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좋고 게임은 나쁘다?
메타버스는 좋고 게임은 나쁘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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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사진=네이버]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가 한때의 유행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최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메타버스 특별법’을 제정하고, 협력적 자율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게임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그대로 둔 채 메타버스만 육성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메타버스와 게임은 그 구분이 모호하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게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미니게임’과 같은 게임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다.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로블록스의) 미션은 게임을 통해 세상의 모든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가 3억명에 달하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도 많은 사용자들에게 게임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제페토는 소셜 네트워킹 앱(애플 앱 스토어 기준)으로 분류되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막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게임이라고 하면 일단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의 이경민 교수는 책 『게임하는 뇌』를 통해, 게임을 무조건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게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은 대부분 사회와 단절된 극단적인 게임중독자의 이미지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이용자들은 그저 하나의 취미생활로 게임을 즐긴다. 게임이 사회성을 저하시킨다는 우려는 ‘사회적 대체 가설’로 설명되는데, 텔레비전 등의 매체가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줄어들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가설을 게임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텔레비전 같은 전통 매스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반면 게임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는 상호 작용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이용 시간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2007년 네덜란드 틸부르크 대학 연구팀이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이용하는 청소년 1,2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청소년들은 게임을 통해 채팅과 메시지 서비스 등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의사소통 파트너가 다양해지고 사회적 역량이 증가하며 외로움이 감소하는 등 심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게임에 접속한 다른 이용자들과 팀을 이뤄 대항전을 벌이고, 협업해 퀘스트를 깨는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이다.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메타버스의 장점은 게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과 빈도가 높을수록 대인관계가 빈약하고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과 의사소통의 질이 떨어졌지만, 똑같이 게임을 하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사회적인 동기로 게임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게임 시간이 길더라도 가족 간 의사소통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연결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해졌다. 게임 또한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범죄 등 게임의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가상세계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메타버스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메타버스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이버 범죄가 일어난다.

이경민 교수는 책에서 바람직한 게임 개발과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론적인 지도 방안이 아닌, 실제 이용 경험을 토대로 실천 가능하고 유용한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직접 함께해 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게임이든, 메타버스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일단 그 세계에 ‘접속’해 봐야 하지 않을까.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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