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가 뭐지?” 우리가 사는 지금이 ‘인류세’
“인류세가 뭐지?” 우리가 사는 지금이 ‘인류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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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인류세’라는 단어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가 2020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작으로 선정됐고, 국내 최대 책축제 ‘서울국제도서전’과 ‘아시아문화포럼’은 인류세를 주제로 한 강연과 대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와 시대를 뜻하는 ‘cene’의 합성어로, 인류로 인해 빚어진 새로운 지질(地質)시대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단어는 ‘이전과는 다른 토양’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나아가 환경 보호를 촉구하는 정치적 주장이기도 하다.    

인류세는 공인된 용어가 아니다. 지질시대는 지구의 탄생에서 시작해 다세포생물이 번성한 선캄브리아대, 최초의 육상 생물이 출현한 고생대, 공룡 등 파충류가 번성한 중생대, 포유류가 번성한 신생대로 구분된다. 신생대는 다시 1~4기로 세분되고, 이 중 4기는 플라이스토세와 약 1만1,700년 전 시작된 홀로세로 나뉜다. 공식적으로 인류는 홀로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지금이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이전 시대와 뚜렷하게 다른 지질학적 특징들인데, 인류세와 홀로세를 구분하는 명확한 특징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특징들은 대부분 인간의 환경 파괴와 밀접히 연관된다. 가령 인류가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기에 인류세의 지층에는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들이 녹아있다. 이 지층에는 환경을 파괴하는 질소 역시 다량 포함돼있는데, 인류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생물상(같은 환경이나 일정한 지역 안에 분포하는 생물의 모든 종류)의 변화도 관찰할 수 있다. 홀로세의 지층에는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인류세의 지층에는 가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용어를 통해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과거 자연이 인간의 생존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자연과 인간의 처지가 역전됐다는 것이다. 보통 지층은 수천만 년에서 수억 년을 주기로 형성되지만 인간이 1만 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지질을 바꿔버렸다는 것이 그 증거다.

환경 전문 기자 가이아 빈스는 책 『인류세의 모험』에서 “우리가 전 지구적 힘을 휘두른다는 깨달음은 이 세계의 시공간 속, 그리고 다른 모든 생명체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 위치를 정의하는 지금의 과학적·문화적·종교적 철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인식의 특별한 전환을 요한다”고 말한다.  

그는 “19세기에 찰스 다윈은 인간을 또 하나의 종, 즉 거대한 생명의 나무에 달린 하나의 잔가지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지금 이 패러다임이 다시 바뀌고 있다”며 “인간은 더 이상 또 하나의 종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지구의 생물 화학적 조건을 의식적으로 재편하는 최초의 종이다”라고 설명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사이먼 L. 루이스 교수와 마크 A. 매슬린 교수 역시 책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에서 “단일한 생물 종이 지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 것은 45억 년이라는 이 행성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인류의 활동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다”라고 말한다. 

두 교수는 ▲우리가 마시는 거의 모든 물에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있으며 ▲산업혁명 이래로 인류가 2.2조 톤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전 세계 바다가 산성화되고 기온이 상승했으며 ▲생물의 개체수가 지난 40년간 평균 58% 감소했고, 그 감소 속도는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전의 속도보다 1,000배 더 빠르며 ▲오늘날 육지 포유류의 97%는 인간(30%)과 가축(67%)이며 ▲바다에 산소가 부족해 생물이 살지 못하는 데드존이 생긴 사실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한편, 혹자는 인류세라는 단어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그들은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에서 ‘신종’(神種)인 호모 데우스(Homo deus)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영향이 신에 비견될 정도로 크다면, 파괴된 환경을 되돌려 인간 종이 이 땅에서 영원히 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류세라는 단어에서 희망을 보든 절망을 보든, 어쨌든 우리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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