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애완동물이 아닌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개념의 반려동물 호칭이 등장한지도 오래. 다만 아직도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충족에 동물을 이용했다가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유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게 버려진 동물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거나 시설 좋은 보호소에서 여생을 살 수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 많은 반려동물이 현실적인 이유로 살처분 되고 있다. 2008년 당시 1년간 발생한 유기동물 숫자는 7만7,877마리, 그 중 30.9%인 2만4,035마리가 안락사됐고, 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이 책은 20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만, 이제는 살처분 없는 보호소가 생겨났고, 살처분율도 90%나 줄어든 일본 사례에서 답을 찾아본다.
함께 온 세살짜리 아들이 사진을 보고 말하네요. "아빠, 이 멍멍이가 '외로워'라고 말하고 있어" - '동물에게 바치는 레퀴엠' 사진전 방명록에서 -
이런 사진, 차마 오래 보고 있을 수 없다. 죽을 듯이 슬픈 너의 검은 눈, 얼른 피해 버린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간절히 묻고 있는 너의 그 소리 없는 비명은 문지르고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너는 잘못한 것이 없음을 내가 아는데… - 양귀자 소설가 - <45쪽>
열 살이 넘은 포메라니안 늙은 개. 이 아이를 보호소에 데리고 온 사람은 값비싸 보이는 옷차림을 한 중년 여성이었다. "늙은 개 마지막 뒤치다꺼리 하기 싫어서요" 매달리는 듯한 이 아이의 눈동자를 뿌리치고 여자는 이 말을 남긴 채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48~49쪽>
인간인 게 미안하구나. 죄 없는 아이들아…! 나무도, 새도, 개미도, 개도, 고양이도… 그 어떠한 생명체라도… 그들 본연의 수명만큼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다가 갔으면 좋겠습니다. - 임순례 영화감독 -
사진을 보고 있으니 독일 나치 시대의 아우슈비츠가 생각납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죽어 간 유대인들과 동물들의 모습이 겹쳐지네요. - 모리오카시, H씨 - <62쪽>
"인간과 함께 살던 동물이다 보니 자기 운명이 앞으로 어찌될지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동물들은 대부분 살처분되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합니다. 입구 쪽에서부터 네 발로 필사적으로 버티지요.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알아야 해요. 대부분 보호소에서 주사를 놔서 편안하게 보내 준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개도, 고양이도 가스실 안에서 울부짖고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다가 죽어 가죠. 저도 이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정말로 괴롭습니다." 보호소 직원은 사람들이 유기동물 보호소의 참담한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72쪽>
이른 봄, 출산 시즌이 되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들이 많이 버려진다.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보호소로 데려온 주부에게 물었다. "이 아이들 어떻게 된 건가요?" "우리 집 고양이가 낳았는데 다 못 키우겠더라고요" "새로운 주인은 찾아보셨나요?" "찾아보긴 했는데 없더라고요" "이 아이들 여기에 두고 가면 가스실에서 죽습니다 괴로워하면서 죽어 갈 거예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깐요" "집에 있는 어미 고양이는 중성화를 시켜 주시면 어떨까요?" "네? 너무 가엽잖아요. 게다가 돈도 들고요. 전 좀 바빠서 이만…" <100쪽>
- 살처분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일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 보호소에 들어와 살처분되는 개 중 33퍼센트가 가아지고, 고양이 중 81퍼센트가 새끼 고양이다. 마치 죽기 위해 태어나는 듯한 불행한 생명을 줄이기 위해 중성화수술이 필요하다. 중성화수술을 하면 암컷은 자궁축농증이나 유선종양, 수컷은 고환종양이나 전립선비대 등의 병을 피할 수 있고, 발정에 따른 가출, 스트레스, 싸움, 교통사고 등도 예방할 수 있어 수명이 길어진다. <124쪽>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 |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펴냄│176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