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세라비 작가 “페미니즘 피로감 극심... 합리적 지성 갖춘 여성이 나서야”
[인터뷰] 오세라비 작가 “페미니즘 피로감 극심... 합리적 지성 갖춘 여성이 나서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19 14:2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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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혐오’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시대상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과격 성향의 페미니즘이 득세, 이성을 타도해야 할 대상인 ‘적폐’로 간주하고 배척하면서 우리 사회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논란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여성의 지위와 권한 강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법적 주체로 인정받을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던 1890년대 영미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미권의 페미니즘이 20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토론이 가능한’ 사회적 토대를 형성한 반면, 국내 페미니즘은 토론 대상에 상정할 수조차 없는 ‘절대 가치’를 지닌 숭고한 대상으로 추앙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의 이의 제기에는 “가서 더 공부하고 와”라는 논리로 쏘아붙이고 여성의 지적에는 ‘배신자’라는 굴레를 뒤집어씌우는 모습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서구 국가들이 100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성장(GDP 1,700달러)을 우리나라가 20여 년(1960~1970년대)만에 이뤄내면서 극심한 빈부격차와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구조의 폐단을 낳았듯, 긴 성숙기를 거친 서구 페미니즘을 우리나라가 압축해서 받아들이면서 과도기의 열병을 앓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이성 혐오’의 논란을 촉발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이 옳다고 말하는 책 일색인 출판계에 책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내놓으면서 크게 주목받은 중년 여성 오세라비 작가는 “사회적으로 페미니즘을 논의할 환경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페미니즘에 관한 토론회라도 개최하려고 하면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참석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페미니즘을 비난이 허락되지 않는 절대 권력으로 여긴다”고 주장한다. 이어 “대학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강연이라도 할라치면 ‘논란이 되는 사람을 초청할 필요가 있냐’는 학교 측의 반대로 무산되기 일쑤다. 반면 페미니즘 강연은 대학가에 넘쳐난다”고 성토한다.

외국의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는 “10명의 여성이 모인 곳에는 10개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말이 회자되며 어느 정도 다양성이 용납되는 분위기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이성 혐오’를 조장하는 래디컬 페미니즘(급진 여성주의)이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앞서 수차례 열렸던 페미니스트 집회에서 참여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했듯이 남성을 철저히 배척하는 모습이다. 래디컬 페미니스트 앞에서 남성은 존재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증오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옳지 않다”고 지적하는 오세라비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몇 해 전부터 ‘페미니즘’이 크게 주목받는 동시에 사회적 논란(이성 혐오)을 낳고 있다. 그런 페미니즘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 페미니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현대 페미니즘은 이미 1970년 방식의 구시대 담론(여성해방론 )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사회는 남성중심이기 때문에 남성은 가해자요 억압자이며, 여성은 피해자요, 희생자라는 논리다. 페미니즘은 절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탈피한다면 이미 페미니즘이 아니다. 물론 페미니즘 발달사에 있어 리버럴 페미니즘(정치·법률적 자유를 추구 ),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가사 노동에서의 여성 해방 추구 ), 사회주의 페미니즘(가부장제도 철폐 주장 ) 등이 출현했지만, 각각의 모순점과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비판하면서 1970년대에 등장한 페미니즘이 최근 국내를 휩쓸고 있는 래디컬 페미니즘이다. 현재의 급진 페미니즘 운동으로는 우리 사회에 혐오와 갈등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남성을 철저히 배제하는 페미니즘 운동보다는 여성과 남성이 연대할 수 있는 여성운동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은 정확히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가장 큰 문제점은 ‘남성혐오’다. 2015년 8월 메갈리아-워마드로 시작한 급진 페미니즘은 광신적이고 폭력적이다. 메갈리아 등장 이후 남성혐오의 사례는 무수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6·25 참전용사를 비하하고 광복절에는 독립운동가와 국기 모독, 노동운동가 전태일 모욕, 유명 남성들의 죽음에 환호작약(歡呼雀躍·기뻐 소리치며 날뜀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8년 5월 1일 홍익대 회화과 남성 모델의 누드사진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는 잔인한 인격권침해, 명예훼손, 언어폭력이 이뤄졌고, 2018년 7월 7일 혜화역 3차 시위 참가자들은 ‘문재인 재기해 재기해! (자살하라는 의미 )를 외쳤다. 이런 페미니즘 현상이 보편적 질서이며, 보편적 인권정신에 부합하는 것인가? 성평등인가? 페미니스트들은 평화롭게 공존할 마음이 있는지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다.

또 “아름다움 추구는 남성우월주의 문화이며 여성혐오다. 그러므로 아름다움 추구는 시간낭비, 돈 낭비, 자존감을 헤친다”고 주장하며 여성들에게 탈코르셋을 강요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 최근 ‘페미니즘=남성혐오’라는 인식이 팽배한 듯하다. 이런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인가?

남성혐오는 국내 페미니즘만의 문제는 아니다. 래디컬 페미니즘이 원래 그렇다. 1970년 초부터 페미니즘은 본격적인 이데올로기를 내세웠는데, 철저히 성 권력, 성 갈등에 집중했다. 저명한 페미니스트 케이트 밀렛은 책 『성 정치학』(1970년 출판)에서 “모든 문명은 억압적인 가부장제였다”며 인류 역사를 남성지배문화로 규정했고,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저서 『레드스타킹스 선언』(1969년)에서 “모든 형태의 착취와 억압은 남성 지배권의 연장선에 있다”며 “이제 우리는 전면전을 선포한다” 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남성혐오의 시작점이었다. 이러한 페미니즘 운동이 뒤늦게 국내에 상륙하며 (페미니즘의 부정적인 면모를 ) 한꺼번에 다 들여온 것이다.

- 페미니즘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도 눈길을 끄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른바 진보 진영의 대다수 남성은 페미니즘에 우호적이고 페미니즘을 중요한 진보적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특히, 진보 586운동권 세대의 페미니즘 옹호와 지지는 절대적이다. 본인의 단행본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에서 이들을 상세히 분석한 바 있다. 대학 강단의 남성 교수진, 언론계와 문화계 전반에 걸쳐 남성들의 페미니스트 저변이 넓다. 이들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 지지가 ‘교양 있는 남성의 미덕’ 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저자 조던 피터슨의 말대로 “공짜 도덕적 우월감”을 페미니즘을 옹호하며 얻는 게 아닌가 싶다.

- 본인은 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의 잘못을 꼬집었다. 지금의 생각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

나는 2015년 8월(메갈리아 사이트 개설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니터하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고, 비판적 분석적 작업의 결과물이 지난해 7월 출간된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이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다시피 래디컬 페미니즘은 시대착오적 이데올로기이자 사회운동이다. 나는 국내 페미니즘 열기가 절정기에 달한 2016년 8월에 이미 “사회병리 현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

- 페미니즘 열기가 고조되면서 정치권이 페미니스트 세력의 눈치를 본다고 지적했는데 그 이유는?

“페미니즘 비판하면 당이 망한다.” 실제로 어느 정치권 인사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여성가족부, 메이저급 여성단체, 여성단체에서 배출한 여성정치인들이 정치권력을 획득했고, 그러한 영향력은 페미니즘 비판에 대해 침묵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페미니즘 운동지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76%가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고 표했다. 반면 20대 여성 64%가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혀 극명한 대조를 보여 줬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 여당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지난해 연말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성들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유리천장 지수가 높고, 남녀 간 불평등이 굉장히 심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의 발언은 페미니스트들의 평소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데 있어 여성계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통과시키면서 “남성 피해자를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자”고 주도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예를 보더라도 정치권의 페미니즘 지지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젊은 남성들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고 있어 향후 이들의 정치적 선택 또한 관심을 끈다.

[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 최근에는 페미니스트에게 당한 피해사례를 모집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진행하게 된 것인지?

많은 여자 대학생, 중·고교 여학생들이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 놓은 일종의 교리와 이러이러한 것은 되고 이러이러한 것은 안 된다는 식의 목록에 따를 것을 강요받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지 않으면 상식을 뛰어넘는 언어폭력과 교내 조리돌림(망신주기), SNS상의 낙인찍기가 횡행하고 있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몇몇 이들과 공동 작업으로 사례를 모으고 있다. 20대 여성 두명도 함께 하고 있는데 이들은 페미니즘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다. 계획은, 2월 말까지 사례를 모아 원고를 완성하고 4월쯤 출판 예정이다. 책 판매 수익은 전액, 좋은 곳에 기부하기로 했다.

- 급진적 페미니즘과 차별되는 페미니즘 운동이 국내에 존재하나?

페미니즘도 많은 분파가 존재한다. 페미니즘 운동사에 있어 제2물결 초창기 리버럴 페미니즘이 온건한 페미니즘 경향을 보였으나 곧 래디컬 페미니즘의 영향력으로 인해 힘을 상실한 바 있다. 국내에도 분명 리버럴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하리라 보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 개개인의 개성과 여성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합리적이고 지성적인 온건한 페미니스트가 있다면 제발 목소리를 내 달라고 간청하고 싶다.

-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운동이 향후 어떤 양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하는지? 이성 혐오를 철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지난 몇 해를 달궜던 과격하고 극단적인 페미니즘 운동 방식은 누그러질 것이다. 무엇보다 남녀 불문하고 페미니즘 피로감이 심하다. 하지만 이미 수 년 간 페미니즘의 부흥으로 정치사회문화 각 분야에 권력을 획득한 페미니즘 세력의 기세를 제어하기에는 늦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제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인식과 지성을 갖춘 일반 여성들이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바로 잡을 수 있다. 남성들이 이 역할을 하기에는 매우 힘든 현실이다.

- 저서 외에 페미니즘을 중립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알맞은 책 추천을 부탁드린다.

페미니즘 이론과 역사, 페미니즘이 가진 모순과 딜레마를 함께 다루며 깊이 있는 분석과 비판 의식을 가진 책을 읽기를 권장한다. 먼저 책 『페미니즘 무엇이 문제인가』(캐롤린 라마자로글루 지음)를 소개한다. 1997년에 국내 출판되어 현재는 절판된 저서라 아쉽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을 지향한다”고 밝히면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과 문제의식을 정확히 분석한다.

다음은 『젠더 불평등』(주디스 로버 지음)이다. 페미니즘 입문서로 적합하며, 다양한 페미니즘의 분파에 대한 논쟁점 해석과 연구 논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는 수준 높은 저서이다.

마지막으로 『남자다움에 관하여』(하비 맨스필드 지음)를 추천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이며 저명한 보수 논객으로 인문학적 깊이가 탁월하다. 이 책은 남자다움이 사라진 이유로 “페미니즘의 영향”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며, 갈수록 ‘성중립화’ 사회가 돼가는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남자다움이란 ‘마초’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페미니즘에 대한 분석이다. 페미니즘 발달사와 그에 따른 논쟁점 등을 다루는데 어지간한 페미니즘 이론서보다 더 뛰어나며 페미니즘 일대기를 종횡무진 누비며 비판의 날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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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2019-03-17 22:24:53
좋은기사네요 오세라비작가님 응원합니다

청랑 2019-02-24 01:18:1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최근에 민주당에서도 토론회 추진했는데 페미쪽 패널 불참으로 무산됐죠. 논리적으로는 밀릴거라는걸 본인들도 잘 알고 있나봅니다.

응원 2019-02-24 00:44:29
응원합니다. 밑에 ㅁㅊㄴ아 아가리는 니가 싸물어!!!

6.9재기단 2019-02-23 19:10:02
아가리 싸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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