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꽃이 피는 이유를 알았네
꽃이 지는 이유를 알았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는
꽃에도 눈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하늘 아래 둘뿐이었던
나, 그때
한 사람을 많이도 사랑하였네
뒤돌아서 가을 깊은 어느 날
바람결에 문득 고개 돌리면
머언 한르 끝 어디메 바닷가
옷깃 여미고 서성이는
얼굴이여,
- 한 사람을 사랑하고서 - <13쪽>
그때 떨어진 꽃망울
간절함이 덜해서였으랴
햇살도 더러는 넘치게 밝아 맘이 부시고
빗물도 때로는 목마름이 부르는 욕심으로 흘러
씨앗을 보듬던 순진한 기도 허탈한 구속이 되더니
기인 밤 홀로 지킨 야속한 꿈이었다고,
그때
햇살과 빗물인들
간절하지 않았으랴만
꽃은 지고
졌다고 간절하지 않아서였으랴
- 지는 꽃 - <25쪽>
그대 못 견디게 그리웁거든
그대가 남겨 준 그리움을 기억하세요
그대 못 견디게 아프거든
그대가 긁은 생채기를 떠올리세요
그대 못 견디게 힘이 들거든
그대가 안겼던 절망을 생각해 봐요
앞서고 뒤쫓는
그대가 굴려 온 어제를 뒤돌아봐요
오늘 내가 안은 이 모든 아픔
끝내는 나를 쫓는 내 어제의 흔적이노니
그대로 인해 눈물 흘리던
그의 이별을 생각하세요
- 그대 못 견디게 그립거든 - <48쪽>
만남이 우연이었겠어요
이별이라고 운명이었겠어요
그때 마주 설 수 있던 것처럼
이렇게 된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사랑했고
이별도 그래서 왔습니다.
- 이유 - <54쪽>
『검은 해』
성봉수 지음 | 책과나무 펴냄│180쪽│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