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좌충우돌 아줌마의 230㎞ 사하라 사막 정복기 『차라리 사막을 달리는 건 어때?』
[포토인북] 좌충우돌 아줌마의 230㎞ 사하라 사막 정복기 『차라리 사막을 달리는 건 어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15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힘들다는 죽음의 땅 '사하라 사막'. 고대 이집트에서는 추방자를 사하라로 내몰았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열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 "소심한 47세 아줌마"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6박 7일 동안 10㎏ 넘는 배낭을 메고, 230㎞를 달리는 강행군. 모든 사람이 "미쳤다"고 하는 그곳에서 가슴 뛰게 하는 그 '무엇'을 향해 달려나간 인생 어느 아줌마의 도전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꼭 사막이 아니어도 좋다.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한 자신만의 빅듄(모래 언덕)을 넘었으면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하라의 밤하늘. [사진=다할미디어]
사하라의 밤하늘. [사진=다할미디어]

우리 모두 밤하늘 속 별을 바라보며 '오 마이 갓' 탄성을 질렀다. '와! 세상에나!' 그 말 말고는 다른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그림 속에서나 봤던 별자리들이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중략)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했던가? 나는 지금 지구상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 영혼들을 대하고 있었다. 내 생애 최대의 격전지가 될 '나의 사하라'가 이토록 빛나고 있었다니. 순간 목이 메이면서 이곳까지 끌고 온 내 안의 모든 미움을 제대로 미워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0쪽> 

진흙으로 만든 요새 '카스바'. [사진=다할미디어]
진흙으로 만든 요새 '카스바'. [사진=다할미디어]

정오를 넘어서자 사하라의 기온은 50도 가까이 올라갔다. 감히 눈을 들어 태양을 마주볼 수 없는 뜨거움이었다. 그사이 나는 바짝 마른 와디(wadi, '건곡'이라고도 하는 사막의 지형으로,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돼 물이 흐르는 곳)를 지났고 작은 모래 언덕을 숱하게 지나왔다. 멀리서였지만 허물어진 카스바도 봤다. 카스바는 진흙으로 만든 요새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마을인가 싶기도 하고 집의 벽인가도 싶었지만, 벽보다는 높고 집의 형태라고 하기에는 길이가 길고 규모가 크며 한쪽으로 치우친 벽만 있어 집의 기능을 할 수 없어 보인다. <86쪽> 

'모래 언덕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에르그. [사진=다할미디어] 
'모래 언덕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에르그. [사진=다할미디어] 

"오 마이 갓! 지금 내가 어디에 와 있는 거야?" 나는 드디어 사하라의 한복판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것도 앞도 뒤도 옆도 다 빅듄인 '에르그' 한가운데로. '오 마이 갓! 나 돌아갈래'를 외쳐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일단 살고자 한다면 이곳부터 빠져나가야 한다. (중략) 나는 움직였다. 걷기 위해 한 발을 떼면 중심축이 되는 한발이 모래 속으로 쑥 들어간다. 다시 그 발을 빼내어 한 걸음 옮기면 이번엔 다른 발이 전보다 두 배는 깊게 모래 속으로 빠졌다. 움직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마치 개미귀신이 파놓은 개미지옥 안으로 온몸이 빨려 드는 기분이었다. 빅듄에서는 선수들 사이의 체력 차이가 확연히 나서 앞뒤의 선수들과 거리 차이가 제법 났다. <105~106쪽> 

[사진=다할미디어]
[사진=다할미디어]

누구에게나 각자 넘어야 할 자신만의 빅듄은 있는 법.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속도로 넘을까 하는 것은 각자의 판단이고 몫일 테지. 나는 지금 나만의 빅듄을 넘어왔다. 오르고기고 미끄러지고 밀리고를 반복하며 때로는 나를 이끌어준 손을 잡았고 또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으며 스틱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나를 걱정해주는 이들을 지나기도 했다. 더는 못하겠다 싶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 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때도 있었다. 또 예상치 못한 돌풍을 만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내딛는 순간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했을 뿐 지금 당장 저 빅듄을 넘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나온 곳을 돌아보니 그 자리에 거대한 빅듄이 있었을 뿐이다. <128쪽> 

『차라리 사막을 달리는 건 어때?』
임희선 지음 | 다할미디어 펴냄│260쪽│1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