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조환묵의 3분 지식]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0.05.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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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어느 날 굶주린 여우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포도밭에 몰래 들어갔다. 탐스럽게 잘 익은 포도송이가 높이 매달려 있었다. 여우는 몇 번이나 뛰어올랐지만 너무 높아서 따먹을 수 없었다. 마침내 여우는 지쳐서 포기하고 말았다. 여우는 돌아서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 포도는 아직 안 익었어. 분명히 시어서 먹을 수 없을 거야.”

이 이야기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신포도와 여우’의 줄거리다. 원래의 교훈은 쉽게 포기하거나 자신의 무능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여우의 성품을 아이들이 본받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의 세계에서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손에 넣지 못하는 물건이나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욕망에 대해서 깎아 내리거나 낮추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을 변명하거나 합리화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신포도 현상’이라고 한다. 

1950년대초 어느 날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지구종말론에 대한 신문기사를 우연히 봤다. 한 사이비 교주가 “조만간 대홍수가 일어나지만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비행접시로 구출된다”고 외쳤다. 운명의 날이 도래했으나 홍수는커녕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거짓이 탄로 났다면 당연히 교주는 달아나고 교회는 문을 닫아야 옳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광신도들은 “우리의 믿음 덕분에 세계가 구원받았다”는 교주의 말에 홀려 축제까지 벌였다. 그들의 믿음은 더 견고해졌다. 

레온 페스팅거는 사이비 교주와 광신도들의 행각에 큰 충격을 받고 수년간 연구한 끝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개념을 처음 주장했다. 인지부조화란 A라고 생각했는데 B라고 행동하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을 바꾸는 대신 생각을 바꿔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솝 우화의 신포도 현상이 대표 사례다. 

인지부조화에 의한 자기합리화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다. 어쩌다 실수를 저지르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을 하여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또 큰 맘 먹고 시작했던 일을 며칠 만에 포기하면 작심삼일의 핑계거리를 찾아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환경 보호를 외치면서 재활용품 수거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각과 상황이 서로 충돌하여 내적 갈등이 생겼을 때 인지부조화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꿔 자기합리화를 시도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생각에 맞는 정보나 근거만을 찾으려고 한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심리현상이다. 

확증편향은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수많은 정보들을 빨리 판단하고 처리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인지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신념에 맞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걸러냄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위험 요소를 차단하고자 하는 생존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지적 유능감이나 자존감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확증편향에 의한 성급한 결정과 단단한 선입견은 객관성이 부족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일으키게 된다.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총선을 두고 선거결과를 믿지 못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많고, 심지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비슷한 성향의 유권자들끼리 주로 소통하는 에코체임버 효과(Echo Chamber Effect)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일종의 확증편향이다.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의 부작용에서 벗어나려면 다양한 정보를 균형 있게 검토하고 해석해 합리적으로 선택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번에 코로나 19로 드러난 신천지 모습과 총선 결과가 새삼 심리학 용어들을 들춰보게 한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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