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고서점 내음 물씬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작은 것은 늘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그 소박한 공간에서는 대형의 공간에서 얻을 수 없는 보석 같은 반짝거림이 있다. 작지만 누군가와 공유하기보다 나만의 공간으로 소유하고 싶은 곳, 바로 카페 ‘시연’이 그러한 곳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곳 카페 ‘시연’을 소개할 때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사실 블로그에도 이런 보석 같은 공간은 소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습관처럼 카페의 모습을 찍고 블로그에 올리게 됐다는 것이 해당 블로거의 추가 설명이었다.
‘시연’은 헌책방과 중고 음반을 함께 취급하는 카페다. 카페의 출입문부터 60년대를 연상케 하는 다소 복고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데서 뭔가 심상치 않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그러한 느낌은 한층 고조된다. 작고 아담한 공간을 온통 둘러싼 헌 책들과 중고 음반들, 가게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로스팅 기계와 내부 나무벽면에 아무렇게나 써진 듯한 주의사항들, 그리고 세월의 고독을 담아낸 듯한 커피까지.
이곳은 둘이 오기 보다는 혼자 들러서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좁은 공간도 그러하지만 마치 오래된 서재를 연상케 하는 카페의 분위기는 두 사람이 입말로 나누는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한 사람이 책과 활자로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어울린다.
고요한 새벽을 혼자 깨우는 외로운 사람의 기분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 시끌벅적한 세상과는 한걸음 멀어지고픈 이에게 ‘시연’에서 선보이는 더치커피는 잃고 싶지 않은 삶의 고소한 내음을 입안에 머금게 한다.
이곳이 품고 있는 매력은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세상에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은둔’에 있다. 카페 주인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즐겨하지 않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카페의 크기나 인테리어 자체가 직접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에게만 비춰지고 싶다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가오는 가을, 고요한 커피가 생각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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