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그 순간 처음으로 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행복하다고 느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꼭 무엇이 되지 않으면 어떤가?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잣대와 타인을 평가하는 시선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는 그 굴레를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자고,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나를 예뻐해 주자고 결심했다. (중략)
이 다짐은 아직 여전하다. 나는 지금도 이란 전문가가 되기 위해 도전 중이다. 목표가 바뀌니 내 관심사를 축소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최대한 다양하게 관심 분야를 접하고 자유롭게 알아가고 있다. 그 도전 자체가 무척 즐겁다.
이렇게 딱 10년만 해보면 좀 더 구체적인 길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분야에 특화된 사람이 스페셜리스트라면,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갖고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은 제너럴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스페셜리스트도 좋지만 제너럴리스트도 또 다른 종류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이란 관련 분야는 워낙 척박해 오히려 제너럴리스트가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을 것이다.
인터뷰 질문지에 답을 채우는 동안 오히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대학생들이라면 무모한 날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비록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길을 가고 있고, 또 세상엔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75~78쪽>
이란아토즈의 시작은 수익 추구와 거리가 멀었다. 이란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보여주고 이란 문화도 알라고 싶었다. 전문적인 이란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중에는 컨설팅 서비스와 기업 출강까지 범위를 넓혀서 이란과 한국의 민간 가교역할을 하자는 목표와 꿈이 있었다. (중략)
회사를 운영하려면 안정적인 수입원 하나쯤은 있어야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본 결과, 우리 회사의 첫 번째 업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란어 수업’으로 결정됐다. 매달 꾸준히 이란어를 배우러 오는 회원이 있다면 회사를 유지하며 다른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50~151쪽>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돼요』
정제희 지음|21세기북스 펴냄|224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