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심리 스릴러 소설의 여왕 정유정] "악마의 뒤에는 인간의 진실이 있다"
[특별인터뷰- 심리 스릴러 소설의 여왕 정유정] "악마의 뒤에는 인간의 진실이 있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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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웃으면 하얀 치아가 눈부시게 다가온다. 눈도 작지 않아 서글서글한 편이다. 코는 선명해 얼굴 중심에 완강하다. 강인함은 저 콧대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타협할 것 같지 않게 굳세다. 삶이 강인했기에 글 또한 틀어쥔 채 방향을 잃지 않고 독자를 몰아가는 것인가. 말끝을 흐림이 없이 꼭꼭 눌러 말한다.

어느 말이든 서슴지 않는다. 운동을 했으면 UFC를 했을 것 같고, 사랑을 했으면 화산이 폭발하듯 불같은 사랑을 했을 테고, 술을 한다면 폭탄주였을 것이다. 세 가지 중 하나를 맞췄다. 무엇인지는 기사 맨 뒤에 있다. 정유정 작가를 만난 것은 말복을 앞둔 뜨거운 오후, 은행나무출판사였다. 높다란 서가에 정유정 작가 책 등이 빼곡했다.

- 문단에서 정 작가만큼 주목받는 작가도 없다. 문단의 우량주, 대장주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그렇게 말랑말랑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장주, 우량주 라는 말은 드세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어째 초반부터 ‘드세게’ 나온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나 하는 걱정이 살짝 드는 순간, 정 작가는 제가 선머슴 같아도 억척스럽지는 않다, 한다. 엉뚱한 면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정 작가는 ‘드세다’는 표현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강인한 성격은 인정하는 투다. 정 작가는 대학 졸업하고 간호사생활 3년 반 동안 어머니를 간호했다. 어머니 병실 침대 옆에서 자고 중환자실로 출근하는 생활이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었지만 동생 셋을 건사하는 것은 정 작가 몫이었다. 정 작가의 20대는 그렇게 팍팍함과 고달픔으로 점철됐다. 고1이던 막내가 군대 가면서 눌린 어깨가 좀 펴졌다. 그리고 결혼. 결혼행진곡은 정유정 문학의 잉태였다.

- 결혼하면서 많이 안정됐죠?

“제가 심평원에 일하면서 고액 연봉자였죠. 결혼하고 6년 만에 집 사고 직장 그만두고 작가 생활 시작한 겁니다. 그만큼 등단이 늦었죠” 정 작가 등단은 41세였다. 공모전에 11번 떨어졌다.

- 글을 쓴다는 게 여전히 두려운가요?

“데뷔가 늦은 만큼 내공이 생기지 않았냐 하시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문장은 세련되어지고 글이 명확해지는 트레이닝은 되는데 소설 자체는 안되더라고요. 세 가지 두려움이 있었어요. 백지에 뭘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쓰는 중에 끝낼 수 있을까 끝내면 세상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 번째 두려움, 그리고 다음엔 어떤 소설을 써야하나 하는 세 번째 두려움이죠”
 
- ‘악’에 대해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걸 ‘악’에 대한 집착이라고 하면 실례일까요

“집착은 아니고 제 나름의 테마라고나 할까요. 작가들은 누구나 테마가 있죠. 헤밍웨이는 필멸성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디킨스는 가족에 대해, 스티븐 킹은 인간 심연의 공포에 대한 다양한 변주를 하듯이 저는 인간 본성을 테마로 합니다”

그러면서 정 작가는 특히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인간의 어두운 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를테면 인간성을 스펙트럼으로 본다면 한쪽은 착한 심성의 흰색 그리고 그 반대쪽은 검은색이라치면 정 작가는 검은 색을 본다는 것. 흰색은 자기 분야가 아니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정 작가는 인간의 심성을 피폐하게 만드는 게 뭘까, 악한 일이 터지면 표피적인 면만 보고는 나쁜 놈, 짐승보다 못한 놈 이렇게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을 보고 느끼려고 할 때 비로소 인간에 대한 시각, 악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더라는 설명이다.

- 『종의 기원』 주인공 유진이 정 작가의 분신이라는 말도 했던데요

“네, 제가 유진이 되어서 썼죠. 그렇지 않았으면 쓸 수 없었습니다. 제가 몰랐던 부분을 끄집어내서 써 냈다는 뜻이죠. 제가 유진이가 되기 위해 그 안에 들어가 살았다는 식으로 생각해주세요. 유진의 인생을 산 셈이죠”

- 잔인한 장면 설명이 매우 정교합니다

“관련 공부도 전문가 수준으로 깊게 하고 실제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실험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진이가 해진이를 죽일 때, 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맨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고 발을 뻗거든요, 키 184센티미터이고 차는 엄마가 타는 큰 차죠. 그 상황이 가능한지 실제로 남편과 실험했어요. 남편도 키가 큰데, 저는 조수석에 앉아 남편에게 직접 유진이처럼 해보라 했죠. 그렇게 현실적으로 맞춰봐요. 그래야 현실 감각과 방향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정 작가 말에 따르면 출판사 편집자가 자신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사건 상황을 깨알같이 써가면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정 작가의 소설은 독자를 사건 속으로 끌고와 주인공과 동화시킨다. 그리고 사건을 따라 독자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이를 두고 정 작가는 자신의 소설은 오감을 총동원해 읽어야 한다고 했다.

- 범죄심리 분석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프로파일러도 만나시죠?

“프로파일러를 만나 사이코패스 얘기를 들었어요. 실제로 정남규라는 사이코패스가 있는데,  프로파일러가 말하기를 머리가 명석하답니다. 형사를 갖고 논다고 할 정도랍니다. 형사들은 그를 프레데터(포식자)라고 부른답니다. 정신과 의사 사이에서 가장 악질적 사이코패스를 프레데터라고 한대요”
정 작가 설명을 더 들어보면, 정남규는 인간미는 전혀 없는 똑똑한 사이코패스다. 정남규는 19명을 죽인, 비오는 밤의 살인마라고 불렸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10대 소녀를 죽였다고 자백하니까 정남규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왜 뺏어가느냐고 했다고 한다.

정남규는 감옥에서 자살했다. 매스컴은 그가 자책감에 자살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 말로는 ‘궁극의 살인’이라고 했다. 자신을 죽이면서 오는 어떤 쾌감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 그에 비해 유영철은 그나마 아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둘의 차이라면 그게 차이다.

- 소설을 장악한다는 평을 듣습니다. 취재도 그렇고 주인공처럼 행동하시는 건가요

“『종의 기원』에서 유진이가 수영선수잖아요. 그래서 저는 수영을 못하는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재미있었어요. 수영반에서 반장도 하고 월반도 하고, 수준급이죠. 2킬로미터를 한 번에 주파합니다. 25미터 풀을 40번 왕복하는 거죠. 수영 재미보다는 물이 어떤 건가를, 수영선수로서 물은 어떤 것인가를 체험하려 한 겁니다”

정 작가는 또 소설 쓸 때마다 듣는 음악이 다르다. 주로 헤비메탈을 듣지만, 『종의 기원』을 쓸 땐 반젤리스 음악을 들었다. 유진이가 살해할 때 듣는 음악이 반젤리스의 ‘낙원의 정복’이다. 바로 유영철이 살인하러 나가기 직전 들었던 음악이다. 발라드는 잘 안듣는다. 새벽에 일어나 음악을 들으면 어떤 영감이 생긴다고 한다. 그것도 헤비메탈 음악이다.

정 작가는 고교 시절 무협지를 즐겨 읽었다. 그래서 주먹질 묘사가 어렵지 않다. 남자들의 ‘합’을 터득했다. 연애소설은 젬병이다. 스스로 서툴다고 한다. 『28』에 로맨스 러브신 베드신을 넣어봤지만 대부분 독자들은 기억을 못한다. 나름 달달하게 썼는데 독자들이 몰라주니 살짝 실망이다. 그래도 결혼은 했으니 다행이죠, 라고 하는데 흰 치아가 더욱 환하게 다가온다.
 
결혼 얘기 끝에 남편 얘기도 나왔다. 정 작가는 11번 공모전 떨어지고 드디어 상금 5000만원 문학상을 받고 얼마 안 있어 상금 1억원 문학상도 거머쥔다. 상금만 1억5천만원. 그 돈을 그녀는 모두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이 뒷바라지를 참 잘해줬어요. 6년 외조에 대한 보상이랄까요” 집안 돈 관리는 정 작가는 손도 안댄다. 공무원인 남편이 다 알아서 한다. 인세도 관리하고 정 작가는 용돈 타 쓴다. 집도 물론 남편 명의다.

- 다음 작품 준비는

“네 준비하고 있어요. 역시 스릴러인데 이번엔 주인공이 여자에요. 저도 등단 10년으로 신인티를 벗는 해이기도 하죠. 여자 주인공이지만 범죄소설은 아닐 거에요.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판타지 요소가 있어요”

정 작가는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핀란드, 독일 등에 판권이 팔렸고 미국 펭귄북스에도 팔렸다. 펭귄북스에 판권이 팔린 건 우리나라에서 정 작가가 유일하다. 액수도 꽤 괜찮은 편이다.

술은 짐작대로 홀짝거리는 게 아니다. 수영하고 집에 와 맥주에 소주 ‘말아서’ 원샷! 그리고 쓰러져 자고 나면 머리가 개운해진다. 그리고 앉아서 글을 쓴다.

독자들이 긴 글을, 글이 길다고 싫어하는 게 아니다. 쓸데없이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요즘 독자들이 짧은 글을 좋아한다는 착각을 부른다.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게 그만큼 어렵고 독자에게 긴 글로 다가가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 가운데 남성다운 거친 호흡으로 독한 서사를 풀어가는 정유정은 매력이 아니라 차라리 마력(魔力)에 가깝다. 정유정의 초베스트셀러 『7년의 밤』이 곧 영화로 나온다. 그녀의 마력을 스크린으로 확인할 때가 왔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펴냄 | 523쪽 | 14,500원

『28』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펴냄 | 496쪽 | 14,500원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펴냄 |384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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