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자
[조환묵의 3분 지식]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자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8.06.1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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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밍 효과와 역발상
조환묵<(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턴
트/『직장인 3분 지식』 저자>

[독서신문] 빨간색 안경을 끼면 세상이 빨갛게 보이고, 파란색 안경을 끼면 세상이 파랗게 보인다. 또 세모 모양의 틈으로 밖을 바라보면 세상은 세모로 보이고, 네모 모양의 구멍으로 들여다보면 세상은 네모로 보인다. 이처럼 세상은 어떤 틀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는 의사 전달을 어떤 틀 안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달받은 사람의 태도나 행동이 달라지는 효과를 일컫는다. 프레임(Frame)이란 사전적 의미로 '창틀'을 뜻한다. 여기서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의미한다.

예컨대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해서 살아날 확률이 90%라고 말하면 수술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수술로 죽을 확률이 10%라고 말하면 대다수의 환자가 수술을 거부한다고 한다. 이같이 프레이밍 효과는 사람의 판단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과거에 소비자는 우유를 구입할 때 유통기한이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우유를 선택하곤 했다. 하지만 실제는 제조회사마다 우유의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신선도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이 사실을 간파한 서울우유는 유통기한 대신에 제조일자를 전면에 표기함으로써 우유 신선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틀, 즉 프레이밍을 바꿔버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서울우유의 ‘제조일자 마케팅’이다. ‘서울우유는 신선한 우유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프레이밍 효과가 나타나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금은 소비자가 가장 최근의 제조일자가 찍힌 우유를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는 가끔 퇴근 길에 우유를 사가지고 오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고 집 근처 슈퍼에서 무심코 맨 앞에 있는 우유를 집어 사가지고 간다. 그러면 아내는 우유의 제조일자부터 먼저 확인하고 며칠 전에 제조한 것이면 ‘잘 좀 보고 사지. 며칠 지났잖아.’라며 타박을 놓는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 마실 텐데 웬 난리야.’하고 나는 볼멘소리를 낸다. 프레이밍 효과란 이처럼 강력하다. 한번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진출처=매일우유 홈페이지>

 

올 3월에 매일우유는 뚜껑을 열고 잠그는 새로운 우유팩을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우유팩이 깔끔하게 개봉하기 어렵고 냉장고에서 음식물 냄새가 배는 등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제조업체가 우유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간 보다, 소비자가 냉장고에 우유를 보관하는 기간이 더 길다는 점에 착안하여 신선한 우유의 맛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우유의 ‘제조일자 마케팅’에 대응하기 위하여 내놓은 정반대의 프레이밍, 일명 ‘후레쉬팩 마케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기존의 프레이밍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발상이 필요하다. 생각을 다르게 해야 한다. 과거에 이미 수백 번 경험한 것도 마치 처음 경험한 것처럼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느껴야 한다. 이때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역발상의 사례를 찾아보자. 19세기에 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미국 서부로 몰려들었지만 금을 캐서 큰돈을 번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천막용 천을 뜯어서 청바지를 만들어 판 사람은 많은 돈을 벌었다. 미국의 유명한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이야기다.

일본의 아오모리 현은 사과로 유명하다. 어느 해에 태풍이 잇따라 들이닥쳐 사과의 90%가 떨어졌다. 농민들은 소득의 90%가 날아가 버려 낙담하고 있었다. 이 때 한 농부가 기막힌 역발상을 했다. 큰 태풍에도 견딘 특별한 사과라면서 ‘합격사과’라는 이름으로 일반 사과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판 것이다. 합격사과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아오모리 현의 농민들은 풍작 때 보다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흔히 와인은 오래 될수록 맛있고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갓 수확한 햇포도로 만든 와인 ‘보졸레 누보’는 오랜 시간 숙성되지 않았다는 치명적 단점을 오히려 ‘신선하다’는 강점으로 승화시키고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보통 껌이라고 하면 잠자기 전에는 씹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자기 전에 씹는 껌’, ‘치과의사가 추천하는 충치 예방 껌’이라는 콘셉트로 히트 친 상품이 있다. 바로 자일리톨 껌이다. 껌에는 설탕 성분이 들어가 있어 충치가 생기기 쉽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린 아이디어 상품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 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내몰렸다. 어느 중고 외제차 딜러도 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한 대도 팔지 못하고 재고는 쌓여만 갔다. 여기서 그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중고차를 다시 미국에 팔자는 역발상이었다. 외제차 역수출에 나선 그는 큰 성공을 거뒀고 여세를 몰아 유럽, 중남미까지 진출했다.

더운 나라에서 모피코트를 팔고, 추운 나라에서는 에어컨을 파는 기업 이야기는 역발상의 흔한 사례다. 작은 일이라도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 매일 보는 것도 낯설게 보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자. 분명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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