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사람들은 운동, 금연, 외국어 공부, 일찍 일어나기 등 다양한 결심을 세우지만, 그 결심이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의 시장분석 기관인 통계브레인조사연구소(SBRI)에 따르면 새해 결심에 성공할 확률은 약 8% 정도. 거꾸로 말하면 실패할 확률이 92%나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새해가 되면 의지력을 불태운다. 결심은 의지력으로 하는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한다.
정말, 결심은 의지의 문제일까.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내담자들을 만났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책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독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의지력은 문제가 아니”라며 “나에게 안 맞는 것을 내가 하고 싶다고 잘못 믿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즉, 새해 결심이 매번 무너지고 마는 이유는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결심과 의지력의 관계를 해체하는 그는 오히려 ‘자존감’의 균형을 강조한다. 과연 그가 말한 자존감은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 소장에게 자존감의 의미와 올바른 목표 설정 방법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매년 새해가 되면 ‘결심’이나 ‘계획’과 같은 결의에 찬 단어들이 많이 보입니다. 재밌게도 ‘작심삼일’이라는 단어도 나오고요.
“결심이란 그동안 안 되던 것을 되게 하건, 하던 것을 중단하건 억지로 변화를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안 되던 것은 안 되는 이유가 있으며, 계속하던 것을 계속하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현재에 익숙해져 있는데, 결심대로 안 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단 하루라도 결심을 지켰다면 대단한 것입니다. 한 달 동안 결심을 지켰다면 진짜 대단한 것입니다. 두 달을 결심을 지켰다면 진짜 진짜 대단한 것입니다. 그만둔 것을 탓하지 마세요. 그만두기 전까지 노력한 내 모습을 떠올리세요. 또 결심을 지키지 못한 나를 탓하지 마세요. 뇌와 몸이 따라주지 않은 것을 탓하지 마세요. 뇌와 몸의 입장에서는 안 되는 것을 매번 결심하는 내가 이해가 안 갈 것입니다.”
Q. 내담자들은 대체로 어떤 고민들을 많이 털어놓나요? 시대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고민들의 트렌드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배우자와의 어려움, 시부모나 처가와의 어려움, 부모와의 어려움, 형제간의 어려움, 자녀와의 어려움 등 가족과 관련된 고민이 여전히 많습니다. 가족과의 갈등에 금전적인 어려움이 더해지면 고통이 극에 달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연인과의 갈등을 호소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사장, 상사, 동료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도 많습니다. 계속 시험에 실패하거나 취직에 실패해서 오는 분도 계십니다. 시대나 환경이 바뀌어도 고민은 비슷합니다.”
Q. 결심이 무너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계속 반복되면 “내 의지력에 문제가 있나”하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될 것 같아요.
“의지력은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항상 최대한 노력하면서 삽니다. 옆에서는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나의 뇌의 한계, 나의 몸의 한계, 나의 주어진 상황 안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스포츠에서만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을 살면서도 때때로 결과에 승복해야 합니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자아이상(ego ideal)이라고 합니다. 자아이상의 시선으로 현재의 나를 바라보지 맙시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의 시선으로 자신을 봐야 합니다. 실패해서 제일 괴로운 것은 나입니다. 내 의지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 나를 벌주게 됩니다. 좋든 싫든 자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심이 무너지는 것은 의지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나에게 안 맞는 것을 내가 하고 싶다고 잘못 믿었을 뿐입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을 뿐입니다. 때가 아닌데 때라고 믿었을 뿐입니다. 때로는 그냥 운이 나빴을 뿐입니다. 다만, 지금부터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결심하면 나는 번번이 성공할 것이며 나의 의지 역시 영원히 불타오를 것입니다.”
Q.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면 자기 자신을 채근하고 몰아세워야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요? 마치 소년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요.
“자기 자신을 채근하고 몰아세워서 목표에 가까워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어려서 부모님에게 야단맞은 기억을 떠올려봅시다.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아서 못하던 것을 하게 된 적이 있지 않나요. 부모님에게 체벌을 받아서 못하던 것을 하게 된 적, 누군가가 나를 채근하고 몰아세워서 못하던 것을 하게 된 적은 거의 없고. 오히려 방해가 됐을 것입니다. 내가 나를 채근하고 몰아세운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결심과 의지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습니다. 스포츠에서 실력이 비슷한 팀이 싸울 때는 의지가 강한 팀이 더 열심히 싸웁니다. 하지만 더 열심히 싸우고도 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거의 목표에 다다랐을 때는 누가 채근하고 몰아세우지 않아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목표가 까마득히 멀어서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자기 자신을 채근하고 몰아세우면 자기 자신이 지쳐 쓰러질 뿐입니다.”
결국, 최 소장의 말은 결심을 지키는 것이 의지력을 끌어 올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의지력을 높이기보다 자존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흔히 자존감과 관련된 문제에서 우리는 자존감이 낮은 것을 문제로 여기지만, 자존감이 높기만 한 것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Q. 책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에서 “자존감도 자기조절의 대상”이라는 문장이 있었어요. 그런데 자존감은 높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을 때 목표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자존감은 자기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무너지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비난해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너무 힘들고 부당한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괴로운 일이 많습니다. 자존감은 괴로움을 극복하는 힘이기에 우리는 간절하게 자존감을 원합니다. 내가 틀리지 않았어, 내가 잘못되지 않았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다고 꼭 판단력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두려운 일이 많고, 두렵기 때문에 시작도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내가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하던 일에서 그 누군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하는 것을 보면 부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존감이 있으면 실패가 두렵지 않기 때문에 높은 자존감을 갈망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성공한 이유는 실력과 노력에서 만들어진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일에 대해서는 나보다 자신감이 나을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자신감과 자존감은 나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일을 저지르고 엄청나게 후회하고 떨고 겁을 냈는데 그냥 운이 좋아서 성공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아서, 혹은 모든 일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자신은 문제없이 해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도전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게 됩니다. 어쩌다 한번 운으로 성공하면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합니다. 더 크게 도전해서 더 크게 실패합니다. 자존감이 높아서, 자신감이 있어서 성공을 확신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성공하건 실패하건 끝까지 노력하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실력도 있고 노력도 하는 이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췄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자존감만 높다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게 됩니다.”
Q. 결국, 균형잡힌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일 것 같습니다.
“자존감이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라면 공적존중감은 남이 나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공적존중감은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예컨대, 남들은 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나를 너무 낮게 평가합니다. 공적존중감에 비해서 자아존중감이 너무 낮기에 앞으로는 여태까지보다 나에 대해서 더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반면, 나는 내가 대단하고 잘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들은 나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공적존중감에 비해서 자아존중감이 너무 높기에 앞으로는 나에 대해서 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자아존중감을 기준으로 공적존중감을 측정해서 나를 더 존중하도록 타인을 움직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타인은 나를 더 거절하고, 타인은 나를 더 피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자아존중감은 더 상처받습니다. 공적존중감을 기준으로 자아존중감을 측정한 후 나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여서 공적존중감과 자아존중감의 갭을 줄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공적존중감에 비해서 자아존중감이 너무 낮다면 보다 자신있게 행동하면 됩니다. 공적존중감에 비해서 자아존중감이 너무 높다면 더 친절하게 행동하고 더 겸손하게 처신하면 됩니다.”
Q. 자존감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자기조절력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자기조절력은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자기조절력을 쉬운 말로 표현하면 참을성입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최적의 타이밍에 행동하면 자기조절력이 있는 겁니다.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자기조절력이 부족한 겁니다. 막상 하겠다고 하고는 게으름 피우고 준비를 소홀히 하면 자기조절력이 부족한 겁니다. 움직여서는 안 될 때 움직이면 자기조절력이 부족한 겁니다.”
Q. 선생님께서도 결심과 목표를 세우고 시행착오를 겪어본 적 있나요? 어떻게 자기조절력을 키웠는지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결심하는 것도 목표를 세우는 것도 거의 없습니다. 못하는 것은 하지 말고 잘하는 것만 하면서 살자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이며 결심이라면 결심입니다. 자기조절력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목표이며 결심입니다.”
Q. 자기조절 성공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사람의 의지는 약하기에 더 이상 나를 믿지 말자”고 했어요. 자기 노력만으로 담배나 술을 참으려다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그럼 무엇을 믿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과학을 믿어야 합니다. 인간의 의지는 뇌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인간의 의지는 몸에서 만듭니다.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몸을 지닌 이는 다이어트가 용이합니다. 배고픔을 심하게 느끼는 몸을 지닌 이는 다이어트를 할 수 없습니다. 의지가 강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가 덜 고파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운동도, 술도, 담배도, 공부도, 습관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안 되는 데는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맙시다.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합시다. 다만 그 방법은 의지가 아닌 과학이어야 합니다. 내 의지가 약해져도 나를 막을 수 있는 브레이크를 설치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과학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Q. 사람들은 또 다시 결심과 목표를 갖고 새해를 시작할 텐데요.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나요?
“결심할 때는 전적으로 나의 결정에 의해서 해야 합니다.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주변의 권유나 강요로 세워진 목표는 백이면 백 실패합니다. 예컨대, 나는 술을 끊고 싶지 않은데, 옆에서 끊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억지로 한 결심은 지켜지지 못합니다. 또 나는 공부가 싫은데, 옆에서 꼭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억지로 한 결심은 지키지 못합니다.
기계적으로 결심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새해가 되면 결심을 합니다. 매번 실패한 것을 결심하고 또 결심합니다.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 뭔가 목표를 세웁니다. 새로 뭔가 결심합니다. 결심을 위한 결심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목표를 위한 목표는 달성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결심해야 합니다. 만약, 당장 다음 달부터 외국인과 일을 해야 하고,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하면, 이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외국어에 능숙해지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해 외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면, 중간에 그만둘 가능성이 큽니다. 막연히 부지런해져야겠다고 생각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목표를 세웠다면, 며칠 하다가 다시 늦게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Q. 책이 출간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혹시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 개정판을 내거나 책을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요.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는 원래부터 정해진 제목이 아니었습니다. ‘자기조절’이 원래 제목이었습니다. ‘자기조절’은 ①자기인식-②자기수용-③자기존중-④자기주도의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많아지다보니까 ①자기인식-②자기수용 부분만 출판이 결정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출판사에서 제목이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로 정해지면서 결심에 대한 부분이 추가되었습니다. ③자기존중-④자기주장 부분은 나중에 ‘자기독립’ 또는 ‘자기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로 제목이 정해지면서 해당부분이 추가되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기조절”이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모두 취합해서 가다듬은 후 책으로 발간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와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는 이어지는 책입니다.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이후가 궁금하시다면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도 일독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