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독서 생활] 정동윤 롤링다이스 대표 “전자책 구현 기술 충분... 종이책과 다름도 인정해야”
[슬기로운 독서 생활] 정동윤 롤링다이스 대표 “전자책 구현 기술 충분... 종이책과 다름도 인정해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2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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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까이하는 애서가(愛書家)는 타고나는 걸까요? 만들어지는 걸까요? 아마 어떤 계기를 통해 빠르게 혹은 서서히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애서가는 어떻게 책과 인연을 맺고, 관계를 쌓고, 우정을 맺어 왔는지. 그 긴 여정을 책을 쓰는 작가부터, 책을 짓는 출판편집자, 널리 알리는 북튜버, 최종 소비하는 독자까지, 여러 입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정동윤 롤링다이스 대표. [사진=안경선 PD]
정동윤 롤링다이스 대표.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전자책이 이 땅에 싹을 뿌린 건 대략 1980년대. 당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CD 형태로 출시되는 등 디지털 도서가 등장하면서 미약하게나마 전자책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만 휴대성이 제한돼 이동하며 이용하긴 힘들었는데, 90년대 들어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개인용 정보 단말기), PMP(portable media player/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등의 기기 이용이 늘면서 휴대 이용률이 다소 높아졌지만, 사실 당시 전자책은 엄밀히 말해 ‘책’이라기보단 ‘텍스트 파일’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뭉툭하게 튀어나온 PMP 버튼을 누를 때 나는 ‘딸깍’ 소리는 마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교감처럼 느껴지곤 했다.

이후 펼쳐진 2000년대. 한때 종이책의 별책 부록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전자책의 입지는 스마트폰과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등장으로 넓고 단단해졌다. 온라인 서점 매출 중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도 ‘괄목상대’(刮目相對)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전자책 전문 온라인 서점 ‘리디북스’(2009)와 전자책 월정액 플랫폼 ‘밀리의 서재’(2017)가 등장할 정도.

그만큼 전자책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자책 속 그림이 저절로 움직이기도 하고, 내용에 알맞은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전자책이 일상 깊숙이 뿌리내린 모습인데, 이런 전자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통되는지에 관해 전자책을 제작·유통하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정동윤 대표를 고양시에 자리한 롤링다이스 사무실에서 마주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롤링다이스 사무실 내부.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롤링다이스 사무실 내부. [사진=안경선 PD]

Q. 협동조합 ‘롤링다이스’ 소개를 부탁한다.

A. 본래 롤링다이스는 철학책을 함께 읽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독서 모임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가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삶과 일을 함께 나누자’란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 2012년 여덞명으로 출발했는데, 중간에 인원변동이 있었지만, 현재 다시 여덟명이 롤링다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조합은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는데, 난 그중에서 전자책 제작·유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 초기에는 겸업을 했던 거로 아는데, 전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전자책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2016년도에 자연스럽게 전업을 하게 됐다. 당시 조합원 대다수가 자기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취미로 활동하는 상황이었는데, 전자책 제작·유통 수요가 늘면서 전담할 인원이 필요했다. 2015년 말까지 ‘웅진씽크빅’ 출판사에서 전자책 담당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다른 조합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판 관련 경험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앞장 서게 됐다. 현재 조합원(원함이 있을 때만 자발적으로 참여) 외에 세명의 전담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Q. 과거에는 조합원들이 직접 (전자) 책을 쓰기도 했으나, 현재는 출판사 의뢰를 받아 전자책을 제작·유통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 그 변화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대부분 겸업이나 취미로 시작했고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지속해서 출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15년 출판사를 그만둘 당시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님께 전자책 제작·유통 대행을 의뢰받았는데, 그 후 소개도 받고 입소문도 나면서 출판사가 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제이펍’처럼 비교적 규모가 큰 출판사도 있지만, 대다수는 소규모 출판사다. ‘아무튼’ 시리즈로 유명한 ‘위고’ ‘코난’ ‘제철소’를 포함해 현재 50여개 출판사와 협력해, 한 달에 40~50권가량을 작업하고 있다.

Q. 출판사에서 마케터로서 전자책을 담당하긴 했지만, 제작은 처음이었을 텐데. 업무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A. 전자책을 제작하려면 HTML, CSS 같은 코딩 언어를 배워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독학으로 배웠다. 사실 그렇게 난이도 있는 내용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터득할 수 있다. 직원 대다수도 내가 직접 가르쳤는데, 대개 일주일 정도면 기본적인 기술은 다 익히고 한 달 정도면 실무 투입이 가능한 수준이 된다.

Q. 최근 전자책을 보다 보면 놀랄 때가 많다. 단순한 내용 전달을 넘어서, 모르는 단어 뜻을 바로 찾아볼 수도 있고, 그림이 움직이기도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전자책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A. 대부분 종이책이 먼저 제작되고 난 후에 종이책을 기준으로 전자책을 제작한다. 최종데이터(인디자인 파일과 PDF)를 받아, PDF를 보면서 인디자인 파일에서 HTML로 뽑아낸 다음 우리 쪽에서 만든 CSS로 맞춰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능한 종이책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다양한 크기의 화면에 적절하게 보여지는 데 더 신경 쓰는 편이다. 주석을 달아서 누르면 설명으로 넘어가는 등의 추가 설정도 하는데, 이건 회사(온라인 서점)마다 약간의 방식 차이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리디북스처럼 페이지 변경 없이 팝업창으로 띄우는 경우도 있다. 이후 유효성 검사 등 1차 검수를 하고 출판사에 추가 검수를 요청해 제작을 완료한다.

[사진=안경선 PD]

Q. 전자책이 구현할 수 있는 현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실제로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는지.

A. 전자책에 적용 가능한 기술은 다양하다. 여행 도서의 경우 지도를 누르면 네이버나 구글 지도와 연결되게 하거나, 특정 앱과 연결되게 할 수도 있다. 이메일을 누르면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창이 뜨게 한다거나 전화번호를 누르면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2.0 버전에 해당하는 이야기고 3.0은 좀 더 고차원이다. 도서 내에서 동영상을 본다든가, 문제를 푼다든가,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일반 앱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제작비가 2.0에 비해 수십 배 더 소요되고, 해당 도서를 서비스할 수 있는 서점도 많지 않다. 현재 교보,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 구글북스 등과 거래하고 있는데, 3.0을 지원하는 건 교보문고와 구글북스 정도다. 사실 여기도 완전한 수준은 아니다. 밀리의 서재의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은 음성에 따라 본문 내용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효과를 탑재했는데, 그 정도가 부분적으로 3.0 기술이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Q. 제작 소요 기간과 비용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A.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한권에 하루, 이틀 정도 걸리고, 비용은 권당 15~25만원 정도다. 종이책은 잉크 사용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1도(단색)와 4도(네 가지 색)의 가격 차가 크지만, 전자책은 흑백으로 하든, 컬러로 하든 제작 비용에는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출판사와 논의하면서 전자책에 어울리는 콘텐츠로 만들어 낸다.

Q. 전자책 업무를 담당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A. 최대한 종이책과 동일하게 제작하려 하지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 ‘다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 예를 들면 전자책에서는 글자 하나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서 100페이지(종이책 99페이지)로 끝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종이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전자책은 보는 화면 크기에 따라 달리 보일 수밖에 없는데 그걸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다.

Q.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초기 제작비만 들이면 반영구적 이용이 가능한 탓에 출판사 수요가 늘고 있다던데. 실제로 그러한지?

A. 종이책은 판매량이 미미한 경우 재판 찍는 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럴 때 전자책이 도움이 되긴 한다. 다만 꼭 그런 이유 때문이라기보다는 실제 전자책을 이용하는 독자가 점진적으로 늘어 전자책 수급에 대한 요청이 많이 늘어난 탓이 큰 것 같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몇 달 사이에 매출이 10~20%가 늘었다. 특히 밀리의 서재의 경우 (제작·유통·정산을 대행하는 50개 업체의) 정산율이 거의 50%가 늘어났다.

[사진=안경선 PD]

Q. 국내 대다수 전자책 플랫폼과 거래하고 있는데, 플랫폼별로 어떤 특색이 있는지.

A. 전자책 제작·유통사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단 앱으로 제일 좋은 건 리디북스다. 앱 안정성이 좋은 편이다. 교보문고는 일반 B2C 채널보다는 도서관 납품 등 B2B에서 강세를 보인다. 밀리의 서재의 경우 신생 업체이지만 정산율은 기존 대형 서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곧 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알라딘은 인문분야의 책이 잘 나가는 편이다.

Q. 최근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다고 보는지.

A. 개인적으로 결국 음악이나 영상처럼 도서도 월정액 시장으로 갈 거라고 본다. 단적인 예로 내 주변의 책을 전혀 보지 않던 친구들도 요즘 ‘밀리의 서재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 우리나라의 경우 종이책을 많이 보는 사람이 전자책도 많이 본다. 근데 월정액이 나오면서 전혀 책과 관련 없던 사람이 새롭게 유입되고 있다.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일반 서점의 경우 독자가 책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콘텐츠를 따로 만들지는 않는데. 밀리의 서재의 경우 연예인이나 작가, 성우를 활용해 ‘오디오북’(책 내용을 30분 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요약 소개), ‘챗북’(채팅형 독서 콘텐츠)으로 독서 허들을 많이 낮춰주는 것 같다.

Q. 전자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떤 특별한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인가?

A.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게 좋다. 과거 OO출판사 대표님이 “전자책을 해보니 품만 많이 들고 소득이 적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도움을 드렸더니 “본인이 했을 때보다 정산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깜짝 놀라시더라. 출판사 입장에선 전자책에 신경을 덜 쓰고도 매출이 많이 나왔으니 좋은 거잖나. 그런 과정에서 느낀 보람이 크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거래하는 출판사가 50여개로 늘었다.

Q. 작업했던 책 중 인상 깊었던 책을 추천한다면.

A. 롤링다이스가 초기에 기획했던 책 중에 『불량헬스』가 있다.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대부분의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이후에는 종이책으로도 출간됐다. 당시 작가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헬스트레이너를 하다가 상황이 어려워져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책이 잘 되면서 커리어를 굳히게 됐다. 그런 데서도 큰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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