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다루는 방법 『재앙의 정치학』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다루는 방법 『재앙의 정치학』
  • 유현승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01.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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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관련된 유명한 법칙이 있다. 1931년에 발표된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비슷한 여러 차례의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존재한다. 이 여러 차례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 생기는 것이 바로 재난이다. 바꿔 말하면, 예측할 수 없는 사고는 없다.

하지만 과연 재앙을 예측할 수 있을까? 현대에 이르러 재앙은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보인다. 하나는 재앙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회가 유기체처럼 촘촘히 연결됨에 따라 재앙이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도미노처럼 여러 곳에 연쇄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뭔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진다면, 틀리지 않다. 이는 2년째 우리가 겪고 있는 팬데믹의 특징과도 일치한다.

재앙은 특정한 지역의 사람들에게만 한정적으로 피해를 입힐 때도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수많은 네트워크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도시화와 세계화, 인터넷의 발달로 훨씬 가까워졌고 이는 인간이 무엇인가에 쉽게 전염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재앙의 정치학』에서 다루는 재앙은 화산폭발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팬데믹에 그치지 않는다. 2008년에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는 점에서 재앙의 범주에 들어간다. 금융도 날씨처럼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는 복잡계의 성격을 띠므로 예측하기 힘든 분야 중 하나에 속한다.

금융위기를 예측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리스크를 자잘하게 분산했다는 데 있었다. 리스크를 분산하면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므로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다. 또한 리스크를 분산한 규모가 크고 복잡하므로 계산하는 것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쉬워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계기로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인간은 복잡한 수학적 기법을 동원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자신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수집한 통계 수치 자체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것을 분석하는 과정에도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관적이다. 이처럼 엄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분석 결과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불확실성을 띨 수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일어났던 재앙을 설명하고, 각 국가가 재앙에 대응했던 방식을 분석하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재앙을 소개한다. 저자는 또다른 전염병이 초래할 수 있는 재앙과 기후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재앙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재앙을 예측해 미리 막을 생각을 하기보다는, 재앙이 일어나더라도 이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의 재앙을 분석하는 것이 미래의 재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없더라도 인류가 또다른 재앙을 맞닥뜨렸을 때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 책이 쓰인 때는 2020년 8월이다.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지금보다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았던 과거의 한 지점에서 팬데믹이 가지는 의미를 평가했다는 점이 시기상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재앙을 예측하기란 어려우며 재앙에 대한 회복재생력이 높은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독서신문 유현승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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