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가이드북' 펴낸 김은 저자 "영화제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어요”
'영화제 가이드북' 펴낸 김은 저자 "영화제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어요”
  • 장서진 기자
  • 승인 2023.06.0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안경선 PD]

코로나19가 점차 완화되고, 사회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4년 만에 되찾은 일상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일까, 축제와 콘서트, 야외 행사 등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간절했던 곳, ‘영화제’도 매한가지다.

한 공간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영화제는 코로나 확진에 매우 취약하다. 그렇기에 그동안 많은 영화제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거나 잠시 멈추기도, 사라지기도 했다. 관객들은 오랫동안 영화제가 다시 예전처럼 회복되기를 기다렸고, 그들을 고조시켰던 영화제 특유의 ‘환경’, ‘분위기’, ‘현장감’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 5월 초 전주국제영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된 가운데, 뒤를 이어 여러 영화제들이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6월만 해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서울롹스퍼국제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전주가족영화제, 난민영화제, 울산단편영화제 등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다소 생소한 이름들이지만, 흔히 국내 3대 영화제라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영화제가 태반이기에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동안 이색 영화제에 가고 싶었지만, 낯설어 가지 못한 이들을 위한 ‘영화제 가이드북’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를 참고한다면 더 그렇다. 책은 다양하고 이색적인 국내 영화제들을 소개한다. 김은 저자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영화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영화제를 알리는 김은 작가를 직접 만났다.

Q. 영화를 소재로 한 책은 많았지만, 영화제를 소재로 한 책은 그간 별로 없었습니다. 계기가 있다면...

"원래 저의 직업이 영화 홍보 마케터였어요. 그래서 영화와 가까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는데, 영화제 일도 동시에 하다 보니 어느덧 매력에 빠지게 됐죠. 영화제는 저의 일터임과 동시에 축제와도 같았어요. 바쁠 때는 영화 한 편 볼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일하면서 우연히 본 작품, 감독, 배우들은 큰 감동을 주기도 했거든요. 국내에는 정말 좋은 영화제가 많은데,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현역에서 물러난 지금, 다양한 영화제를 알리고자 책을 쓰게 됐습니다. 물론, 좋은 건 소문 내고 싶은 저의 성격 탓도 있고요. (웃음) 그리고 그동안 영화제를 소재로 한 책이 적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거의 학술적인 성격을 띠는 책이 많았잖아요. 이론이라던가 제작 방식이라던가. 난이도가 조금 있는 그런 책들이요. 저는 이왕 쓸 거면, 편안하게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게 됐습니다."

Q. 첫 책 출간을 ‘남해의 봄날’ 출판사를 통해 하셨어요.

"인기가 정말 많은 출판사죠. 사실 과거 ‘남해의 봄날’과 인연이 있었어요. 당시 출판사가 처음 생겼을 때, 홍대 인근에 있었거든요. 저희 사무실도 마찬가지고요. ‘남해의 봄날’ 초창기 책 중에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라는 책이 있는데, 당시 출판사에서 그 책을 위해 저희 회사로 취재하러 오셨었죠. 저희 직원이 인터뷰를 하게 됐고, 그렇게 저희 회사 이야기가 책에 담기게 됐어요. 그때부터 ‘남해의 봄날’을 알게 돼, SNS 팔로우를 하면서 종종 찾아봤어요. 근데 출판사의 책들이 너무 저의 취향인 거 있죠?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역적인 주제들을 많이 다루더라고요. 영화제도 사실 지역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많은 영화제 이름들이 지역을 따서 만들어져요. 그래서 영화제가 지역의 아이덴티티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책을 낸다면 ‘여기가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진=안경선 PD]

Q.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집에서 영화를 보는 OTT 시대가 도래했지만, 여전히 영화제는 운영되고 많은 관객들이 찾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영화제를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을 거예요.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특별한 매력이 있잖아요. 단순히 영화가 주는 재미뿐 아니라 공간과 지역이 주는 재미가 있어요. 특별한 공간에서 보는 영화는 더 기억에 남고, 여운이 남거든요. 또 영화제가 관객에게 주는 결속력이 있는 거 같아요. 영화관과 달리 영화제는 영화가 끝난 후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런 현장감이 관객들을 영화제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제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한,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해요. 올해만 해도 전주 영화제 관객이 늘었다고 하잖아요. 관객들은 계속 영화제를 기다리고 있어요."

Q. 책 속에 국내 3대 영화제라고 불리는 부산, 전주, 부천 영화제의 이야기를 빼셨어요.

"저는 유명한 것보다 신선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제가 알려드리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부산, 전주, 부천 영화제의 매력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영화제를 알려드리는 게 더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는 1년에 대략 300개가 넘는 영화제가 열리거든요. 거의 하루에 하나씩 영화제가 열린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중 부산, 전주, 부천을 제외하고 하나라도 알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혹시 모를 아쉬움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에필로그에 담기는 했습니다."

Q. 사라진 영화제 중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셨어요. 그 외에 사라진 아쉬운 영화제가 있다면...

"정말 많은 영화제들이 있어요. 책을 통해 말했던 광명동굴국제판타지페스티벌도 있고, 레지스탕스영화제나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KT&G상상마당시네마음악영화제 등 너무 많아요. 책에 담지 않은 영화제 중에서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 대한 아쉬움이 드네요. 뮤지컬 장르만을 소개하는 영화제가 있었거든요. 뮤지컬 영화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당시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로 바뀐다 했을 때, 무척 아쉬웠던 거 같아요."

Q. 책 출판 이전에 ‘몹씨 궁금한 영화제’라는 영화제 소개 채널을 개설한 경험이 계세요. 영상은 영화제의 현장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 생각하는데, 다시 채널을 운영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실 시즌2를 생각하기는 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취재를 못 하게 됐어요. 그렇게 잠시 멈춘 사이 책을 쓰게 된 거였습니다. 사실 지금은 제가 직접 만들기보다는 좋은 제작진분들이 계시다면, 만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꼭 제가 만들려는 욕심보다는 영화제를 위한 콘텐츠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물론, 저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Q.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를 소개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이지만, 그 ‘모두’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영화관 또한 ‘모두’가 즐길 수 없는 공간이죠. 장애인과 같은 약자들을 위해 한국영화계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된다 생각하나요?

"두 영화제 모두 ‘약자’를 위한 영화제죠. 약자는 의사소통이 힘든 사람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일 수도 있고, 노인과 아이일 수도 있어요. 꼭 장애인이 아니어도 약자에는 많은 사람들이 포함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영화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영화관은 장애인을 배려하는 휠체어석이 있잖아요. 근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만 있지는 않잖아요. 시청각 장애인은 영화관을 전혀 즐길 수가 없어요. 심지어 지금 존재하는 휠체어석도 주로 맨 앞과 맨 뒤여서 장애인들은 가운데서 볼 권리가 없죠. 똑같은 돈을 냈는데, 좌석 자체가 불평등한 거잖아요. 그래서 영화가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로 바뀌려면, 영화계가 아닌 정부 차원의 법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영화계를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이거든요."

"그렇잖아요, 애초에 문화계는 정부에서 지원 범위가 크지 않아요. 정부 차원에서 먼저 법제화를 해야 대기업들이 움직여 영화계를 바꿀 수 있어요. 일본에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화면해설과 한글자막을 볼 수 있는 UD캐스트시스템이 상용화됐어요. 휴대전화만 있으면 자막과 음성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죠. 시청각 장애인과 노인 등 영화관람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체계예요. 또 호주는 멀티플렉스 중 1개관 이상이 무조건 배리어프리 상영관이어야 한다는 법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장애와 나이대 상관없이 모두가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이죠. 하루빨리 정부가 이런 사례들을 받아들여 관객들을 위해 노력해 주면 좋겠어요."

Q. 국내에는 매년 수백 개가 넘는 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만으로는 국내 영화제를 다 담을 수가 없었는데, 혹시 2편을 제작할 생각이 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시리즈물로 만들 생각이 없냐고요. 그만큼 많은 영화제들이 국내에 있죠. 근데, 제가 이 책을 정리하는 데 5년이 걸렸어요. 영화제를 취재하고, 영화제만의 정체성과 특징, 매력들을 조사하고 담는 데 오래 걸렸죠. 물론, 앞으로도 다양하고 멋진 영화제들이 계속 만들어진다면, 그 정도의 시간을 다시 들여서 만들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일단 최소 5년 뒤라는 걸 알아주세요. 물론 책을 내든 안 내든 저는 계속 영화제를 지켜볼 겁니다."

[사진=안경선 PD]

Q. 작가님께서 영화제를 기획해 본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영화제는 무엇인가요?

"두 개 정도 기획이 떠오르네요. 먼저 ‘기록 영화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기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 현대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외에는 오래된 위인이나 아티스트, 그리고 건물에 대한 것들을 다 기록으로 남기더라고요. 재미와 상관없이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문화들이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그런 기록에 대한 작품이 부족한 것 같아서 따로 영화제로 만들어졌으면 해요. 두 번째로는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제’는 어떨까 싶어요. 요새 뉴스만 봐도 재미없고, 심각한 일들만 주위에 가득하잖아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언제부터 이렇게 재미가 없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유 없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세상 속에 그냥 재미만을 추구하는 영화제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코미디를 잘 만들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많이 없어졌어요. 최근 개봉된 <킬링 로맨스>처럼 정말 웃음에 치중된 영화들을 위한 가벼운 영화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만들어진다면, 송은이 개그우먼이 심사위원을 맡고, 희극인들이 나서서 영화를 찍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Q. 이제 막 영화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영화제 입문을 위한 추천 책이 있나요?

"저는 사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책을 많이 읽지 않았어요. 책도 스토리고, 영화도 스토리잖아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영화 일을 했으니까, 영화라는 한 편의 스토리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어느 순간 여러 스토리를 한꺼번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주로 관련된 영화 원작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읽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버겁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의무적으로 읽는 책보다는 자유롭게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막 누가 필독서다, 추천서다 해서 읽지 말고요. 영화제도 저는 책이 아니라 그냥 먼저 어디든 한번 가보시라고 추천하는 편인데, 책이 필요하다면 부끄럽지만 저의 책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가 어떨까 싶습니다. 국내에는 정말 다양한 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저의 책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요, 아울러 그동안 국내 영화제를 사랑해주신 관객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화제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건 찾아와주신 관객들 덕분이죠. 그리고 아직 영화제를 한 번도 안 가신 독자분들도 괜찮아요. 기회가 되면, 이 책을 빌미로 영화제를 하나씩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일단 가보세요. 그러면 어느덧 자신의 취향인 영화와 영화제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은 독자분들이 영화제를 경험하고, 관심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거니까요."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