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이색 책축제 BEST 3… 돼지열병으로 좌절된 ‘파주북소리 축제’ 아쉽다면
전세계 이색 책축제 BEST 3… 돼지열병으로 좌절된 ‘파주북소리 축제’ 아쉽다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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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북소리 축제에서 독서하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비단 돼지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2일 개최됐어야 할 국내 최대 책축제 ‘파주북소리 축제’가 올해 돼지열병으로 열리지 못했다. 2011년부터 매해 독서 관련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던 축제라서 그런지 그 허전함이 크다.  

사람들은 점점 책을 읽지 않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축제는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번성하고 있다. 이상 파주북소리 축제 사무총장은 이달 출간된 책 『세계의 책축제』에서 “책축제가 서구 사회에서 붐을 일으키는 것은 이북이 증가하고 인터넷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된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독자들이 범람하는 인스턴트 정보에 식상해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토론하는 아날로그 모임에 대한 욕구는 강해진다. 저자와의 생생한 만남을 통해 지식사회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직접 느끼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책축제라고 하면 언뜻 도서전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책 판매와 저작권 비즈니스가 중심인 도서전과 책축제는 엄연히 그 맥락이 다르다. “책 읽는 사람, 책 쓰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이 함께하는 아시아의 지식 축제”라는 2011년 제1회 파주북소리 축제의 슬로건처럼 책축제는 근본적으로 ‘지식 축제’다. 책 판매는 부수적이고, 저자의 강연과 독자의 토론이 주가 되는 축제인 것이다. 

세계의 책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매년 10월쯤 영국 첼트넘에서 개최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축제 ‘첼트넘 문학축제’는 그 전통의 값을 하는 축제다. 스티븐 호킹, 도리스 레싱, 살만 루시디 등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찾았으며,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독자들이 방문한다. 유명 작가 강연을 듣고 작가와 함께 사진까지 찍을 수 있어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다. 18~19세기 대영제국 왕실과 귀족의 휴양지로 사용된 첼트넘이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건물로 둘러 쌓여있다는 점도 이 축제를 더욱 빛나게 한다.

특히,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첼트넘 문학축제’는 그 어떤 해보다 성황이었다. 외신에서는 “기록을 깬 해”라고 표현했다. 지난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개최된 이 행사에 14만 장이 넘는 티켓이 팔렸으며, 주중 평균 4,500명, 주말 평균 1만7,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900명이 넘는 작가와 셀럽들이 참여했으며, 강연과 시낭송회, 저자 인터뷰, 토론회, 글쓰기교실 등 500여건의 이벤트가 진행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중이 찾는 책축제는 인도 자이푸르에서 매년 1월 개최되는 ‘자이푸르 문학축제’다. 특히 2017년 개최된 축제에는 35만명 이상의 청중이 찾았다고 알려졌다. 2006년 첫해 청중이 백명에도 못 미쳤던 것을 생각하면, 이 축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 인도의 독서문화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올해 1월 초청된 300여명의 연사는 주로 인도의 작가와 셀럽들이었으며, 영국의 현대미술가 마크 퀸, 미국의 전기작가 존 리 앤더슨, 소설 『책도둑』을 쓴 오스트레일리아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커스 주삭 등도 참여했다. 분홍색 건물들이 많아 ‘핑크 시티’라고도 불리는 자이푸르는 축제장소로도 매력적이다.     

가장 많은 작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책축제는 프랑스 생루이에서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개최되는 ‘생루이 책축제’다. “딱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른 도서전에는 책만 진열돼 있는데 반해 생루이 도서전에는 책이 진열된 탁자 뒤에 그 책의 저자들이 앉아 있다는 것이다. 뭐랄까, 3백명이나 되는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쌓아놓고 앉아 있는 모습은 나에게 장관이라면 장관이었고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2013년 이 축제에 참여한 소설가 김언수는 이렇게 적었다. 3일 동안 열리는 축제의 전시장에는 3백여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직접 독자에게 설명하고, 독자의 질문에 답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앉아 있는 부스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이 외에도 할리우드 서부극 분위기가 나는 호주의 ‘클룬스 책축제’, 영국의 책마을 헤이온와이에서 시작돼 이제는 축제 노하우를 세계에 전수하는 ‘헤이 축제’ 등 독특한 책축제들이 많다. 올해 파주북소리 축제가 열리지 않아서인지 세계에서 개최된 책축제들이 더욱 빛나 보인다. 내년 책축제는 이러한 결핍에 부응하는 가치 있는 행사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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