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한국에서 세계를 보다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한국 속의 세계’라는 말은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한국은 유난히 순수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자국의 역사에 세계문화의 흔적이 묻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또한 그런 관점에서 역사와 문화를 살피고자하는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동안 『씰크로드학』,『이슬람문명』등의 저서를 펴내고『이븐바투타 여행기』,『왕오천축국전』등을 번역해 우리 학계에 ‘문명 교류학’을 소개하고 정립한 저자는 우리의 안을 들여다봄으로써 세계를 느끼는, 우리 역사와 문화에 묻어 있는 세계 교류의 흔적들을 살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저자는 우리가 한순간도 세계 문명들의 역동적인 교류에서 소외된 적이 없었음을, 수많은 문물과 문화가 오가는 그 흐름에서 가장 훌륭한 것들을 취해 오롯이 나의 것으로 소화해냈음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하나하나 보여준다.
단군신화, 빗살무늬토기, 고인돌, 동검 등의 고대 문명에서부터 서복과 허황옥, 처용 등의 수수께끼의 인물들, 신라 금관과 백제금동대향로, 무령왕릉, 석굴암, 팔만대장경, 직지심경 등의 우리 유산들, 혜초와 고선지, 문익점과 최부, 고려에 귀화한 외국인 등의 세계인들, 고려와 이슬람?서양인과 조선인의 만남의 현장 등 매우 다양하다.
저자가 지난 1년 동안 신문에 써왔던 글들을 묶고 다듬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 동안 어떻게 세계와 소통해왔는지, 우리 속에 자리 잡은 세계의 모습은 어떤지 살펴볼 수 있다.
정수일 지음/ 창비/ 각 권 13,000원
독서신문 1393호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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