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누가 그랬던가.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무료하고 따분한 노인의 그저 그런 하루를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가꿔준다. 헌데 그런 기억조차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잃어버리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팍팍하고 건조할까.
이 책은 그런 팍팍하고 건조한, 아니 그런 삶인 줄조차 모르는 치매 노인들의 이야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치매 노인들을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던 현직 요양보호사의 땀과 눈물이 묻어있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죽음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고, 깨닫게 되는 삶의 이치는 어떤 것일까.
그 후로 나는 치매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됐다. 7년간 세 곡의 요양원에서 근무하며 100여명의 노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매일같이 살 부딪치고 식사를 돕고 몸을 씻겨드렸던 분들이다. 어쩌면 명절에야 간신히 마주 앉아 식사하는 부모님보다도 더 가까이 지냈던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떠나는 날은 뭔지 모르지만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지켜봐왔던 한 할머니는 떠날 무렵, 내게 하나만 약속하라고 말했다. “미안해하지 말아라. 나랑 약속해.”
삶의 전부라 여겼던 것들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저자는 노숙자들을 돌보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 후 요양보호사의 삶을 살게 된 저자가 전하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고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치매 노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저자. 그가 전하는 50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마음 깊이 되새겨보자.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고재욱 지음│박정은 그림│웅진지식하우스 펴냄│328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