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그림에서 삶과 인간을 보는 방법 『더 보고 싶은 그림』
[포토인북] 그림에서 삶과 인간을 보는 방법 『더 보고 싶은 그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09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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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저자는 그림을 예술을 인문서라고 말한다. 각양각색 그림 속 인물들의 삶과 일상, 당대의 정치와 사회 현실 그리고 문화와 사상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현재 우리들의 삶과 인생을 깊숙이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 저자는 '어떤 눈으로' 그림을 봐야 할지, 무엇을 볼지를 설명하며, '그림에서 삶과 인간을 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삶과 인생의 요소를 그림을 통해 짚어낸다. 

조지 칼렙 빙엄 '시골 선거일', 세인트루이스 아트 뮤지엄 소장. [사진=도서출판 시공아트]

조지 칼렙 빙엄의 '시골 선거일'에는 미국 시골의 투표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림 속의 왁지지껄한 분위기는 우리 정서에도 크게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불과 몇십 년 전 우리나라 시골 선거일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처럼 동양 정서에도 친숙한 그림인 '신골 선거일'을 그린 빙엄은 미국 초기의 화가다. 그가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인정받은 것은 정작 자신이 세상을 떠난 다음인 경제 대공황 이후다. 대공황으로 옛것에 향수를 느낀 미국인들이 과거를 되짚어 보면서 재조명된 화가다. (중략) 유권자들 무리에 여성은 거의 없다. 고작 두어명 정도다. 미국 개척 시대에는 아직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나라보다 민주주의가 발달했던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1920년이 되어서다. (중략) 이 같은 그림들을 통해 빙엄은 무질서의 시대일수록 풀뿌리 민주주의의 결재의 중요성을 사색하게 한다. 또한 참여를 권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31~37쪽>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함부르크 미술관. [사진=도서출판 시공아트] 

때로는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의 표정을 볼 때가 있다.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가 그렇다. 그의 그림들은 화면 가득한 희뿌연 안개,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자연, 그리고 우울하고 외로운 인물이 특징이다. 대부분이 인간이 위축돼 보인다. 그에 비하면 차가운 바위 위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응시하는 방랑자의 뒷모습은 광대한 자연과 비교해 왜소해 보이기는 해도 위축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안개 바다 속에 무겁게 가라앉은 바위산과 계곡을 바라보는 남자의 관념적인 모습은 무대 위에서 "고단한 내 삶의 여정은 언제쯤이나 끝날 것인가?"하며 격정의 대사를 쏟아 내는 배우처럼 극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67쪽>

귀스타브 카이보트, '창가에 있는 젊은 남자'. [사진=도서출판 시공아트] 

귀스타브 카이보트가 그린 '창가에 있는 젊은 남자'에도 남성의 뒷모습이 있다. 건물 안에서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깊이 찔러 넣은 채 다리를 벌리고 서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건장한 남성의 뒷모습이다. 뒷모습만으로도 세상에 대한 자신만만함이 읽힌다. 또 그가 입은 최고급 정장과 그가 머무는 실내 모습에서는 도회적 감수성이 풍긴다. 이 젊은 파리지앵은 다른 도시에도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동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자랑하는 유럽 최고의 도시였던 파리에 19세기 최신식 건축 공법으로 지은 이곳에 머무는 것을 특히 좋아했으리라. 당시 파리는 프랑스 상업과 금융의 경제적 수도이며 공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게다가 많은 대학과 박물관과 극장 등이 있는 프랑스 문화 예술의 상징이자 혁명의 도시였으니, 그야말로 젊은 시선과 감각에 최고의 주거 조건이다. <75쪽>  

신윤복, '계변가화', 간송 미술관. [사진=도서출판 시공아트] 

미술 작품 감상법에 대해 질문받는 일이 왕왕 있다. 먼저 작품 이름을 보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오로지 작품만 찬찬히 보시라고 권한다. 작품명에 담긴, 즉 작가가 유도하는 단서를 배제하고 감상자가 순수하게 느꼈으면 싶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감상의 매력 중 하나가 감상자의 자유 의지에 의한 참여다. 그다음으로 내용을 직설적 혹은 은유적으로 다고 있는 작품명을 보고 다시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시라고 권한다. 신통하게도 감상자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유추해 본 이야기와 작가의 의도가 유사할 때가 있다. 물론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옳고 그름의 방법적 접근이 아니며, 미술 작품 감상은 어떤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그림에 시선을 주고 마음을 주는 과정에 전율이 있기 때문이다. 


『더 보고 싶은 그림』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펴냄│33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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