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자본주의의 새 물결 만드나
IT업계, 자본주의의 새 물결 만드나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3.0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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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요즘 정보기술(IT)업계는 연봉 경쟁이 한창이다. 넥슨, 넷마블, 쿠팡, 크래프톤은 물론 토스, 직방, 빅히트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우수개발자 유치를 위해 앞다퉈 급여를 올려주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같은 곳에서는 성과급이 적정한지를 놓고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회사에서 정한 대로 고분고분 따라가던 과거의 급여 시스템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런가 하면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의장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한국식 전통 재벌들의 행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과연 이들의 이런 모습이 기업의 새로운 문화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미국 등 신자유주의가 광범위하게 자리 잡은 곳에서 기업의 최대목표는 주주우선이었다. 이른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Capitalism)이다. 이에 대항해 최근 나오는 목소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Capitalism)이다. 주주 최우선에서 탈피해 고객과 노동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경제 기자 생활을 한 뒤 YTN 사장 등도 역임한 최남수 서정대 교수는 최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통해 주주자본주의의 몰락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부상 요인을 분석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고객과 노동자, 지역사회 등 그간 기업이 돌보지 않았던 대상에 주목한다. 책에서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이 2019년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서 이해관계자의 번영으로 바꾸자는 성명을 내고,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어젠다 2021’에서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어젠다 5대 키워드로 떠오른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기업 경영에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30년대부터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적 견해가 우세를 점하면서 이해관계자 중심론은 쇠퇴했다. 자유 기업 사회에서 기업의 책임은 가능한 한 돈을 많이 버는 데 있다고 주장한 프리드먼의 이론은 기업 경영 이론에서 대세가 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 개념은 소외됐다.

기업들이 프리드먼의 견해에 따라 주가 상승,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단기 주주 이익만을 극대화하고 다른 목표를 하위로 설정하면서 직원과 거래업체 등은 희생되기에 이르렀다. 주주 가치의 극대화는 결국 경영진 이익의 사유화로 변질되면서 결국 소득 양극화로 이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를 점령하라’ 같은 시위가 범세계적으로 호응을 받은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4차 산업혁명의 시작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부상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도 이러한 흐름에 맞닿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기후 위기 담론과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한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은 ESG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ESG 경영은 주주 외에도 다른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자는 것이어서 ‘정부-기업-시민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도울 수 있다. 종국적으로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기여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SK가 사회적 경영을 표방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IT업계 역시 과다수수료 책정, 노동자에 대한 대우 등 극복해나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최남수 교수는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ESG 경영 선언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실제적인 실천과 그에 따른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ESG 경영 담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다보스 포럼으로,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그간의 정글자본주의에서 탈피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논의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최 교수는 “시민들이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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