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김제동 “사회적 발언? 겁도 나고, 망설여지지만 해야할 일”
[책 읽는 대한민국] 김제동 “사회적 발언? 겁도 나고, 망설여지지만 해야할 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30 0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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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 [사진=나무의마음]

“천문학자만 별에 대해 얘기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냐”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은 “질문 안에 답이 있다는 의미”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자연 세계 떠올리면 편안하고 겸손해져"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방송인 김제동씨가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나무의마음)을 들고 대중 앞에 다시 나섰다. 2018년 에세이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나무의마음) 이후 2년 6개월 만에 펴낸 책이다. 이번 신간은 김씨가 김상욱·유현준·심채경·이원재·정재승·이정모·김창남 등 전문가 7명과 대담한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독서신문>은 김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책에 얽힌 뒷얘기와 평소 그가 갖고 있는 소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힐 때마다 무섭고, 겁도 나고, 망설여진다면서도 개인의 존엄과 행복 추구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터뷰는 29일 오전 화상회의 어플리케이션 구글 미트로 진행됐다.

-2년만의 복귀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 지 궁금하다.

“사실은 지난해 9월까지 방송을 했기 때문에 2년만의 복귀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쉰다고 할 수는 없다. 제일 중요한 일상은 계속하고 있다. 함께 지내는 개가 있어서 그 개랑 살고 있고, 밥하고, 설거지 하고, 음식 하고, 책 쓰고, 뜨개질하고, 미니포크레인 자격증 이수하고, 주말농장 같은 곳에 가서 농사짓고 등등 여러 가지 했다”

-책 출간 계기가 궁금하다.

“살면서 궁금한 것들이 많이 있다. ‘나는 누굴까?’ ‘어떻게 살아야 하지?’ ‘세상은 왜 이런 모양으로 존재하지?’ ‘우리가 사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외계인은 있을까’ 등 살면서 한번쯤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었다.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출판사에서도 이런 분들하고 인터뷰하면 좋겠다고 해서 임하게 됐다.”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책 제목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은 어떤 의미인가.

“예컨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 사람에게 어떻게 고백하면 부담 주지 않고 내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반려견에게 잘해주고 싶을 때 ‘이 개와 산책을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이 개가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안에 답이 들어있다. 이런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혹은 반려견 등 다른 존재와의 관계가 개선된다. 우리가 하는 질문들이 우리의 생각을 나타내면서 그 속에서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니까 그게 바로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질문이 없다면 답 또한 없는거 아닌가 싶다.”

-이번 책을 “정성껏 차린 음식”이라고 표현했다.

“언젠가 절에 갔더니 ‘맛보아 주세요’라며 음식을 내주셨다. 그래서 그 분에게 “그런 말 처음 들어본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차린 것까지는 우리 몫이지만 드시는 건 드시는 분들의 몫이니까, 맛이 있을진 없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할 일은 정성껏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이 말이 무척 오래 가슴에 남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을 출간하기까지는 우리의 몫이지만 다음의 몫은 독자들에게 달렸다는 의미였다. 특히 학생들이나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기성세대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유로 밥상을 차렸으니 생각은 어떠시냐고 여쭤보는 의미였다.”

-책에 과학자들이 많이 등장했다. 물리학, 천문학, 뇌과학 등 과학적 지식을 인문학적 메시지와 결부시킨 점이 흥미롭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나

“나는 사실 ‘과포자’나 ‘수포자’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인터뷰하면서 처음으로 과학이나 수학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나는 쉬어가는 입장이니 그런 생각 가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웃음). 양자역학을 (비전공자인) 우리가 풀어야 할 의무가 없지 않나.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다.”

-전문가 섭외 과정,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인터뷰한 분들은 그간 저와 방송을 같이했거나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분들이었다. 과학자는 아는 분야가 아니면 모른다고 한다. 자기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대개는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고, 속으로는 불안하더라도 아는 척 하는데 과학자들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가 확실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런 과학자들의 태도가 멋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는 없지만 수학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수학이라는 게 또 다른 언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이것도 관심갖고 공부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려울 것 같다”

[사진 = 나무의마음]

-전문가들을 대하는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지식 차이가 있어서 주눅 들 수 있었을텐데 솔직하고 유쾌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우리는 은연중에 ‘너도 알겠지만’이나 ‘알다시피’ 같은 말을 하면서 자기가 아는 지식을 남도 알 것이라고 하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근데 그게 사실은 안 그럴 수도 있다. 병원에 갔을 때 의사들이 엑스레이 사진을 걸어놓고 ‘어머님도 보시면 아시겠지만’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그 분야의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봐도 잘 모른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면 오히려 모르는 게 더 편안해질 때가 있다. 내 경험상으로는 모를 수도 있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라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내가 틀렸다고 하면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그리고 인터뷰에 임해준 선생님들이 너무나 편하게 대해주셨다.“

-김상욱 교수의 물리학 이야기로 관계의 문제를 풀어나가고, 유현준 교수의 건축 이야기를 통해 좋은 도시와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등 접근법이 새로웠다. 이런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끔 우리 안에 속상한 마음이 들 때 ‘세상이 왜 이렇지’하는 생각이 든다. 김상욱 선생님이 해준 얘기는 세상에 생겨난 모든 것들은 물리적으로 옳다는 말인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그렇게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정상인 것이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중력은 작동하고, 비가 오든 해가 뜨든 하는 것이 자연 세계의 법칙이다. 내가 슬픈 날에도 우주에서 일어날 일들은 작동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 자신이 작고 왜소하게 느껴지면서도 겸손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주는 안온함이 아닐까”

-이번 책은 본인이 7명의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져 답을 얻어낸 대담집이다. 시민들이 자기자신 혹은 세상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건소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에게 가서 매달 2회 정도 무료 강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건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평소에도 고생하시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분들은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나가고, 태풍이 오면 태풍이 온다고 나간다. 이번 코로나는 그들을 더욱더 힘들게 했는데 결코 ‘하기 싫다’고 말하지 않더라. 다만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누가 알아만 줬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진짜 고생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거나 혹은 알아가는 일, 그런 일에 조금 더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사진=나무의마음]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이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을 다룬 책이 나오는 등 옹호론이 등장하고 있다.

“선거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연예인으로서, 토크쇼 진행자로서, 그간 내놓은 여러 책의 저자로서의 궤적을 되돌아보면 시민으로서의 권리주장이나 위로 등의 단어로 귀착되는 것 같다.

“헌법 10조를 보면 각 개인의 행복할 권리, 그리고 각 개인에게 주어진 가치와 존엄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돼 있다. 이것은 정부와 다른 개념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존엄한 인간으로 대해야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각 개인이 존엄을 인정받지 못할 때, 행복을 추구하지 못할 때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그런 것이 안될 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해 물어볼 권리를 갖지 않으면 내 직업은 없어진다고 본다. 내가 시민들의 권리를 계속 얘기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직업을 위해서도 그런 얘기를 계속해야 한다.”

-고액강연료 논란도 있었고 책 리뷰사건도 그렇고 일이 있을 때마다 타깃이 되고 구설에 많이 오른다. 지난주말 출간기념 방송에서도 스스로 “뭘하면 그 것 자체가 다른 의미로 읽힌다”고 말할 정도이다.

“의도를 갖고 쓰거나 말하는 쪽에서는 후속 얘기를 쓰거나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평하거나 비평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얘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연료를 예를 들자면 너무 소란스러워져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그 일들을 못하게 되면서 공연 스태프들도 일을 못하고 쉬고 있다. 인건비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매출이 생겨야 나눌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어떠한 지역축제도, 후원하지 않는 축제는 없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공연료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공연료는 내가 요청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에서 형성된다. 나는 500회 이상의 무료 강연을 해 왔다”

-정치적 발언을 망설이지 않는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망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굉장히 망설인다. 굉장히 겁나고 무섭다. 그걸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이면을 봐준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연예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민감한 일에는 의견을 표시하지 말라고 강요한다. ‘튀지마라’ ‘니가 뭘 안다고 그러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천문학자만 별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헌법학자만 헌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만 정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예인이 공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공인은 세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내 직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직업이다.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가깝다. 공공의 일을 하는 측면이 있지만 나랏일을 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행사할 때 지자체에서 받은 돈이 세금 아니냐고 반박한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우리가 낸 세금을 받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고, 그런뒤 여유가 될 때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기쁨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인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의미로서의 공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예인과 작가, 사회적 활동가 등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되는 건가? 셋중 어떤 역할에 더 마음이 가는가?

“연예인 할때는 연예인, 작가할 때는 작가, 사회적 이야기를 할때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외국에 나갔는데 내가 ‘제동 킴’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내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때그때 자신의 모습에 충실하면 그것이 곧 내 직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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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q 2021-03-31 16:37:45
소신 발언 아니고 선택적 발언이겠지.. 지금 아갈머리를 꽉 닫고있는거 보면.

asdf 2021-03-30 20:41:11
당신의 문제는 발언 자체가 아니라.. 남다른 내로남불 기준인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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