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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조선 찻사발의 아름다움

   
▲ 박윤일 전 국립충주대교수
[독서신문] 문경찻사발 축제가 전국 최우수축제로 지정돼 해마다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그런데 축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투박한 찻사발의 예술적 가치’는 무엇일까.

찻사발을 접하면서 학이나 구름무늬, 꽃과 새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청자나 청화백자도 아닌 투박한 조선찻사발이 오늘날 왜 도자기계에서 각광을 받는 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본대사관에서 개최하는 차회에 초대받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차회를 주관하는 한 미모의 일본 다도선생이 투박한 조선 막사발을 너무나 소중하게 다루며 차를 우려 접대하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그가 설명하는 조선찻사발에는 그러한 대접을 받고도 남을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조선찻사발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였다.

조선다완을 사람의 옷으로 비유한다면 청자나 백자는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색동저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도를 하는 스님들이나 성숙한 어른들은 색동저고리와 같은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잘 입지 않는다. 조선다완을 계절로 비유한다면 청자나 청화백자는 화려한 봄이나 여름으로 비유할 수 있으며 조선찻잔은 낙엽지고 쓸쓸한 가을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가장 성숙한 계절이냐고 물으면 누구나가 가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까 茶道를 함에 있어서도 외형적으로 화려한 청자나 청화백자보다도 비록 거칠고 소박하게 보이는 조선다완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신수양과 더불어 상대방에게 下心의 마음으로 접대를 하는 다도는 소박한 조선다완이 더 격조가 있고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道를 닦는 사람이나 덕망이 높은 사람은 결코 세인들처럼 화려한 옷이나 화려한 그릇을 선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道와 같은 내면적 가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세인들이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들을 찾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비록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살았지만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성철스님이 세인들처럼 사치스럽거나 화려한 것을 가까이 하였다면 과연 그토록 사후에까지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을까. 그러니까 청자처럼 화려하고 기교적인 美는 세인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움이고 소박한 아름다움은 道를 생각하는 성숙된 미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일본천하를 휘하에 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처음에는 화려한 황금차실에서 황금찻잔으로 차를 마셨다. 뒤늦게 자신의 다도 스승이자 일본 정신계의 왕으로 추앙되는 센노리큐로부터 그러한 다도방식이 올바른 다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소박한 조선찻잔으로 차를 마시다가 조용히 여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茶道는 단순한 차 마시기가 아니라 겸손의 의미와 접대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화려한 황금찻잔으로 다도를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투박한 조선찻잔은 상류층 일본 차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고 마침내 ‘황금보다도 더 귀한 보물(Treasured above gold)’ 로 일본의 국보로까지 떠받들어지게 된 것이다.

일본의 상류층 다도 선생들은 조선 찻사발을 능가하는 찻잔은 이 세상에 없다고 격찬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의 국립박물관장은 동경에서 열린 조선다완전 기조강연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일본인의 가슴 깊숙이 들어와 감동을 주고 경건한 신앙의 대상으로 떠오른 물건 가운데 조선의 찻사발과 같은 것이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라고 부르짖었다고 한다.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조선찻잔이 화려한 일본의 황금찻잔을 이긴 것이며, 일본다도정신의 핵심인 와비사비의 美, 즉 쓸쓸한 아름다움을 지닌 찻잔으로 일본도자기계에서 황제적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조선찻잔은 청자 등과 같이 누구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아 가식적이거나 기교적이지 않다. 무심무작(無心無作)의 아름다움, 아름다움과 추함을 넘어선 예술성을 간직하고 있다.

즉, 조선다완에는 예술적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예술에서의 진실미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예술에서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자기 전문가의 의견이다. 소박한 조선찻사발에는 바로 내면적 예술미의 핵심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박윤일 전 국립충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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