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에서 본 작은 책… 누가 쓰고 만들었나
동네책방에서 본 작은 책… 누가 쓰고 만들었나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09.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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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출판』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북노마드 펴냄 | 280쪽 | 1만8,000원

“나는 책을 낸다. 남들과 ‘다르게’ 낸다.” ‘나의 이야기’를 ‘다르게’ 할 수 있는 독립출판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 플랫폼과 디지털 인쇄기술 등이 대중화하면서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1인 출판시대가 열렸다. ‘자치(self-rule)’ 개념이 강조된 독립출판물은 내용, 판형, 제작, 유통 등에서 기존 출판물과 노선을 달리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독립출판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우리는 왜 낯설고 불완전한 독립출판물에 시선을 돌리는가. 2016년 출판강좌 ‘처음학교-편집자 되기’ 수강생 12명이 독립출판물 저자 26명을 이메일로 만나 답변을 모아 책 『우리, 독립출판』으로 냈다.

* 최초의 독립출판물은 『소년』 “1908년, 일본에서 유학중이던 19세 한국 학생이 기울어가는 나라를 걱정하며 친구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었다가 퇴학을 당하게 돼. 그런데 남은 학비가 있었나봐. 당시 희망을 잃어가던 청년에게 그 돈으로 새 희망을 불러일으키고자 잡지를 한 권 만드는데, 그가 육당 최남선이고, 그가 만든 잡지가 바로 『소년』이야.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지, 개인잡지이자 독립잡지. 90페이지 되는 글을 최남선이 혼자 썼어.” (264쪽) 이 책에서 피터 『싱클레어』 편집장은 국내 최초의 독립출판물로 『소년』을 꼽았다. 자비 출판, 1인 주도형 출간, 독자적 유통망 등 독립출판 요건을 두루 갖춘 것으로 봤다.
 

* 틈, 굿즈, 자유, 주관성… ‘독립’의 의미 작은 서점에서, 작은 책을 찾는 이유는 뭘까. 독립출판물 작가들이 답을 내놨다. 이 시대의 독립출판물은 일상의 작은 틈(가랑비메이커), 나 또는 남에게 주는 굿즈(goods)(고성배),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무장한 책에 설득당하기 싫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것(구달)이다. 또 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사는 삶을 동경하기에(김경희), 사려는 책이 거기 있어서(김상호), ‘날것의 감성’과 동시대인의 고민을 담았기 때문에(딴짓 시스터즈) 독립출판물을 선택한다. 강은경 작가는 우리의 생김이 다르듯이, 책도 다양한 건 당연한 일이며, ‘모두들 책으로 만들 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해서 출판 경험을 유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  )속 이름은 독립출판물 저자 필명).
 

* ‘마음대로’ 쓰고 찍지만 ‘혼자’라는 한계 작가들은 첫 책을 얼마나 찍었을까. 200부만 찍어 안 팔리면, 명함 대신 주거나 하객 선물용으로 돌리려했다는 엄지용 작가. 유료 폰트를 구입하느라 55만원에 100권을 인쇄했다는 규영 작가. 단돈 몇 만원으로 딱 20부를 인쇄가 아닌, 출력해서 만들었다는 강은경 대표. 아직도 ‘내 책을 누가 읽을까’ 싶어 인쇄할 때 조심스러운 구달 작가는 첫판을 50부 찍었고, 중쇄도 100부 이상 찍지 않는다고 밝혔다. 혼자라는 데서 오는 고민도 발견됐다. 한유주 작가는 인쇄비를 마련하는 일, 손해 보지 않게 책값을 책정하는 것, 홀로 원고를 보는 것 등을 독립출판의 힘든 점으로 꼽았다.

독립출판은 돈의 힘에서 자유로울까. 김경희 『컨셉진』 편집장은 “독립출판물이란 자본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출판물”이라며 “4천원짜리 커피는 마시면서 책을 사지 않는 현실을 탓하기보다 커피보다 새롭고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아 작가는 “독립출판(물)은 소비자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하위문화”라며 “다른 사람이 보건 말건 상관없는 그런 출판물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연심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2호(2017년 9월 28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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