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티븐 킹, 고도에서 차별을 바라보다 『고도에서』
[리뷰] 스티븐 킹, 고도에서 차별을 바라보다 『고도에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2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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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저한테 작용하는 중력의 힘이 줄어든 게 확실해요. 누구든 그렇게 되면 활력이 넘칠 수밖에 없잖아요?” (중략) 아침에 스콧의 몸무게는 91킬로그램이 약간 넘게 나왔다. 거나한 저녁 식사 끝에 푸짐한 간식까지 먹은 지금, 스콧은 90.2킬로그램이 됐다. 진행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중략) 그는 81킬로가 됐고 여태껏 빠진 체중은 모두 15킬로그램이었다. 여전히 기분이 좋고, 최고이며, 심신이 건강하다. (중략) 다만 ‘행복’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스콧은 자신이 가진 체력의 극치를 경험했다. (『고도에서』 中)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이 지난해 핼러윈데이 전날인 10월 30일에 미국에서 출간한 중편소설이다. 스티븐 킹은 분명 공포 장르의 전문가이지만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전에 없던 상냥함이 느껴진다”는 <뉴욕타임스>의 평처럼 이 소설에서 무서운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공포스러운 장면 대신, 이 작품은 놀라운 신선함으로 독자의 심장을 뛰게 한다. 키가 190cm가 넘는 남자의 몸무게가 100kg대에서 0kg대로 줄어드는 초자연적 현상만이 그 놀라움의 대상은 아니다. “기이한 상황에 처한 어느 평범한 남자가 증오에 맞서 싸우고 재치와 존엄을 지키며 사는 법을 배워나간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평처럼 이 짧은 소설은 동성혼 부부와 장애인을 등장시키며 이들이 겪는 사람들의 공격적인 시선에 대해 말한다. 사회적 약자가 겪는 차별에 대해 말한다. 

그간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대부분 의미보다는 재미에 치중해왔지만, “믿어지지 않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장에서 볼 수 있듯 특별히 이 작품만큼은 재미보다는 의미를 중시했다는 점을 확고하게 드러낸다. 특히,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주인공이 명예롭고 평온하게 하늘로 떠올라 죽음을 맞이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 스콧 캐리가 ‘고도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에서는 가수 밥 말리의 곡 ‘One Love’가 흘러나오는 듯한 기분이다. 여담이지만, 스티븐 킹에게 첫 성공을 안겨준 작품의 주인공 이름도 캐리였는데, 작명에도 의도가 있을까. 

차별에 대해 다루지만 재치 있는 캐릭터와 스티븐 킹의 문장력, 좋은 번역 덕분에 작품의 분위기는 우울하지 않다. 초록색 커버를 벗기면 나오는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그려진 책의 표지처럼 이 작품은 독자에게 시종일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상쾌함을 선사한다. 공포 소설의 대가가 선물하는 신선한, 아니 선한 공기를 들이마셔 보자.        

『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진서희 옮김│황금가지 펴냄│204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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