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사진작가 케이채 “내가 나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명사에게 듣다] 사진작가 케이채 “내가 나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5.3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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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이 막혔던 지난 몇 년, 여행이 직업인 사람들은 어떤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한국보다 해외를 더 많이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지구조각’을 모으던 여행사진가 케이채는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좀 더 나이가 들면 하려고 했던 국내에서의 작업을 생각보다 일찍 시도하게 됐다. 지난 2년에 걸친 프로젝트의 제목은 ‘낫서울’(Not Seoul). 사진의 배경은 서울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모습은 없다. 작가는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안정적인 구도로 담는 대신,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 속에서 낯선 색감과 장면들을 포착해 냈다. 매일 오가는 장소를 보면서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낫서울’ 시리즈는 삼청동 갤러리에서 큰 호응을 얻은 전시에 이어, 국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고사양 사진집으로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12년간 85개국을 여행했던 케이채는 다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지는 대로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3국, 중미, 페로제도-그린란드-아이슬란드를 방문해 100개국을 채울 예정이다. 국내를 포함해 지구 전체를 무대로 활동하며 오직 사진에 몰두하는 그는, 장소가 아닌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다니는 모험가다.

지난 18일, 독서신문 사옥에서 최근 사진집 『낫서울』을 출간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사진집 『낫서울』이 출간 즉시 사진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약 한 달 만에 완판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정통 사진집이 이렇게 잘 팔리는 경우는 드문데, 인기의 이유가 뭘까.

“흔히 책이 안 팔린다고 얘기하는데, 사진집은 그보다도 안 팔리는 시장이다. 외국에는 ‘커피 테이블 북’ 등 아트북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사진작가들이 포토 에세이 같은 가벼운 형태의 책을 많이 낸다. 포토 에세이로는 사진을 제대로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나는 사진은 온전히 사진으로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이런 고사양 사진집을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대부분 출판사에서 사진집을 잘 내 주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포토 에세이 형태의 책을 내기도 했지만 계속 도전을 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향해 왔다.

2014년에 냈던 『아프리카 더 컬러풀』이라는 책은 『낫서울』보다 작은 판형에 가격도 절반 정도였지만, 사람들이 크고 비싼 책이라고 생각해 진입장벽이 있었고, 출판사에서도 그 책을 굉장히 큰 모험으로 생각했다. 사실, 『낫서울』도 총 부수가 천 권이니 일반적인 출판 시장 기준으로 많은 부수는 아니지만, 이 시장에서는 나름대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 사진집이 아니고서야 천 권은 고사하고 오백 권도 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십수 년간 책을 내고, 전시를 하면서 꾸준히 사진집의 역할과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는데, 그런 노력이 점점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나 싶다.”

Q. ‘낫서울’ 시리즈는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을 낯설게 표현한다. 항상 봐 오던 풍경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발상을 전환하게 해 준 계기는 무엇이었나.

“서울을 다르게 본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내 작업 스타일 자체가 외국에서 수많은 장소를 다녀도, 장소를 보여주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그 장소를 통해 나를 표현하려고 한다. 고흐 같은 화가도 남프랑스에 가서 해바라기 밭을 보고 자신만의 개성적인 그림을 그렸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상상으로 그릴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직접 가서 보고 그렸다. 나한테는 사진도 비슷한 개념이다. 어디에 가더라도, 눈앞에 보이는 걸 그대로 기록하려고 한다기보다 그 풍경 속에서 나만이 볼 수 있는 것을 담으려고 한다. 사실, 나는 국내 어디를 가든 익숙한 기분은 별로 안 든다. 흔히 말하는 ‘길치’라서… 그래서 서울을 일부러 낯설게 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주로 외국에서 작업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면 ‘오프 시즌’처럼 생각하며 살아 왔기 때문에 서울에서 스스로를 사진 찍는 사람의 상태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2년에 걸쳐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서울도 사진 찍는 장소로 받아들이게 됐다. 꼭 새로운 장소를 가야 낯선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진집에도 내가 사는 동네 사진이 많다. 작업은 서울에서 했지만, 사람들이 서울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것을 담고 싶은 게 아니라 서울을 배경으로 나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제목도 서울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의미에서 ‘낫서울’로 정했다.”

Q. 다른 국내 도시에서 ‘낫’ 작업을 이어갈 생각도 있나.

“제주도, 부산 등에서 조금씩 작업한 게 있기는 한데 언젠가 정식으로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잠깐 방문하는 정도로는 안 되고 오래 머무르면서 시간을 써야 하니까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아직 고민이 많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국내 도시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본래 지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방랑 사진작가다. 평범한 여행자들은 잘 가지 않는 오지를 탐험하며 여러 에피소드를 겪기도 했는데, ‘낫서울’을 작업하며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서울에서 작업하면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보게 됐다. 요즘 자전거 타는 인구가 많이 늘었는데, 내가 자전거를 타게 되니 그 분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기도 했고. 사진을 찍기 위해 어디론가 멀리 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데,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좋은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주변의 일상은 손바닥 안의 일처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사진을 찍을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사는 거다. 옛날에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니까 거리에 군인이 그렇게 많더라. 원래 있었는데 관심이 없어서 못 봤던 거다. 내가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못 봤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내가 있는 장소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일들을 많이 한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거나… 서울에서 작업하면서도 마찬가지로, 폭넓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자 했다. 그러자 눈앞에 알지 못했던 풍경들이 펼쳐졌다.”

Q. 우리나라에서는 거리사진의 예술성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진계의 시류라고 할 수 있는 ‘컨템퍼러리’, ‘개념사진’ 등 소위 현대사진은 대부분 만들어진 사진이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거리사진이 시대에 안 맞는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나는 거리사진이야말로 사진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청춘을 담은 사진으로 유명한 라이언 맥긴리 같은 작가의 사진은 완전히 연출된 사진인데, 연출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훗날 사람들이 21세기의 풍경을 돌아봤을 때 그렇게 연출된 사진밖에 없으면 아쉽지 않겠나. “위대한 거리사진의 시대는 지났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거리사진을 촌스러운 것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거리사진의 미학이 유효하다고 본다. 오히려 거리사진이야말로 현대사진이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풍경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20세기의 거리사진과 현대의 거리사진이 갖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 시대의 모습을 담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가 지난 세기의 거리사진에서 휴대폰 없는 풍경을 생경하게 발견하듯이, 지금으로부터 100년만 지나도 사람들은 휴대폰을 안 쓰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저 때 사람들은 저렇게 살았구나’ 하며 다르게 볼 것이다. 사진이 사실만을 기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꾸며지지 않은 시대의 모습을 담는 부분에 있어서는 거리사진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거리사진을 안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거리사진이랍시고 ‘도촬’(도둑 촬영) 등 이상하게 찍는 분들이 많이 있어 그런 것 같다. 내가 볼 때 그런 사람들은 거리사진가가 아니다.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다 거리사진가가 아니고, 그 순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게 있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써 책임감을 갖고 완성해야 한다. 나는 거리사진가로서의 책임을 항상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기는 하다. 다만, 어떤 장르든 간에 이상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 장르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지는 않는데, 거리사진이 문제가 되니 그냥 찍지 말라고 하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 굉장히 한국적인 현상인 것 같다.”

Q. 스스로에게 “여행자 특유의 촌스러움”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런 태도가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데 도움을 줬을 것 같다. 촌스럽다는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아야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있지 않나. 가령, 케이채만의 쨍한 색감이라든지.

“내 사진이 색감이 강하다 보니 ‘촌스럽다’, ‘유치하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특히 우리나라 사진계 주류에 있는 분들은 매우 싫어한다.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나인 것에 두려움이 없는 거다. 나의 사진은 남들이랑 다르게 튀려고 고민하고 연구해서 나온 게 아니라 내 자신이 투영된 분신 같은 존재다. 그래서 이걸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 십여 년 전, 줄곧 외국에서 지내다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국내 사진계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평가를 듣고서 ‘내 사진의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여기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장르의 예술도 그렇지만, 사진이란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평가가 좋지 않다고 해서 ‘다르게 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것도 그것대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규격에 맞는 사람이 아닌데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든 나를 거기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혼자서도 충분히 뭔가를 이뤄 낼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나만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사진작가의 꿈을 꾸는 젊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해야 사진작가가 된다’는 식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타인의 평가보다는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NS 시대이다 보니, 사람들이 즉각적인 반응에 굶주려서 ‘좋아요’ 숫자 같은 것에 집착을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많이 받으면 좋은 사진이고 반응이 없으면 ‘사진이 별로인가 보다’ 이렇게 판단을 하는데 굉장히 잘못된 거다. 좋은 사진이 SNS 플랫폼에서 반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케이채 하면 ‘총천연색’이 떠오른다. 사진도 그렇지만, 사진집의 내지도 강렬한 노란색이고, 평소 패션도 화려하다. 언제부터 개성을 확립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컬러풀한 걸 좋아했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여자 옷 입히고 사진 찍은 것도 많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즐거워 보이더라. 그런 영향인지는 몰라도, 패션에 계속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부터 온두라스, 뉴욕 등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튀는 옷차림을 많이 하고 다녔다. 컬러풀한 옷, 망사 옷, 비닐 바지… 무대의상 같은 옷들을 평상복으로 입었다. 그래서 규율이 강한 학교에 다닐 때는 교감 선생님이 쫓아오고, 도망 다니고 그랬다. 지금은 살이 쪄서 못 입지만, 옛날에는 어머니 옷을 입기도 했다. 여자 옷이 현란한 색이나 디자인이 많으니까. 지금은 많이 얌전해진 거다.”

Q. 과거 에세이집에서 컬러 사진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 사울 레이터를 언급하며 “행복이 불행보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인용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나.

“사람들이 슬프거나, 아프거나, 뭔가 고통이 있다거나 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순간은 사진으로 찍지 않는다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사람들을 찍을 때는 훗날 그 사람이 보았을 때도 ‘내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었다’라고 느꼈으면 한다. 사진계를 비롯한 예술계에서는 일상의 즐거움이나 행복이 담긴 작품을 낮잡아보는 시각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고통이나 슬픔, 우울이 가볍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행복도 가볍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면 살수록 행복이 더 어렵다. 밖에서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다 무표정을 하고 있다. 즐거움의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은 나이가 들수록 자주 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을 담아내는 일에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추구하고 있다. 물론 그런 의도를 갖고 찍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꼭 같은 것을 느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자꾸 예술에 있어서도 정답을 알고 싶어 하는데, 예술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각자의 정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Q. 사진작가는 찍어야 할 순간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찍지 않아야 할 순간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셔터를 누르기 전 고민하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쳐 아쉬웠던 적은 없었나.

“어떤 사진을 담아야 되고, 어떤 사진을 담지 않아야 되고 이런 것들을 사진작가로서 평소에 계속 고민하다 보면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판단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다만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더라도 사람들의 삶을 방해하게 될까 봐 찍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단에 갔을 때처럼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갔을 때는 다른 사진작가 같았으면 막 치고 들어가서 찍었을 그런 순간, 단순하게 사진만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찍었어야 될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까지의 과정이 사진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사람들이 반드시 느낀다고 생각한다. 결과만을 위해 찍은 사진은 당장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어도, 오래 남는 사진은 못 된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좋은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업을 하고 싶다.”

Q. 누구나,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생각 없이 찍는 사진은 공해”라고 표현했는데, 사진작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이 말이 해당될까.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만큼, 사진이 공해가 되기도 하는 시대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할수록 좋다. 일반인들이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는 걸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신나서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촬영이라는 행위가 세상에 끼칠 영향을 의식해야 한다. 나는 사진을 최소한으로 찍어야 된다는 주의다. 사진을 찍을 때는 아주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진을 찍을 준비는 항상 돼 있지만, 하루에 한 장도 안 찍을 때도 있다. 양보다는 결정적인 한 장의 사진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하도 많이 찍어서 나중에는 어디서, 왜 찍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스마트폰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사진작가는 그러면 안 된다. 자기가 찍는 하나하나의 사진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고 나중에 돌아봐도 내가 왜 이 순간에 사진을 찍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세계 100개국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고, 12년 동안 85개국을 여행했다. 다음 목표가 있나.

“마음 같아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다 담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돌아다니지 못하는 시기가 오기 전에 최대한 해외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 사진작가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역사에 남는 사진, 내가 죽은 다음에도 사람들이 봐 주는 사진을 남기는 것이다. 잠깐 유행하고 사라지는 사진이 아니라 100년이 흐르고 200년이 흘러도 회자되는 사진이 한 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독서신문과 인터뷰를 하게 돼 매우 기쁘다.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사진집과 관련해 책을 다루는 매체와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다. 사진집은 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풍조가 있는 것 같다. 사진집도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폭넓게 읽혔으면 좋겠는데, 글자가 있는 책만 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들어서는 그림책이 해외에서 상을 받으면서 글자가 없는 책도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데, 책을 다루는 매체들도 더 다양한 책을 조명했으면 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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