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맨틱 추리소설 『낙원남녀』로 돌아온 친구 같은 엔터테이너 나혁진 작가
[인터뷰] 로맨틱 추리소설 『낙원남녀』로 돌아온 친구 같은 엔터테이너 나혁진 작가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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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추리소설 작가 인터뷰, 진지한 이야기가 오갈 줄 알았다. 스토리 구상은 어떻게 했는지, 정교한 트릭을 위해 어떤 부분을 연구했는지를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낙원남녀』 나혁진 작가와의 인터뷰는 독자와의 만남 행사처럼 1시간가량 토크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편집자에서 작가로 변신하면서, 4년간 방에 앉아 소설을 쓰다 보니 외부 일정이 있을 때마다 그동안 묵혀 왔던 수다 본능을 깨우게 된다는 나 작가였다.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 『낙원남녀』는 허당 초보 탐정과 미녀 조수 콤비가 선보이는 유쾌한 수사극이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스릴러, 본격 추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 온 ‘신인’ 나혁진 작가의 신작이다. 그는 8년 여간 작가정신, 시공사, 들녘 등을 거치며 출판사 편집자로 살아왔다. 그러던 중 직접 써 보고 싶은 욕구가 커져 전업작가의 길을 택하게 됐다. 막상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려 하니 쉽지 않았다. 이 작가는 왜 스토리를 이 정도에서 멈출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작가 입장이 되니 현실적인 제약도 있고 이상적인 스토리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운 좋게 두 번째 장편소설 『브라더』는 CJ영화사 투자 배급이 확정돼 영화화를 진행 중이다. 조폭 세계에서 파문 당한 주인공이 복수하는 줄거리가 제작자의 마음을 샀다. 이번 『낙원남녀』도 ‘유쾌발랄상큼 로맨틱 추리극’을 콘셉트로 한 만큼 드라마화 하기에 좋다는 평이 많다. 

『낙원남녀』는 조그맣고 낡은 낙원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이 아파트에서 자원 봉사 모임 ‘낙원회’의 회원 두 명이 연속해서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첫 번째는 동네의 걸어 다니는 소문 제조기 최순자 아주머니 교살 사건. 그녀의 시체는 낙원아파트 관리사무소 내의 낙원회 의자 위에서 발견된다. 두 번째 사건은 미모의 여비서 유지혜 피습 사건. 그녀는 후문 하단 위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호송된다. 그러나 사건은 미제로 마무리. 2년 뒤 탐정 강마로가 두 번째 피해자 유지혜 앞에 나타나며 재수사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6명의 낙원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혀간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나혁진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 강마로·유지혜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했나

“유지혜 캐릭터가 제일 중요했다. 30대 아가씨가 좌절을 겪었지만, 멋지게 일어나서 재생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친한 여자 후배가 건강상 문제 때문에 원하던 직장을 그만 두고 학원 강사를 했다. 유지혜 캐릭터에는 그 친구 이미지가 많이 반영돼 있다. 강마로는 명탐정 캐릭터를 패러디했다. 탐정이 사건을 멋있게 해결해주는 구도를 깼다. 명탐정처럼 등장하지만 알고 보면 허당이다. 오히려 피해자에 지나지 않았던 유지혜가 숨어있던 탐정 기질을 발견하면서 강마로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생활 감각 없고 수다스러운 강마로의 모습에는 내 모습이 투영됐다” 

2년 전 사건의 용의자 물망에 오른 낙원회 회원 6명 <사진=황금가지>

- 이번 소설의 매력 포인트는 뭔가 

“추리소설과 로맨스가 결합됐다는 부분 아닐까. 애거서 크리스티식 본격 추리소설을 표방했는데, 보통 그의 소설을 엑스레이로 찍으면 추리소설의 뼈대가 보인다고 한다.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용의자 속에서 범인을 찾는 지적인 과정 말이다. 그래서 그 뼈대를 차용하고 한국의 평범한 공간을 접목시켜서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돕고자 했다” 

- 『브라더』 영화화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낙원남녀』는 염두에 둔 배우가 있나 

“7번째 교정까지 했는데 고치면 고칠수록 어렵다. 아직 슛은 안 들어갔다. 제작사와 주연 배우는 누가 됐으면 하는지 회의를 해봤는데 공통적으로 세 명이 나왔다. 하정우, 조승우, 현빈 배우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낙원남녀』 강마로 역은 유머러스하면서 가끔 멋있어야 하니까 조정석 배우가 어떨까 싶다. 유지혜 역이 중요한데, 평소 서지혜 씨 팬이라 염두에 두고 썼다. 오연서 씨도 상당한 추리소설 마니아여서 잘할 것 같다” 

추리소설만 꽂혀 있는 나혁진 작가 책장

- 보유한 추리소설 장서가 꽤 많다고 들었다

“집에 2500~3000권 정도 있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 전에 1년간 도서관에서 하루에 3~4권씩 읽었다. 문학적이면서 재미있는 책 찾다 보니 추리소설이 적당했다. 어려서 갖고 있던 추리소설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겼다. 매일 집에 돌아가면 블로그에 재미있는 책 추천하면서 리뷰를 올렸다. 꾸준히 하니 출판사 대표 눈에 띄었고, 그렇게 편집자 생활을 하게 됐다. 책을 만들어도 보고 써보기도 하고 읽어보기도 했는데 경제적인 것만 보장된다면 ‘읽는 행위’가 가장 행복하다”

- 다음 소설에서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건 기존의 책보다 조금 더 진지하다. 시대물에 가깝다. 그간 역사나 사회적 이슈 다루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취재와 자료 조사 열심히 하고 있다. 작가라면 할 말은 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작가로서 꿈꾸는 모습이 있다면

“친구처럼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독자들 곁에서 수다도 떨고 자주 호흡하면서 만나는 자리를 갖고 싶다. 재미있는 엔터테이너로 봐줬으면 한다” / 이정윤·황은애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0호 (2017년 8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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