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우종수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변화? 독서 통한 간접경험 꼭 필요”
[책 읽는 대한민국] 우종수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변화? 독서 통한 간접경험 꼭 필요”
  • 박정욱 기자
  • 승인 2018.05.08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천도서-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윤석철 『경영·경제·인생』,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이혜정 『대한민국의 시험』

[독서신문 박정욱 기자ㆍ사진=이태구 기자] 청바지에 재킷, 그리고 배낭 차림. 경쾌한 발걸음. 우종수(63)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은 첫 등장부터 기분 좋게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환갑을 넘긴 나이며, 교육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직함이 강제하는 통념과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2년전 재단 이사장으로 들어가서부터 일부러 이렇게 입고 다녔다. 기존 틀에 얽매여있는 교장·교감·선생님들께 변화를 말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5월 초, 서울로 출장 온 우 이사장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만났다(재단은 포항에 있다). 2년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 2월, 연임에 성공한 그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다”며 교육의 중요성과 현실적 대안을 강조했다. 또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 꼭 필요하다”며 독서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 포스코 교육재단은 어떤 곳인가요.

포스코 교육재단은 1971년 포스코 직원 자녀들을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국운이 걸린 제철소를 제대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헌신으로 뭉친 우수한 젊은 인재를 불러 모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우수한 교육기관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포항에서 광양으로, 그리고 인천까지 포스코가 발전하고 확장함에 따라 학교를 계속 설립해서 이제는 포항, 광양, 인천에 12개 학교(유치원 2, 초등학교 4, 중학교 2, 고등학교 4)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직원자녀들만 교육시켰지만 이제는 개방하여 지역사회의 인재육성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질적 면에서나 규모 면에서나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중등 사학교육재단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 재단 이사장을 맡으신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는지.

제가 재단에 와서 처음 본 책이 켄 로빈슨(Ken Robinson)의 『엘리먼트』(The Element)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교육의 본질은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약속드린 것이 “재단은 통제와 간섭을 하지 않겠다”, “재단 주도로 톱다운(Top Down)식의 획일화된 정책은 하지 않겠다”, “이전부터 해 오던 정책이라도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겠다”였습니다. 또 하나, 다양성의 회복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너무 오랫동안 학부모, 교육청, 지역 정치가, 재단 등으로부터 통제와 간섭을 받아왔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식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학교의 리더인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우선 변화해야 선생님들의 생각을 그나마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들에 한해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게 교장 선임 제도를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께서 서서히 인정해 주시고 있습니다. 재단 역사상 처음으로 인천 포스코고에 명망 있는 외부 교장선생님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작년부터는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성적과 입시 위주의 ‘정답 찾기’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 토론과 참여, 책임과 자치를 경험하며 스스로 미래를 열어 가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교육은 많이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많이 끄집어내는 배움으로 패러다임을 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선생님들의 강의 자율성 보장,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 확대,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교육의 장(場) 조성, 학교 중심의 책임경영 및 교육행정 선진화 실현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성취도 높은 학습법에 대해 조언 해주십시오.

‘공부엔 왕도가 없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요즘은 저희 때보다 시간과 체력의 낭비가 훨씬 심한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지금처럼 공부해서 대학 들어가면, 직장도 갖고 사회에 적응해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점점 사회로부터 배척당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 직업의 40%이상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미래 세상은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슈퍼 테크놀로지(Super Technology), 슈퍼 엘리트(Super Elite), 그리고 쓸모없는 다수(Useless Many)입니다. 성취도가 높건 낮건 지금처럼 학습하고 연구하면 ‘쓸모없는 다수’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한국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있는데, 아직 기초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말라 죽어가는 과일나무 밑에서 크고 맛있는 과일이 열리길 기다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노벨상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교육을 시켜 놓고 노벨상 타기만 바라는 것은 허황된 바람입니다. 사회가 재물과 권력 가진 사람만을 인정하는데 누가 그 오랜 기간 자연의 섭리를 밝히는 가시밭길을 가려고 할까요? 내 자식은 대기업 직원이나 의사 돼서 오랫동안 돈 많이 벌기 바라면서, 또 판사나 검사되어 권력을 잡고 돈도 많이 벌기를 바라면서 남의 자식은 빈곤하고 멸시받는 역경의 길을 가라고 하면 될까요? 저는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도 연구개발의 방법이 부족한 것도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사회의 가치관이 왜곡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재단 산하 10개 초·중·고교에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도입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재단에 와서 교육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이해가지 않았던 것은 왜 그 많은 우수한 교육자, 교육 관료들이 거의 해마다 교육정책을 바꾸어 왔는데 사교육비는 끝없이 오르고, 교육망국이란 말은 계속 회자되고 있는 지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왜곡되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교육 분야에서 특히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돼 왔습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의 경우 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우수하지만 평가가 오랜 기간 검증된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평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경제적 성공의 밑바탕이 되어 왔던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체제가 이제는 오히려 미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미래사회를 대비하는데 IB 교육과정이 강력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 IB 교육과정 도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모든 학생들이 IB 교육과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한글기반의 IB 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하고, IB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본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면 더 효과적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현재는 일부 교육청과 교육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한글기반 IB 교육과정의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글기반의 IB교육이 가능해지면 포스코 교육재단이 앞장서서 도입하려고 합니다. 올해 승인이 나도 기반을 닦는데 5~6년 정도 걸립니다. 따라서 그 사이에 영어기반 IB 교육과정의 도입을 원하는 학교가 있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합니다. 재단 내에는 인천 포스코고가 영어IB를 금년 내에 신청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IB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현재 교육과정 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 등에 대해 검토하는 중입니다.

- 평소 책을 많이 보시나요.

꾸준히 보는 편입니다. 평균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적고, 또 많은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승 선배 등 사람에게서보다 책으로부터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한국 위인전, 삼국지도 읽었지만 가장 재미있고 영감을 많이 받았던 책은 일본의 전국시대를 다룬 『대망』이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세 영웅의 성장 과정과 인생관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았으면 좋을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책이었습니다.

- 추천하고 싶은 책을 몇 권 소개해 주십시오.

인류사와 미래학 분야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읽어 보시라 권유하고 싶습니다. 『총·균·쇠』도 읽어 보았지만 『사피엔스』가 그 보다 더 인류역사를 포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호모데우스』도 가장 있을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어 긴장감을 가지고 읽었던 책입니다. 역사책으로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경제와 경영분야에는 서울대 윤석철 교수님의 에세이집 『경영·경제·인생』을 꼭 한번 보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이 책은 지금도 항상 옆에 놓고 펴보고 합니다.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철학분야에서는 서강대 교수를 하셨던 최진석 박사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교육 분야에서는 이혜정 박사님의 『대한민국의 시험』이란 책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독자분들께서도 시간 나시면 한번 접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 끝으로 <독서신문> 독자와 재단 산하 학생•임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해주십시오.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두 가지의 문제는 ‘인구절벽’과 ‘성장 동력의 부재’입니다. 인구절벽은 젊은이들이 자녀 교육시키기 너무 힘들어 아이를 가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성장 동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 선다형 교육만 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교육의 근본 문제 해결은 별로 관심이 없고, 권력의 분배, 부의 분배에 더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있어서는 기껏해야 대학 입시가 어떻게 변해야 서로에게 유리한지, 정치적으로 더 이득이 있는지에 몰두할 뿐 그 이상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는 일본이 국가차원에서 IB 교육과정을 도입하며 취했던 전략적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재건을 위해 경제의 재건이 필요하고, 경제의 재건에는 인재의 재건이 필요하며 인재의 재건에는 교육의 재건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더 절실하게 필요한 전략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혁신연구소 이혜정 박사께서는 일본이 국가적 차원으로 IB과정을 도입하는 것을 교육의 메이지 유신이라고까지 표현하더군요. 구한말 국내 정쟁과 쇄국주의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해 약소국이 되었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교육의 세계적인 흐름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나라가 근본적인 교육의 구조개혁과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교육전문가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희망합니다. 교육은 10년, 20년 뒤에나 결실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교육개혁을 시작해야 하고, 하더라도 제대로, 그리고 장기간 꾸준하게 인내를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