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홍보 350만원”... ‘체인지그라운드’의 스팸 메일 논란
“신간 홍보 350만원”... ‘체인지그라운드’의 스팸 메일 논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12 09:4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인지그라운드의 신간 홍보 제안서. [사진=독자 제보]
체인지그라운드의 신간 홍보 제안서. [사진=독자 제보]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온갖 광고가 판치는 시대에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발송되는 ‘스팸 메일’은 대개 무가치하고,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수신인의 필요에 부합해야 비로소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한낱 ‘스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출판계에서 이 스팸 메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지난 7일경 도서 홍보/마케팅 업체인 ‘체인지그라운드’가 다수의 출판사에 스팸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100만원~350만원을 받고 출판사 신간을 홍보해준다는 내용이었는데, 문제로 지적된 건 개인 메일주소 수집 과정의 불법성 여부다.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수집됐다는 일부 수신자의 지적에 체인지그라운드 측은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이용했습니다”라고 해명했으나, 한 출판사 대표는 “우리 출판사는 출판인회의 DB를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거기 가입도 안 돼 있습니다. DB를 어떻게 알아낸 건지 궁금합니다”라고 체인지그라운드 SNS에 댓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사진=신박사TV]
[사진=신박사TV]

이에 대해 8일 신영준 체인지그라운드 의장은 이의를 제기하는 출판사 측의 댓글을 두 차례 삭제한 뒤 “(출판사 대표) ***씨 블로그를 보고 저희 직원 중 한명이 (블로그 URL 주소 뒷글자) atmar***가 출판사 이메일일 것으로 생각해서 이메일을 보낸 것뿐입니다. 추측까지는 좋았는데 출판사를 자세히 살펴봤으면 보낼 일이 없었는데 괜히 보내서 불필요한 일만 만들었습니다”라며 “메일 받은 당사자 입장에서 무시하거나 삭제하면 되는데 왜 굳이 페북에 언급했을까요.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유포하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는 것이죠”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글 말미에는 “(이의를 제기한 출판사) *** 대표님 메일은 리스트에서 삭제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듣기에 따라 광고 제안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오히려 그 행위가 범법(개인정보 불법수집)으로 오인받았다’고 읽혀 온라인상에서 적잖은 비난 여론을 낳았다.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원사 정보. [사진=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원사 정보. [사진=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

그렇다면 체인지그라운드의 영업방식에는 정말 문제가 없을까? 체인지그라운드 측 주장대로 한국출판인회의에 홈페이지에는 회원사의 전화번호와 메일 정보 등이 공개돼 있어 누구나 살펴볼 수 있다. 다만 홈페이지 안내에는 ‘회원 정보는 원칙적으로 제3기관 및 제3자에게 제공될 수 없으며, 회원 편의를 위해 특정 회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회원께 동의를 구하게 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주소 공개는 회원사의 편의 제공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정보 공개를 원치 않는 회원사에 한해서는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한다. 스팸 메일 등을 발송하라고 공개해 놓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모든 전자적 전송 매체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용자가 사전 수신 동의를 한 경우에만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또 제목 등에 ‘광고’라는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며, 수신을 거부할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다만 체인지그라운드의 스팸 메일에는 ‘광고’ 문구와 수신 거부 요청 항목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불법스팸신고를 받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영리 거래에 관한 내용은 반드시 수신 동의한 관계에서만 전달될 수 있다. 신고 접수 이후 조사관의 조사가 이뤄진 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인지그라운드가 발송하는 뉴스레터.
체인지그라운드가 발송하는 뉴스레터. [사진=독자 제공]

체인지그라운드는 지난해 6월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뉴스레터를 발송해 적잖은 항의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A씨는 “뉴스레터 발송을 신청한 적 없다. 체인지그라운드가 하는 독서 프로그램인 ‘빡독’ 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출했던 개인정보를 이용해 뉴스레터를 발송한 것 같다”며 “신청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뜬금없이 뉴스레터가 날라와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수신 거부 항목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마찬가지로 동의하지 않은 메일을 받은 B씨는 “항의해도 이렇다 할 답변이 없었다. 그냥 이후부터 뉴스레터가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빡독 행사는 ㈜대교(강영중 회장)가 주관하고 체인지그라운드가 주최한 행사로, 신청자의 개인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시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 상황인 것.

[사진=MBC]
[사진=MBC]

또 지난해 체인지그라운드의 신영준 의장과 고영성 작가의 저서가 짜깁기라는 의혹을 제기한 MBC 보도가 나왔을 당시에는 뉴스에 익명으로 출연해 부정적 의견을 전한 C씨(체인지그라운드 행사 참가자)에게 빡독 참가 시 제출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영준 의장이 직접 연락해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

정리해보면, 온라인상에 공개된 정보라고 해도 정보 관리 주체나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하며, 개인 메일을 무단 수집해서 광고성 메일을 발송하면 위법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11일 체인지그라운드 측은 “알려진 바와 달리 출판유통진흥원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직원을 통한 사실관계 파악이 최근에 완료됐으므로 기존 해명을 정정한다”며 “(뉴스레터 발송과 관련해서는) 빡독만 신청한 분들에게는 뉴스레터를 발송한 적이 없다. 뉴스레터 서비스 시행 초기에 다른 설문 등에서 구독자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뉴스레터 수신을 동의한 적이 없는데 뉴스레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고, 출판유통진흥원에 공개된 메일 역시 영리적 광고에 자의적으로 이용할 수 없기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신 의장은 출판사 대표의 개인 블로그 URL의 뒷글자가 이메일 주소일 것으로 추측하고 직원이 메일을 발송했다고 상세히 해명한 바 있어, 뒤늦은 추가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한 출판사 대표는 “불법스팸대응센터에 신고를 완료했다”며 “같은 메일을 받은 출판사 (관계자) 몇 분도 조만간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ㅈㅎ 2020-02-13 02:26:08
믿고 보는 기사네요~^^

하늘처럼 2020-02-12 14:21:36
역시 믿고 보는 서믿음 기자님의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