발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자살예방법이 시행되면서 자살동반자 모집, 자살 방법 제시, 자살 실행을 유도하는 문서·사진·동영상 등을 온라인에 게시·유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과거보다 진보한 조치지만, 누리꾼 사이에서는 “죽음을 결심한 사람에게 징역이나 벌금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자살 시도하다 징역 살고 벌금 맞으면 더 죽고 싶을 듯”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중요한 것은 처벌보다 자살 시도를 되돌릴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살시도자들은 대체로 죽음이 목적이라기보다 삶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차선책으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조현병 환자에게 희생당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역시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자살을 시도하는 것일 뿐 결코 죽음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정부와 관계기관은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 ),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 ) 등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또 관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사례관리를 통해 의료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서비스와 자살시도자와의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살동반자를 모집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는 어찌 보면 세상을 향한 마지막 구조 요청일 수 있다. 그 글을 죽고자 하는 자가 보기 전에 살리고자 하는 자가 본다면, 또 자살시도자를 자살예방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조금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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