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어느 출판사 어느 작품이 인기?
세계문학전집, 어느 출판사 어느 작품이 인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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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때 인테리어 필수품으로 집 한구석 벽면을 가득 메웠던 세계문학전집(이하 전집). 시대가 변하면서 장식품으로서의 가치는 예전 같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시대 변화를 막론하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한다. 인간의 보편적 삶 속에 존재하는 딜레마를 들춰내며 존재론적 질문을 건네는 국내 유명 출판사들의 세계문학전집의 현황을 둘러본다.

먼저 국내에서 가장 처음 전집을 펴낸 출판사는 을유문화사다. 1945년 ‘을유년’에 창립돼 ‘을유’라는 이름을 지닌 해당 출판사는 1959년 국내 최초로 전집을 펼쳐냈다. 1975년 100권을 끝으로 출간을 종료했다가, 2008년 ‘전통 세계문학전집의 부활’이라는 편집 방침에 따라 새롭게 출간을 시작했고, 최근 『전쟁과 사랑』 세권을 100번째 작품으로 내놓았다. 새롭게 선보인 전집에는 간혹 기존 전집에 속한 작품도 포함됐는데, 그 경우 해당 작가나 작품을 전공한 교수나 연구원 등을 새롭게 역자로 선정해 번역했다.

을유문화사의 전집의 특징은 영미권 작품에 편중되지 않고, 아프리카와 아랍,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의 작품을 두루 다룬다는 점이다. W. 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알라 알 아스와니의 『야쿠비얀 빌딩』, 로베르토 볼라뇨의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현란한 세상』 등은 다른 출판사 전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루쉰 소설 33편을 엮은 『루쉰 소설 전집』,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순이다.

권수로 가장 많은 전집을 펴낸 출판사는 민음사다. 민음사 전집의 나이는 올해 21살로 애초 100권을 기획했으나, 분량을 늘려 이제는 1,000권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작품은 비평가, 번역가 등 외부와 편집부 내부 의견을 수렴해 “두고두고 오래 읽힐 작품”을 선정한다. 영미권 작품이 가장 많고, 다음은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일본 순이다. 민음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5위 『위대한 개츠비』 4위 『오만과 편견』 3위 『동물농장』 2위 『데미안』 1위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경우 책 표지 그림이 없는데, 이는 “책 표지에 아무것도 없으면 좋겠다”는 원작자 J.D. 샐린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민음사에 따르면 최근 많이 읽히는 책은 인간 사회의 위선과 그에 따른 파멸 과정을 그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다. 입문자에게 적합한 책으로는 남녀 간의 삼각관계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의외의 작품으로는 강도 높은 성적 묘사로 뭇 사람을 놀라게 하는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나온 민음사 전집은 총 360권으로 사과 상자 여덟 개 분량이다. 민음사 전집은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서적보다 폭이 좁고 길게 제작됐는데, 편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00년에는 출판사 열린책들이 전집 출간을 시작했다. 러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의 정체성을 지녔던 만큼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첫 작품으로 택했다. 또한 추리소설 『비숍 살인사건』이나 셜록 홈즈 시리즈 『바스커빌가의 개』 등 SF나 추리물 등의 장르 소설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책은 3위 『장미의 이름』, 2위 『죄와 벌』, 1위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사진=문학동네]

후발주자 중에 두각을 나타내는 출판사로는 문학동네가 있다. 올해 전집 발간 10주년을 맞은 문학동네는 출발이 늦었던 만큼 유효한 번역이 있다면 중복 출판하지 말자는 생각에 도서 수보다는 양질의 콘텐츠와 역자 발굴에 집중한다. 대가의 작품도 시간이 흘러 연구 결과가 누적되면서 위상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나귀 가죽』,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대표적 사례인데, 이들 작품은 문학동네에서 처음(국내 최초)으로 출간됐다. 문학동네는 특히 번역에 공을 들인다. 연구자 및 전문 역자 뿐 아니라 문학가들도 번역에 참여하는데, 소설가 김연수 작가의 『대성당』, 김영하 작가의 『위대한 개츠비』가 대표적 사례다. 다수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나 대표 작품은 때마다 리커버(표지 갈이)를 진행하는데, 현재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 등이 10주년 리커버 특별판으로 판매되고 있다. 문학동네 전집의 출간 수는 총 184종이다.

어느 출판사 편집자는 “읽지 않더라도 전집을 구매해 놓으면 자신의 독서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음식 취향도 먹어봐야 알 수 있듯이, 책은 눈앞에 차려 놓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취향에 맞는 작품을 낱개로 골라 읽으면서 점차 늘려나가는 것도 전집을 즐기는 재미”라고 말한다. 그 방법이 어떻든 올해는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 보편의 역사가 담긴 고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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