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무비(movie)‧필름(film)‧시네마(cinema)’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무비(movie)‧필름(film)‧시네마(cinema)’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3.01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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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학창 시절 자신에게 영화적으로 큰 영감을 줬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아래와 같은 헌사를 바쳤습니다.

“When I was young and studying cinema, there was saying that I carved deep into my heart which is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That quote wa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
(“내가 영화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봉 감독의 진심 어린 수상 소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영화인이 일어나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역사인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에 국내에선 스코세이지 감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는데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택시 드라이버>(1976)

스코세이지 감독은 <비열한 거리>(1973) <택시 드라이버>(1976) <성난 황소>(1980) 등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영화를 연출한 거장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이라는 칭호와 함께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안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뿜어내며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합니다.

최근 스코세이지 감독은 「죽어가는 영화제작 예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마블 영화는 영화라기보다는 테마파크에 가까워 보인다. 마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는 “내가 사랑과 경의를 가진 영화제작자들에게 영화는 미학과 감정,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마블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정말 영화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대중을 즐겁게 하는 오락이자 산업의 한 종류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리치오도 카누도의 말처럼 시공간을 융합한 예술의 한 장르인 걸까요? 우리는 여기서 영화를 지칭하는 용어인 무비(movie), 필름(film), 시네마(cinema)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세 용어의 차이를 명료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략적인 구분은 다음과 같은데, movie는 일반적으로 ‘상업 영화’를 지칭합니다. movie는 ‘움직이는 이미지’라는 뜻의 moving picture라는 단어와 궤를 같이하는데, 오락성이 짙은 상업 영화 전반을 통칭할 때 사용합니다.

반면에 film은 보통 ‘예술 영화’를 지칭할 때 사용합니다. film은 영화의 본질과도 맥이 닿아있는데, 과거에는 지금처럼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광학 재료인 필름을 이용하는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일부 영화인들은 필름이라는 물질 안에 인간의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어떤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필름 자체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죠.

영화를 이론적인 틀로 사고하는 학문인 ‘영화학’(Film Studies)과 유럽의 예술영화 역사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모두 영화를 지칭할 때 movie가 아닌 film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그 용어의 쓰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시네마 천국>(1988)

마지막으로 cinema는 원래 ‘영화관’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보통 미국에서는 무비 시어터(movie theater), 유럽에서는 시네마(cinema)라는 명칭을 씁니다. 또한 cinema는 movie와 film을 포괄하는,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를 가리키는 개념으로도 사용됩니다.

동시에 cinema는 film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미학적, 학문적으로 바라볼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영화를 명백하게 movie와 film, cinema로 구분하는 것은 상당히 애매한 작업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스코세이지 글의 원문을 살펴보면 ‘Marvel movies are not cinema’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코세이지에게 마블 영화는 그저 볼거리가 풍부한, 마치 테마파크와 같은 상업 영화(movie)이지 예술로서의 영화(cinema)는 아니었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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