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칠전팔기 심형래 다시 일어섰다… “영구 있~다!”
[책 읽는 대한민국] 칠전팔기 심형래 다시 일어섰다… “영구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0.24 1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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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태구 기자]
[사진= 이태구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대한민국에서 ‘심형래’ 하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어려 언어를 모르는 갓난아기라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갓난아기라도 그가 만든 영화나 ‘영구 슬랩스틱’을 보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실제로 요즘 어린아이들은 유튜브에서 ‘띠리리리리리~ 영구 없다’와 ‘칙칙이의 내일은 챔피언’을 찾아본다고 한다. 아직도 심형래가 무대에 오르면 남녀노소 즐거움에 환호한다. 

대한민국에서 심형래만큼 이른 나이에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은 드물다. 코미디언 심형래의 인기는 대단했다. 1982년 25세의 나이로 KBS 코미디 대상을 받고 1985년에는 <월간중앙>의 ‘스타 인기 조사’에서 3009표를 받아 1329표를 받은 조용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가요계에는 조용필, 코미디계에는 심형래.” 1958년생으로 20대에 데뷔한 그가 올해 61세를 맞이할 동안 대한민국 코미디계의 ‘대부’는 줄곧 ‘심형래’였으니 말 다했다.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예능인들은 그를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는다. 

넘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의 숙명이었을까. 심형래의 발걸음은 배우이자 코미디언으로서 ‘찍히는 사람’에서 영화감독인 ‘찍는 사람’으로, 그리고 그 둘을 같이 하는 사람으로 나아갔다. ‘우뢰매’ ‘황금박쥐’ 등 30여 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고, 1992년 영화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부터 1999년 ‘용가리’, 2007년 ‘디 워’, 2010년 ‘라스트 갓 파더’ 등 10여 편의 영화에서는 출연을 넘어 제작에도 관여했다. 심 감독이 제작하고 주연을 한 영화를 보기 위해 비를 맞으며 극장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은 흔한 풍경이었다. 제45회 대종상영화제 영상기술상을 받은 ‘디 워’는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이 “한국 영화에서 VFX(특수효과)의 명실상부한 시작은 ‘디 워’였다”고 할 정도로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대담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여느 성공한 인생이 그렇듯,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던 그의 인생에도 그늘이 드리웠고, 그가 일궈놓은 찬란한 업적들을 빛바래게 했다. 2011년 영구아트무비가 적자로 문을 닫고 나서 벌어진 상황은 그의 말대로 “밑바닥”이었다. 심 감독을 존경하고 좋아했던 일부 사람들은 매정하게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믿었던 사람들은 그의 “뒤통수를 치기도” 했다. 한 번 갈라진 틈은 계속해서 벌어졌고, 그 뒤로는 “막장에 들어간 듯”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저만큼 실패해 본 사람도 드물 거예요.” 

보통 사람이라면 지레 포기했을, “사방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상황이었지만 다시 대중 앞에 서기 위해 단칸방에서 극본을 쓰고 코미디를 연습했다.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꿈을 위해 일어났다. 그는 실제로 지난 5일까지 진행된 마당놀이 ‘뺑파’를 마치고 앓아누웠던 바로 다음 주, 다시 일어나 기자를 맞았다. 칠전팔기,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대한민국의 찰리 채플린’ ‘영원한 희극인’ ‘개그계의 대가’ ‘영화감독’ ‘추억이자 웃음 전도사’… 찬란한 수식어들은 그의 ‘오뚝이 정신’에 비하면 한없이 작아 보인다. 

10월의 어느 가을날,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심 감독은 그날의 하늘처럼 담담했다. 

[사진= 이태구 기자]
[사진= 이태구 기자]

-<독서신문>의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명사로 선정되셨다.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명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명사로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마당놀이 ‘뺑파’를 시작으로 다시 여러분 앞에 나왔습니다. 앞으로 제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가 하는 일,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독서신문>의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그 취지가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독서신문>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 초 ‘심형래 유랑극단’을 시작으로 ‘코미디 전설’의 복귀를 알렸는데, 한동안 잠잠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그동안 영화 ‘디 워 2’의 시나리오 작업과 시나리오 번역 작업을 했고, 미국의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등의 회사와 ‘디 워 2’ 관련해서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와 함께 배급, 제작, 캐스팅 등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또한 ‘테마파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콘텐츠가 많습니다. 이 콘텐츠들을 활용해 디즈니랜드, 유니버셜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스튜디오 못지않은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제가 제작한 ‘용가리’와 ‘디 워’ ‘우뢰매’ ‘영구’를 직접 만질 수 있고 만나볼 수 있는 체험관이 될 것입니다. 올 11월에 찾아뵐 ‘19금 버라이어티 심형래쇼’는 지난해 충청남도 강경에서 ‘심형래쇼’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공연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 기획하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 후배들이 하는 코미디도 재미있지만, 저나 최양락, 임하룡 같은 옛날 코미디언들이 하는 코미디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특히 연세 있으신 분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즘에는 문화 쪽으로 아이돌 같은 젊은 사람들이 나오는 공연들만 많으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객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돈을 떠나서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5일까지 진행한 마당놀이 ‘뺑파’와 마찬가지로, 관객들과 대화하며 진행하는 쇼가 될 것입니다. 벌써부터 티켓이 1,000장 이상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이 공연 후에 전국 투어와 해외 투어도 할 예정입니다. 준비 많이 했습니다.     

-어떤 보람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각오를 하고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과거 ‘유머 일번지’라든지 ‘쇼 비디오자키’라든지 코미디가 활성화됐던 시절에는 경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웬만하면 모든 장사도 다 잘됐고요. 사람들 사이에서 유머도 많고, 웃음이 많은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서로 극과 극으로 나뉘어 있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사람들의 감성이 메말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 심형래가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 사회가 웃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영화 쪽에만 치중하다 보니 심형래의 코미디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이번 마당놀이 ‘뺑파’ 때 사람들이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배꼽 잡으시고 호응하며 웃는 모습은 정말 제게는 보람이었습니다.    

- ‘웃음의 대가’ 심형래가 생각한 사람들을 웃게 하는 비결은…

어려운 데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웃음은 나옵니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웃음은 나올 수 없습니다. 이 ‘공감 포인트’를 잘 잡는 게 코미디의 시작입니다. 그러고 나서 ‘웃음’을 일으키는 법칙 혹은 코드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기대 외 웃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명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벽에 손을 짚으면 다른 사람들이 “왜 벽에 손을 짚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때 벽을 짚은 사람은 “벽이 무너질까봐”라고 예상치 못한 발언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야 그냥 가 인마”하고 그 사람을 끌고 갈 때 정말 벽이 무너진다면 그때 더 큰 웃음이 터집니다. 이런 웃음 법칙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코미디는 한 번 ‘히트 치면’ 몇십 년을 우려먹는 노래와 다릅니다. 매주 소재를 새롭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코미디는 똑같은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대에서는 예상치 못한 관객의 반응에 임기응변이 늘 필요합니다. 이런 임기응변은 재능이 30%, 노력이 70%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를 엄청나게 합니다. 몇십 년간 수백 번 무대에 섰지만, 매번 어렵고 낯섭니다. 이번 ‘19금 버라이어티 심형래쇼’는 특히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쇼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하나의 웃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진= 이태구 기자]
[사진= 이태구 기자]

-그동안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심형래의 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 아직 레일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많은 분이 ‘심형래 잘나가다가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말에 힘들었지만,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세계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다 이런 코스를 거쳤다.’ ‘이것은 인생의 과정일 뿐이다.’ 정주영 회장도, 스티브 잡스도, 마윈 회장도 모두 저보다 심한 역경을 거쳤습니다. 저는 거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요즘 어려운 일을 겪었다고 빨리빨리 다 포기하려 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버리려는 이들이 있다지요. 정말 그러지 마십시오. 저도 살고, 세계적인 위인들도 모두 살아내고 기회를 잡았습니다. 저는 밑바닥에 떨어졌더라도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습니다. 돈 한 푼 없고 빚더미에 앉은 가장 어려운 시절에도 단칸방에서 ‘디 워 2’의 시나리오를 썼고, ‘심형래쇼’를 기획하고 제 꿈인 ‘테마파크’를 준비했습니다. 멈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마당놀이 ‘뺑파’를 하고, ‘심형래쇼’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이쑤시개를 보고 영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쑤시개 하나를 몇백 가지 종류로 나눠서 팔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이쑤시개는 박하 맛이 나고 어떤 이쑤시개는 아주 얇아 이 사이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 하찮은 것마저도 제각기 특별해져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그만의 재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옛말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있지요. 자기만의 재능을 찾고, 키워서 얼마든지 살아갈 방법이 많습니다. 필요한 것은 ‘준비’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초연하게 준비하십시오.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많은 책을 읽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 준비하면 분명 기회가 올 때 붙잡을 수 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국민들 가슴 속에 ‘심형래’는 웃음과 행복으로 남아있다. 한편, 일부 국민들은 그동안 몇몇 논란으로 인해 다소 실망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심형래’의 인생은 어떤 방향성을 가질 것인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만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제가 만약 제 꿈을 이루는 데 성공을 하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키우고 싶습니다. 영구아트무비가 좋은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영구아트무비를 통해 영화 기술을 배우고 성장해 나간 직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직원들에게 아직 퇴직금을 주지 못한 게 정말 죄송스럽고, 꼭 퇴직금을 지급할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가 다시 성공한다면, 조성할 ‘테마파크’ 안에 아카데미를 하나 만들어 고급인력들을 많이 키워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만들었다. 평소 시나리오나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데, 좋은 책을 추천해준다면…

책을 읽으면 세상과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지』를 5번 정도 읽었습니다. 조금 씁쓸하지만, 『삼국지』를 통해 배운 세상은 조금 냉혹했습니다. 『삼국지』에는 계략과 모략, 배신과 전략 등 인간 세상의 어두운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읽기 전의 저는 너무나 순수했기 때문에 믿었던 사람들에게 쉽게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인간의 감정, 관계 등을 깨달았고,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 사람의 참모습은 어떤지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사회에 나가기 전에 ‘무장’(武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중국에 진출하려는 사람에게도 추천합니다. 저도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삼국지』를 몇 번 읽으면 중국에 대해 빠삭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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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영 2018-10-25 07:52:02
책중에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성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