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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이나 직인에는 붉은 색 주인(朱印)을 찍어야 한다. 붉은 색은 상서롭고 길한 뜻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사용했던 것이 오늘까지 전통이 되고 있다.
인장이란 것은 그 인장을 만든 장인의 솜씨와 각법과 조형에 따른 정신세계와 심미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문자 이전에 그것이 생겼을 때에는 주술이거나 신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나타내는 기호였다. 이것이 점차 문자와 연계되고 조형성과 회화성을 갖춘 실용품으로 옮겨 오면서 발전한 것이다.
국새라 하면 우리나라와 중국에만 전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유럽이나 중동 아랍지역에서도 인장의 사용은 동양 못지않았다. 중국은 뼛조각이나 단단한 나무, 상아나 옥처럼 굳고 단단한 재질에 인장을 새겼다.
한자 허체의 일종인 전서(篆書)를 주로 쓴다고 해 전각이라 불리웠다. 그렇다고 인장이 전서로 새겨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서, 예서, 그림이나 문양 또는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그리기도 하고 문자가 곁들여 있기도 하다.
우리가 자주적으로 옥새를 만든 것은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 이후였다. 고종 이전에는 왕조가 교체될 때 중국에 사신을 보내 옥새를 받아야 비로소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인장의 주권을 빼앗겼던 것이다.
옥새의 형태는 거북, 해태, 용 등 길상 장수 동물이 주로 이용됐다. 일본은 한일합방 이후 우리 옥새 8점을 약탈해갔다. 그러나 해방 이후 맥아더 원수를 통해 반환했고 다시 6.25 난리 통에 3점을 잃었다가 다시 되찾았다.
건국 이후 한자 전서체로 된 ‘대한민국지새’, 이어서 1963년에 전서체로 된 은제 대한민국 국새를 만들었고 정부수립 50주년을 기념해 훈민정음체로 ‘대한민국’ 넉자를 새긴 봉황모양의 금제 국새를 얼마 전에 만들었다.
/ 이재인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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