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2’로 바라본 ‘스크린 독과점’ 문제
‘겨울왕국 2’로 바라본 ‘스크린 독과점’ 문제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2.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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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수입 및 배급을 맡은 <겨울왕국 2>가 한국 극장가를 그야말로 ‘점령’했다. 지난 3일 기준으로 <겨울왕국 2>의 누적관객수는 870만명을 넘어섰다. 영화가 개봉한지 불과 12일 만의 일이다. 이 같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관객의 열광적 지지로 인한 축복일까? 아니면 ‘스크린 독과점’으로부터 기인한 문제적 상황일까?

사실 스크린 독과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한국 영화산업의 오래된 병폐였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지난 2006년, 개봉 2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 흥행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정지영 감독은 <괴물>의 스크린 점유율에 관해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스크린 독과점은 할리우드 대작뿐만 아니라 소위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이점을 누린 한국영화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대기업 수직계열화란 대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및 판매하는 과정에서 관련성 있는 기업들로 계열사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산업에 국한해 말한다면, 대기업이 영화에 대한 투자와 제작, 배급과 상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통할하기 위해 여타 기업을 계열사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동일 계열사인 ‘CGV’와 ‘롯데시네마’의 스크린 점유율은 전체 영화 상영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정 기업의 배급 및 상영 독과점이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재 <겨울왕국 2>의 흥행과 맞물려 한국 영화산업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한 상식과 정의의 문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스크린 독과점 규제’에 관해서도 찬반이 팽팽하다. 관객의 거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뿐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산업의 위축을 막는다고 판단하는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과 배급사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한 시장경제 논리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스크린 독과점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상황이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할 때, 정당한 경제 행위라는 것이다.

반면에 스크린 독과점 규제가 흥행의 양극화를 막고,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를 보장해 영화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증진시킨다는 주장 역시 납득할만하다. 규제 도입은 소비자의 영화 관람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프랑스는 다양성 영화의 발전을 위해 ‘여덟 개 스크린 이상을 가진 극장에서는 영화 한 편이 극장 전체 일일 상영 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 단, 매년 두 편까지 예외를 허가한다’ ‘파리 극장들의 상영 계획에 미개봉 유럽영화나 거의 배급되지 않은 영화를 최소 100편 편성해야 한다’ 등 극장마다 ‘스크린 상한제’ 성격의 편성약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일부 기업이 영화의 제작과 배급, 상영까지 운영하는 수직계열화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특정 영화에 과도하게 스크린을 몰아주지는 않는다. 프랑스처럼 극장마다 스크린 상한제가 적용돼 있어 인기작일지라도 스크린 점유를 최대 25%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한 영화가 스크린을 30% 이상 점유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4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섯 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총 영화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종승 교수는 논문 「스크린 독과점 해소를 위한 법률적 토대와 해법연구」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양적인 발전과 문화 다양성을 통한 질적인 발전, 어떻게 보면 서로 배치돼 보일 수 있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기업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의 재편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은 감시하고 견제하되 한국 영화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참여자로서의 대기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보다 건설적인 한국 영화산업의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인 영화 상영관에 예술영화 전용관, 독립영화 전용관 등의 전용 상영관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다양성 영화 상영관 확대 정책은 한국 영화산업의 시장논리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대신 상업영화의 자율 경쟁 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한국영화 종(種) 다양성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다.

현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지난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 의해 이른바 ‘독점금지법’(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상태다. 그 어느 때보다 스크린 독과점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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