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XX 사과해야...” 정치언어의 품격 상실한 국회 운영위
“그XX 사과해야...” 정치언어의 품격 상실한 국회 운영위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8.08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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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지난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자유한국당 의원들 간에 거친 설전이 오갔다. 청와대 참모진과 야당 국회의원들 간의 고성과 막말로 인해 운영위는 정회를 거듭하다 밤 11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갈등의 시발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모호한 말’ 때문이었다.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냐 아니냐”라고 묻자 정 장관이 이전 답변과는 달리 “그런 데에 대해선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된 것.

이에 다음날 6일 운영위에 출석한 정의용 실장에게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위 속기록을 보니까 (정 장관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얘기했다. 서로 말이 다른 것은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그 많은 미사일 실험에 대해서 위반이라고 말을 하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의 지적에 정 실장은 “정 장관이 발언한 내용은 최근 미사일 발사는 9·19 군사 분야 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그 취지에는 어긋난다고 얘기를 한 것”이라며 “국방위에서 정 장관의 전체 답변 취지로 보면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정 장관이) 정 실장 눈치를 보는지 아니면 대통령 눈치를 보는지 제대로 말을 못 하는 것 같다”고 재차 따지자 정 실장은 “의원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정 실장의 답변 태도에 김 의원은 “내가 초선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 상당히 불쾌하다”고 쏘아붙였고, 정 실장은 “나도 불쾌하다. 의원님이 오히려 저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설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화로 “그 XX(정 실장)가 사과하지 않으면 회의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정 의원은 “대단하다. 대단해. 청와대를 향한 여당 의원들의 눈물이 대단하다”라며 맞받아쳤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회의가 정회되자 위원장 자리로 걸어오는 정 실장을 향해 정 의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어디 손가락질하는 거야. 안보실장, 뭘 믿고 그러는 거냐”라고 반말로 꾸짖자 정 실장은 “말씀 조심해서 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운영위는 청와대를 상대로 최근 심각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어렵사리 합의해 열렸다. 하지만 회의는 청와대 참모들과 야당 의원들 사이에 영양가 없는 말들만 오가다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국방부 장관의 ‘모호한 말’이 갈등의 불씨를 지폈고,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 의원들 간의 ‘거친 말’은 회의를 파투내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핵실험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2017년 9월에 핵실험이 한번 있었다”며 노 실장의 말을 급하게 수정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질문자도, 답변자도 모두 ‘틀린 말’만 주고받은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자신의 말이 지나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실행하지 않는 말은 삼가고 말 이상으로 실천하도록 힘써야 한다”며 “한번 잘못한 실언(失言)은 사두마차(四頭馬車)로도 따라갈 수가 없다. 말을 할 때에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고, 말은 되도록 신중하게 하는 것이 군자의 자세임을 천명했던 공자의 오래된 가르침이다.

정치인의 언어는 국가의 품격을 대변한다. 정치언어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면 국가 역시 아비규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여야 의원들이 주고받은 말에서 ‘정치언어의 품격’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급한 외교·안보 현안은 뒷전에 둔 채 ‘빈말’과 ‘반말’로 점철된 국회 운영위의 모습에 국민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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