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응석꾸러기 시절을 되돌아보며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 한 뭉치 갖고 있던 걸 천천히 뒤적여본다. 그 소중함을 충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낯선 포르투갈의 노부부들, 칠이 다 벗겨져 다시 덧칠한 소박한 집들. 뜨겁고 소중한 순간, 짧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셔터를 누른다” 배우 하연수가 말한다.

“낯선 길에선 평소보다 관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벽에 붙어 있는 찢겨진 포스터 아래로 보이는 겹겹의 또 다른 이미지들. 물에 반사되어 일정한 곡선으로 움직이는 건물 그림자. 그 순간 셔터를 누르고, 어떠한 시간은 영원히 한 장으로 내게 남겨졌다” 포토그래퍼 리에도 말한다.

전문 포토그래퍼 리에와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하연수. 한동안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유럽여행도 함께 다녀온 두 사람이 알프스, 포르투갈, 폴란드로 떠났다. 다녀와서 사진집 한 권을 냈다.

둘의 사진은 다른 듯 닮아 있고, 닮은 듯 다르다. 하연수의 사진이 일관된 디테일, 추억이 있는 장면들에 초점을 맞췄다면, 리에의 사진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전체를 끌어간다. 두 사람 다 젊고 화려한 피사체보다는 오래된 것들을 담고 있어 책 전반의 느낌이 따스하다. 두 사람의 렌즈는 자그마한 창이다. 움직이는 창 사이로 다가오는 것들을 담는다. 그 끝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On the way home』
하연수·리에 글·사진 | 1984 펴냄 | 284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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