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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교육과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국가교육회의, IB 교육과정의 공교육 도입방안 논의하라”
<교육과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당신은 왜 이 연구를 하십니까?”

“…….”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당시 미국 미시간대학교 객원교수)이 ‘서울대와 미시간대 학생들의 성적 요인’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청중 중 미국 대학 교수로 보이는 한 한국인이 질문을 했다.

“서울대 교육의 문제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 전체의 문제이고,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의 문제입니다. 그런 중차대한 문제를 극소수의 전문가들만 읽는 외국 학술지에 게재하고 외국 땅에 와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발표하는 일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꾸는 데 무슨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까?”

“…….”

“이제까지 교육학 논문이 없어서 대한민국 교육이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교육학자가 없어서 대한민국 교육이 안 바뀌는 것입니까?”

“…….”

이혜정 소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하는 일 자체에 근원적 성찰을 하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교육을 개혁하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혜정 소장은 우선 단행본을 집필하여 대중들에게 이런 문제들을 알리기로 했다.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2014년에 단행본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집필하고, 2017년에 ‘대한민국의 시험’을 발간했다. 그 전까지는 학자로서 대학에서 주로 요구하는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사회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색인) 등재 논문을 쓰는 것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혜정 소장은 한국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꺼내는 교육’으로 수업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시험문제 형식을 객관식 정답찾기에서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평가하는 서술 논술형으로 바꾸는 평가 혁명에 착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KBS 명견만리’, ‘EBS 다큐 프라임’, ‘SBS 스페셜’ 등 각종 다큐멘터리에서 다뤘다. ‘EBS 교육대토론’ 등 각종 토론회에서도 한국 교육에 관한 걱정과 우려를 전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의 기고문으로도 인식을 확산하고 있다. 전국 주요 교육청의 초청을 받아 장학관, 장학사, 교장 등을 대상으로 강연하면서 한국 교육의 혁신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지금이 평가 혁명의 적기입니다. 20~30년 전에는 제조적 지식으로 경제발전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지금은 제조적 지식으로 직업 얻고 살기 힘듭니다. 교육 측면에서 기존의 내신, 수능 제도는 문제가 많습니다. 논술도 본래 취지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왔고, 학생부종합전형 비교과도 왜곡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구한말 근대화 변화에 늦게 대응하여 나라를 잃었듯이, 지금 4차산업혁명 지진해일(쓰나미)에 늦게 대응하면 또다시 다른 나라에게 경쟁력을 빼앗깁니다. 지금 빨리 착수해야 합니다. 집어넣는 수업에서 꺼내는 수업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 소장은 교육 혁신을 위한 1차 방안으로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을 국내 공교육에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서울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에서 연구용역을 의뢰 받아 IB 교육과정을 국내 공교육에 도입할 수 있는 교육정책방안을 만들고 있다. 다른 교육청에서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수능에서 객관식 문제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서술·논술형으로 바꾸는가 하면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기 시작한 상태다.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이란?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논술형 교육과정은 ‘전인교육’을 교육이념으로 하고 있다. 초등교육프로그램(PYP), 중등교육프로그램(MYP),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을 거쳐 ‘탐구하는 인간’, ‘지식이 있는 인간’, ‘생각할 수 있는 인간’ 등의 10가지 학습자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 교육과정은 1968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관 IBO에서 개발했다. 전 세계 146개국에서 채택하고 75개국 2,000여 개 대학이 인정하는 국제적인 교육과정이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검증된 표준화 시험이면서도 객관식 정답 맞히기형 시험이 아니라 학생들의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능력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본래 우리나라 교육은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흔히 조선시대의 교육을 천자문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라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천자문 암기는 문해교육 단계일 뿐입니다. 영어로 따지자면 알파벳과 단어를 암기하는 수준인 것입니다. 표의문자로 글자 자체가 많으니 암기가 많긴 했지만 일단 글자를 익히는 문해교육 단계가 지나면 성균관이나 왕의 경연 등에서 보듯이 실제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심층토론이었고 국가고시인 과거시험은 비판적 창의적 글쓰기였습니다.”

이혜정 소장은 “조선시대 교육은 암기만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순응적인 교육을 하고 싶어했고, 그 교육이 오늘날 정권이 바뀌면서도 그대로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혜정 소장은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교육공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 조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 객원교수,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이혜정 소장에게 IB 교육과정의 국내 공교육 도입 방안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하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교육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한다…학생부종합전형 문제 심각”

- 평가 혁명의 내용과 방향성은 좋지만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러한 평가 혁명이 가능할까?’ 생각했습니다. 교육 주체는 하나가 아니고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공교육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사례를 보니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가 혁명은 환상이 아니고 일본에서는 현실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결국 의지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일제 식민지 교육인데, 그 교육의 본류인 일본에서도 평가 혁명을 하지 않습니까?”

- 그럼 어떤 교육을 해야 하나요?

“추격형 경제 모델에서는, 지금까지의 교육으로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교육을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합니다. 나라의 생산력, 경쟁력을 키우고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이끄는 창의적 인재 양성,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공감하며 협업할 줄 아는 민주시민 양성, 이를 위해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을 ‘물 만난 물고기’로 만들자는 것이 바로 제가 제안하는 교육입니다. 이를 위해서 얼마나 집어넣었는지 측정하는 것을 넘어서 꺼내는 평가를 하자는 것입니다.”

- 시험 문제만 바뀐다고 해결될까요?

“단순히 시험 문제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닙니다. 교수법, 교육과정, 교육부와 교육청, 각종 제도와 정책들을 연쇄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현재 대입 체제에서 수능은 획일화된 주입식 문제풀이 위주라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내신은 수능보다 더 저급한 시험문제로 학생들을 치졸하게 서열 매깁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다양성과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자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사실상 학교가 하지 않고 학부모에게 떠넘겨서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듭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평가혁명은 이러한 학종과 내신과 수능의 폐해를 해결할 대안입니다.”

 

◆ “내가 제안하는 ‘꺼내는 교육’은 좌우 진영논리와 상관 없어”

- 교육계에서는 평가혁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대부분 (객관식, 선택형 위주의)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궁극적인 방향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시기상조라고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안타깝게도 진보 진영에서 시작한 교육개혁운동은 보수 진영에서 인정하지 않고, 보수에서 시작한 시도는 진보에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저항을 받을 두려움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 지금은 어떤 상황입니까?

“현재 대한민국 교육 문제는 진보나 보수 어느 쪽의 시각에서 봐도 그 심각성이 도를 넘었습니다. 이제는 좌우 모두 한마음으로 나서야 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평가혁명을 통한 교육혁명은 진보 보수 어느 쪽에서 봐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집어넣는 교육은 좌우가 다른 걸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나, 꺼내는 교육은 학생으로부터 꺼내는 것이기 때문에 좌우 진영논리 차원을 벗어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할 경쟁력 있는 창의인재를 양성하고,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공감․협업할 줄 아는 민주시민을 키우는 일은 진보와 보수가 모두 꿈꾸는 목표입니다.“

- 대안으로 제안한 IB형 교육과정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IB의 고교 과정인 DP(디플로마 프로그램)는 옥스퍼드나 하버드 등 세계 명문대들이 모두 인정하고 선호하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이자 시험입니다. 우리나라 개념으로 치면 내신과 수능이 모두 포함됩니다. 비교과도 학교교육과정 안으로 포함되도록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전과목 논서술형으로,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교육과정은 이러한 형태의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꺼내는 교육의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세계 명문대에서 IB 교육과정을 선호하는 이유를 보라”

- 세계 명문대에서도 IB 교육과정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선호하나요?

“올해 3월에 요코하마에서 3일간 열린 IB 글로벌컨퍼런스의 한 세션에서는 홍콩대, 멜버른대, 시드니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츠쿠바대 등 여러 명문대 입학처 담당자들이 IB로 공부한 학생들을 얼마나 선호하는지를 언급하며 대학설명회를 했습니다. 그곳에 우리나라의 카이스트도 와서 설명회를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에서 수능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수시일반전형에서 IB 교육과정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합격시키고 있습니다. IB 교육과정의 채점 공정성을 신뢰한다는 뜻이죠. 요코하마 컨퍼런스에서 IB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설명회를 하던 명문대 입학사정관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IB 학생들을 선호하는 이유를 ‘IB로 배운 학생들이 대학에서 더 잘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대학에서도 미국의 기존 입시 제도인 AP(Advanced placement, 대학 선이수과정) 학생들보다 IB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다는 통계 보도가 나왔습니다.“

- 대학에서 왜 IB 교육과정 출신을 선호하나요?

“제가 세계적 명문대 입학담당관들에게 왜 IB 학생들을 선호하는지 직접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IB 교육과정으로 육성된 역량이 대학에서 추구하는 역량과 같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특히 최근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으려면 IB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역량이 결정적으로 요구됩니다. 한국에서는 평가 방식으로 객관식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했더니, 명문대 입학담당관들은 ‘공정’은 신뢰도와 타당도가 있어야 하는데 객관식은 신뢰로울지 모르나 타당도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습니다.”

- 객관식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군요.

“맞습니다. 객관식 평가로 길러지는 능력이 실제로 대학에서 교육하고 기르려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생각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은데, 이런 역량은 객관식 문제로는 키우기 어렵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증명되었습니다. 그런데 IB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논서술형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제도와 보완책을 구축하면 채점의 신뢰도는 구현 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최근 IBDP(IB 디플로마 프로그램: 고교 과정) 학생들이 영국이나 미국의 상위권 대학 합격률이 더 높고, 졸업률도 더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 “미국에서도 IB 교육과정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있다”

- 미국에서도 IB 교육과정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있다면서요?

“제가 미국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대학교에서 한국과 미국 대학생들의 공부법을 주제로 비교연구를 할 때 둘째 아이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 공립학교의 학부모로서도 지냈습니다.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미시간 주에서 공립학교 학부모들에게 IB 교육과정 도입에 관해 설문한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학부모로서 설문에 답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난해에 3년 만에 갔더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개교씩을 시범학교로 해서 이미 IB 교육을 시작했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학비를 내야 하는 국제학교나 외고에서나 가능한 IB 교육을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무상교육인 ‘공립학교’에서 실시하기 시작한 겁니다.

- 그 학교는 IB 교육과정으로 왜 바꾼 걸까요?

“2017년 상반기에 IB 공식 인증을 받고 IB 정규교육을 시작한 휴런고등학교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왜 기존의 AP 교육에서 IB 교육과정으로 바꿨는지 설명해 놓은 비교표가 있습니다. 거기서 첫 번째 항목이 AP는 국내 표준(내셔널 스탠다드), IB는 국제 표준(인터내셔널 스탠다드)이라는 것입니다. IB에서 추구해야 할 역량이 변화하는 세계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AP는 한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결과위주 평가이지만, IB는 전체 기간의 수업을 IB로 수강해야만 IB 시험을 볼 수 있는 과정평가 위주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과 우리나라의 2015 교육과정에 좀 더 적합한 제도입니다.“

 

◆ “일본처럼 정부 주도로 IB 교육과정 공교육에 도입해야”

- 일본처럼 시범학교에라도 기존의 IB 교육과정을 들여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평가 혁명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안은 일본처럼 국가가 나서서 IB 교육과정 전체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각 시도교육청 권역별로 몇 개의 시범 인증학교를 도입해서 공교육에 퍼질 수 있는 본보기를 세우는 겁니다. 전체 교육과정 번역 및 인증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나서서 해 주고,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그것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공립학교에 통째로 무료로 그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공교육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이 2013년부터 준비하여 착수한 일입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 권역별로 시범 인증학교를 만드는 일은 필요하지만 전국의 모든 학교가 다 IB 인증학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 또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2안은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우리가 직접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과정과 시험 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교육과정의 운영을 점검할 관리 기구와 채점 본부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인데요. 지금까지 교육과정과 대입시험은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들었는데 문제는 현재의 교육과정을 만드는 분들이 지금까지의 틀(프레임)에만 갇혀 있다면 이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평가 혁명은 단순히 시험 문제 하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도, 철학, 패러다임의 문제다 보니, 기존 틀에 있던 분들이 단시간에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아 장기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 “역량 성숙할 때까지 IB 교육과정 받아들여 참고하는 게 유리”

- 한국 교육계에서 과연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만들 수 있을까요?

“효율성을 따질 때 일본 역시 그러한 자국형 바칼로레아를 즉시 만드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자국의 역량이 성숙할 때까지는 먼저 IB 인증학교를 본보기로 도입하고 그것을 참고하여 자국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한국 축구에 히딩크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 같은 셈입니다. 우리나라도 위의 1안과 2안을 동시에 병행하여, 우리나라의 평가 역량이 성숙할 때까지 기존 IB를 운용하며 이를 참고하여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개발해야 합니다. 외국의 교육제도에 종속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1안과 2안은 상호 보완적입니다. 1안 없이 2안은 불가능하고 2안이 없으면 1안만으로는 국가 전체의 교육 혁명으로 가기에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 결국 교육당국에서 힘을 실어줘야겠군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교육 대혁명이 일본의 문부과학성(교육부) 차원이 아닌 각의(국무회의) 결정이었다는 보도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하고 국무회의에서 국가적 전략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교육이란 정치·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기르는 일’이기 때문에 교육부 혼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정부든 국회든 모든 산업에 다 영향을 미치는, 교육의 틀(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입니다.

- 혹시 또다른 통제가 아니냐 우려하는 인식도 있지 않을까요?

“IB처럼 꺼내는 교육은 사실상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권리‘가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제도입니다. ’인권‘이 법과 제도로 보호되기 전까지는 아예 그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도 법과 제도로 보호되기 전인 현재는 사실상 그 개념조차 미비합니다. 우리 교육에서 사실상 교사의 교육권이 박탈되어 있다는 것과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어 있다는 것을 대부분 인식조차 못하고 있으니까요.”

 

◆ “교육당국에서 일본의 IB 교육과정 도입 현황 조사해야”

- 또 어떤 방안을 고려해야 할까요?

“3안도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1안과 2안을 추진하면서 IB 시범학교에 선정되지 않아 손 놓고 있어야 하는 다른 일반 고교에서는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안입니다. 현재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에서, 1안에서 번역한 것을 일선학교에서 들여다보고 참고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시범학교로 선정되기 전 과도기의 교사들도 적용해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1안, 2안, 3안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사항이 아니라 이들이 모두 동시에 함께 추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일본의 IB 도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단이라도 파견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육 당국이 외주를 주어서라도 착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 교육부는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를 놓고 전국민을 싸움 붙였습니다. 교육의 본질은 그대로 두고, 절대·상대 평가, 고교학점제, 교사평가권, 주관식·객관식 등을 두고 싸웁니다. 앞의 정책이 다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책상 위에서 공부하는 시험문제의 종류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우리 애들에게는 기존과 똑같은 능력이 길러질 것이고, 그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어차피 같은 능력이 길러진다면 다른 주변 정책들이 다 실현된다 한들, 그게 무슨 교육개혁입니까? 어디로 가야 하는지 결정하지 않은 채, 방법론만 갖고 싸웁니다. 방향부터 세워놓고 그 방향에 맞는 방법론을 제시해야 하는데 교육당국이 큰 그림과 단계별 그림을 그리지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 우리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내용이 너무 많고 교사당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그런 구상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것은 사실상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옛날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대형강의지만 끊임없이 학생들의 생각을 꺼내는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합니다. 집어넣는 수업, 꺼내는 수업은 학생 수의 문제나 교수법의 문제가 아니라 무슨 능력을 기르고자 하는지에 관한 교육 철학의 문제입니다. 몇백 명의 대형강의에서도 얼마든지 꺼내는 수업을 할 수 있고, 한두 명의 과외수업에서도 얼마든지 집어넣는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 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 수가 많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적다고 해서 좋은 수업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 “객관식 폐지하고 논술형 도입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진 않아”

- 마찬가지로 단순히 객관식 시험이 폐지된다고 해서 꺼내는 교육이 보장되지는 않겠군요.

“맞습니다. 부산교육청에서 초등학교의 객관식 시험을 폐지한다고 선언한 것은 집어넣는 교육을 그만하자는 신호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객관식만 폐지한다고 꺼내는 교육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서울대에서는 객관식 시험을 안 보고 대부분 논서술형 시험이었어도 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그대로 다 받아적을수록 성적이 높았습니다. 토론학습을 해도 집어넣는 수업일 수 있고 강의식 수업에서도 꺼내는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방법론은 어차피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론을 무슨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사용할 것인지는, 무엇을 잘한 것으로 인정하는지, 무엇에 고득점으로 보상하는지에 관한 철학에 따라 결정됩니다. 같은 칼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메스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교수법은 도구이기 때문에 어떤 교육 목적을 위해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 일선 학교에서 토론 수업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일선 학교에서 토론 수업을 하고 싶긴 하나 수업시간이 산만해지고 강의로 하면 빨리 끝날 일을 시간 낭비하는 것 같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합니다. 또 아이들이 말을 잘 하지 않거나 아니면 너무 떠들기만 하는 것 같다는 불평도 있습니다. 강의식 수업을 해서 빨리 끝날 내용이면 토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그냥 강의식 수업을 하면 됩니다. 토론식 수업은 강의식 수업만으로 도저히 키울 수 없는 능력을 길러줘야 할 때 쓰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말을 안 하거나 집중을 못하면 그건 아이들 탓이 아닙니다. 수업 설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교육 펄펄 날게 만드는 가장 큰 범인은 대한민국 공교육”

- 사교육 억제에 초점을 맞춘 구상은 아니겠지요?

“제가 제안하는 교육혁명은 사교육 억제책으로 제시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교육이 IB형으로 바뀌면 사교육의 지형은 분명히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이 펄펄 날게 만드는 가장 큰 범인은 대한민국 공교육입니다. 학원에 가야만 학교 성적이 오르는 구조에서는 사교육을 근절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시험혁명을 통한 교육혁명은 대한민국의 교육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문제제기입니다. 궁극적으로 공교육을 살리자는 정책입니다.”

- 사교육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요.

“사교육도 바뀌겠지요. 얼마 전 충남교육청과 함께 내신 등급별로 집단을 나누어 우리 학생들에게 IB 시험문제를 풀어보게 했습니다. 내신의 상위권이 IB에서는 하위권으로 나오기도 하고 내신 하위권이 IB에서는 상위권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즉 우리 시험과 IB는 다른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학생들에게 이런 시험을 보면 사교육이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으니, ‘적어도 족집게 과외는 없어지지 않겠느냐, 단순 반복 문제풀이 학습지는 없어지지 않겠느냐, 단순 문제풀이 반복하는 학원은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설령 학원이 변종되어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꺼내는 교육을 하는 학원으로 변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습니다.”

 

◆ “IB 교육과정 연수는 철저하게 공교육 교사들에게만 허용”

- 일본에서 공교육에 IB를 도입하면서 어떤 후속 조치를 취했나요?

“일본 정부에서는 ▲전 교육과정 번역, ▲교사연수, ▲채점관 양성, ▲IB 인증학교 졸업생들의 대학입학 허용과 같은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금까지 문부과학성에서 IB 학교를 신청한 교사들에게 연수를 했는데, 어느 날 사교육계의 대표들이 일본의 IB 도입을 주도한 이쿠코 츠보야 IB 일본 대사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학원 선생들에게도 IB 연수를 받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업밀착형 평가일 수밖에 없으니 학원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신들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IB 교원연수를 받게 해 달라고 했답니다. 이후 IB 연수는 더욱 철저히 공립학교 교원임을 교장이 확인해준 교사들에게만 엄격하게 제공되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사교육업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외국에서 IB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당연히 전문적으로 IB 연수를 받은 교사들과는 질적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처럼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기승을 부리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 과열 경쟁이 한국교육의 문제 중 하나겠지요?

“치열한 경쟁이 문제라고들 지적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소모적 경쟁은 수많은 아이들을 죽이고 피해를 줍니다. 꺼내는 수업이야 말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인정하며, 동료와 소통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더 발전하도록 이끄는 교육입니다. 협력·다양성·소통을 중시함으로써 학생의 인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육이 될 것입니다.”

- 학교 폭력도 심하다고 합니다만.

“학교 폭력이 심각합니다. 사이버 폭력도 압도적입니다. 이러한 폭력은 학생들을 양계장의 닭처럼 키우는 교육환경에서 비롯합니다. 양계장에서 닭을 기르면 닭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비정상적으로 되고 항생제에 의존하게 되고 자해를 하며 이상한 병에 걸립니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교육 받은 학생도 정서적·인성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사육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게 하는 교육은, 소통과 협력,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도 함께 길러줍니다.”

 

◆ “꺼내는 교육을 해야 민주시민으로 기를 수 있어”

- 그러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요?

“꺼내는 교육을 해야 민주시민으로 기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교육을 받으며 학생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공감 능력도 키웁니다. 현재 교육 과정에서는 한가지 잣대로 한 줄 세우기를 하는데 그 자체에서 위계가 생깁니다. 저는 비건설적, 비생산적인 경쟁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겁니다. 경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하기만 한 교육을 하면서 능력을 못 길러주는 교육은 경계해야 합니다.”

- 모든 것을 너무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일단 ‘한꺼번에’와 ‘점진적’의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교육 개편은 장기 계획을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전국 모든 학교의 개념으로 보면 몇몇 학교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바꿔야 하겠지만, 시범학교로 지정된 개별 학교 내에서는 ‘한꺼번에’ 바뀌어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IB 인증학교가 된 학교들은 기존에서 절반 정도만 바뀐다는 등의 개념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학교는 ‘한꺼번에’ 바뀌어야 합니다. 한 학교 내에서 점진적으로 바뀌면 아이들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 합니다. 한꺼번에 바뀌고 IB 인증학교가 된 경기외고의 사례를 보면 아이들은 다들 바로 IB 교육에 적응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교원연수가 매우 중요하겠군요.

“우리 교사들이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반학교에서 가르치다가 IB 교사가 된 분들을 보면 아주 짧은 기간 연수를 받고 바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공립학교 교사들에게도 얼마나 연수를 받고 IB 수업을 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니 어떤 분은 3일, 어떤 분은 6일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IB 수업은 다른 소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소재를 가지고 다른 방식과 목적으로 지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의 교과 전문성은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고, 다만 그 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에게 무엇을 꺼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배우는 것뿐입니다.”

 

◆ “한국 교사들은 세계 최상위…IB 교육도 훌륭하게 할 수 있어”

- 교과서는 어떤 걸로 사용합니까?

“일본의 IB 학교에서도 기존 국정 교과서를 그대로 씁니다. IB에서 교과서는 여러 학습자료 중 하나일 뿐이고 수업에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우리의 교과서를 유용한 자료로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숙지했느냐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교과서 내용을 숙지한 것을 바탕으로 그걸 넘어서는 생각을 평가하도록 평가 제도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우리 교사들은 세계 최상위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충분히 훌륭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에서도 역할을 해야겠군요.

“최근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IB 교원연수과정을 개발하는 계획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츠쿠바대학이 IB 교원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여 이미 경북대 사대에서 츠쿠바대학 IB 연수 담당자를 초청하여 세미나도 실시했습니다. 작년에 홍콩대 사범대 교수 임용 공고에 ‘IB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고 공식 요건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사범대에서도 IB형 교원양성이 확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정책의 하나로 IB형 평가혁신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연구가 진행 중이라 아직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연구 진행 중에 저희 연구팀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평가혁신 세미나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교사들과 교장 선생님들이 호응을 했습니다. 평가 혁신에 관한 현장의 갈급함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수백의 질문과 제언을 수렴했는데, 이들을 정리하여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 제언을 할 예정입니다.”

 

◆ “국가교육회의에서도 IB 교육과정 국내 도입 논의해야”

-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아예 IB형 인증학교 도입 절차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국내에서 최초로 IB 교육과정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공립학교에 무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진은 공립학교를 IB 인증학교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의 이석문 교육감도 처음부터 IB 인증학교 도입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 맞다면, 채점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논쟁을 가라앉힐 수 있는 전략으로,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검증된 채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제주도 상황을 더 알려 주시지요.

“아직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계획으로는 2018년 하반기에 초등학교부터 IB 인증학교 신청을 할 것입니다. 인증 신청을 한 뒤 최종 인증이 될 때까지 18개월~24개월이 걸립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대입과 연계되어 설계할 필요가 있는데, 교육부가 수능 개편과 고교학점제를 전면 실시하는 2022년에 맞춰 그 이전에 인증을 마치는 방향으로 일정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며 대입개혁특위를 만들겠다 했는데, 앞으로 국가교육회의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제주도교육청의 전략적 판단을 참고하여 저출산․고령화․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 교육이 ‘어떤 능력을 고득점으로 인정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 객관식 수능이 가장 공정한 시험으로 평가받는다는 주장이 많습니다만.

“한 줄 세우기가 목적이라면 객관식 수능이 공정합니다. 그런데 학력고사, 수능 100%를 대입 평가로 하자는 주장은 마치 수많은 올림픽 종목을 다 무시하고 달리기 하나로만 평가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김연아와 박태환 같은 원석을 우리 교육은 버리고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결국 대다수는 자신의 특성적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하지?’ 하면서 좌절하며 살게 됩니다. 공정이란 개념을 다시 논의하는 담론이 필요합니다.”

 

◆ “대한민국 수능은 전세계가 인정하지 않지만 IB는 그 반대”

- 대한민국 수능은 전세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습니까?

“IB 교육과정은 서울대, 연세대 등 국내 명문대에서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수능을 대입시험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나라마다 국가교육과정이 있고 고유의 입학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IB 교육과정은 인정합니다. 우수한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들이 IB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공립학교에까지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 IB 논술형 교육과정이 금수저 교육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학비를 비싸게 내는 국제학교에서 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라서 금수저 교육과정이라고 보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싼 학비를 받는 학교에서 선택한 질 좋은 교육이 바로 이것입니다. 금수저 교육을 공교육에서 하면 안 되나요? 저는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면 안 되니, 국가가 나서서 IB형 교육을 공교육에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논리에 반박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금수저들만 그 방식으로 교육받습니다.”

- 금수저 교육으로 매도할 수는 없겠군요.

“참고로 최근에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IB 교육을 하는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평균 대학 진학률이 66%이고 저소득층 대학 진학률이 46%인데, IBDP(IB의 고교 과정) 교육을 받으면 82%의 대학 진학률을 보였습니다. 저소득층이더라도 79%의 대학 진학률을 보였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백인이든, 히스패닉이든, 흑인이든 IBDP 교육을 받으면 대학 진학률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 “IB 교육과정 도입한 경기외고 국제반, 채점 공정성에 문제제기 없어”

- 중고교 내신에 서술형 문항이 있습니다만.

“서울대는 객관식 시험을 거의 안 봅니다. 대부분 논서술형 시험이어도 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암기했습니다. 그래야 고학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정답이 정해져 있는 객관식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객관식을 폐지하고 서술형으로 전환한다 해도 꺼내는 수업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교수나 교사와 견해가 달라도 논리적 근거를 갖춰 충분히 설득력 있게 의견을 제시했다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교사나 교과서와 다른 생각을 하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것이라고 지레 단정해 버립니다. 교사 역시 자신이 가르친 그대로 답하지 않고 다른 내용을 쓰면 아무리 말이 되는 답이라도 틀렸다고 채점해 버립니다. 그래서 무엇을 잘했다고 인정해 줄 것인지 패러다임적 변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평가혁명’이라 일컫는 것입니다.”

- 교육공무원들과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대부분 굉장히 많이 공감하고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당국이 움직여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혁명, 2015 교육과정, 절대평가, 교사평가권, 고교학점제, 학종 및 수능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면, 평가체제의 혁신과 채점의 공신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위의 1,2,3안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교육 당국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수능 시험에서도 채점 오류를 지적하면서 소송을 겁니다. 논술형 평가 제도를 도입할 때 후폭풍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논란이 있기에 2안과 3안이 있어도 무엇보다 1안, 즉 IB 인증학교를 시범학교로 일부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경기외고 국제반 학생들에게 채점 공정성에 이의가 없냐고 물었습니다. 학교 내신조차도 외부의 채점본부에서 보정하는 절차가 있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신을 사전에 차단한다고 합니다. 초기에 논서술형 채점 공정성에 불안과 불신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처럼 논서술형 채점의 신뢰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공신력 있는 채점 인증 기관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겁니다. 이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을 방지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즉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충분히 신뢰롭게 개발할 때까지 초기에 일시적으로 히딩크를 영입하는 개념입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채점 체계를 도입하자는 겁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권보견 기자  mjko281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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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사람 2018-01-09 23:27:41

    방학중 연수에서 소장님의 강연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노력 부탁드립니다. 응원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우리나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 신바람 2018-01-06 19:42:21

      훌륭한 일을 하시는 이혜정 소장님이십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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