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무더위엔 공포가 특효… 명화 속 '무서운 그림' 
[포토인북] 무더위엔 공포가 특효… 명화 속 '무서운 그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2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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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의 『신 무서운 그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그림에는 작가의 감정이 담겨 보는 이로 하여금 특정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 느낌이 때로는 기쁨, 환희일수도, 때로는 우울과 절망일수도 있다. 희노애락이 모두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여러 감정 중에서도 '공포'를 주제로 한다. '무서움'을 테마로 명화 이면의 어두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명실상부 일본 최고 명화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저자는 그림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기존 감상법 대신 '무서움'에 초점을 맞춰 그림의 시대 배경과 감춰진 이야기를 풀어낸다.

후안 데 발데스 레알의 '세상 영광의 끝', 세비야 성 카리다드 시료원 소장. [사진=도서출판 세미콜론]
후안 데 발데스 레알의 '세상 영광의 끝', 세비야 성 카리다드 시료원 소장. [사진=도서출판 세미콜론]

30년 전쟁의 패배로 쇠퇴기를 맞은 1670년대 스페인 세비야의 성 카리다드 시료원(무상으로 빈민을 치료했던 일종의 자혜 병원) 부속 성당 정면 입구 벽에 바로크 화가 발데스 레알이 그린 이 그림이 걸렸다. 이 시료원은 신도회가 운영했는데, 빈민 구제, 행려사망자의 장례, 행려병자의 치료, 처형된 범죄자 매장 등의 일을 했다. (중략) 보다시피 이 그림은 당시 유행했던 바니타스 회화(인생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우의화)이다. 추상이나 암시가 아니라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현세의 영요영화(榮耀榮華)가 부정되고, 사후 영혼의 구제가 저울에 달린다. <40쪽>

후안 데 발데스 레알의 '찰나와도 같은 목숨', 세비야 성 카리다드 시료원 소장. [사진=세미콜론]
후안 데 발데스 레알의 '찰나와도 같은 목숨', 세비야 성 카리다드 시료원 소장. [사진=세미콜론]

큰 낫을 들고 관을 안은 해골이 지구의에 발을 얹고는 손으로 촐불을 끄고 있다. 그 촛불 위에는 라틴어로 "IN ICTU OCULI(순식간에)"라고 쓰여 있다. 죽음은 순식간에 온다는 뜻일 터이다. 그림을 주문했던 이는 기사 귀족이었던 미랴냐다. 그는 아내를 잃은 뒤 신도회에 가입, 대표자가 된 뒤 지지부진했던 성당의 장식 작업 완성에 진력했다. 다른 여성과 놀아나느라 가정을 살피지 않던 남자가 그랬다는 건 얼른 와 닿지 않는데 (아내의 죽음이) 어지간히 큰 충격이었나 보다. 가까운 지인의 시체가 썩어 가면서 송장벌레에 파 먹히는 모습을 보고 닥쳐올 자신의 죽음이 벼락처럼 떠올랐던 걸까? <42~45쪽>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사진=세미콜론]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사진=세미콜론]

이 그림을 보는 이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내게 된다. 세로 길이가 거의 3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캔버스 작품이기에 실물의 박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필치로 정확한 인체 골격, 창백한 피부, 맥박이 뛰는 혈관, 근육관 힘줄의 움직임이 극명하게 묘사돼 뼈가 부서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다. <66쪽>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어', 런던 테이트 국립 미술관 소장. [사진=세미콜론]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어', 런던 테이트 국립 미술관 소장. [사진=세미콜론]

부왕(父王)이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의 친동생과 재혼한 어머니를 둔 덴마크 왕자 햄릿. 어느 날 밤 나타난 아버지의 망령은 햄릿에게 "자신이 동생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한다. 의심과 복수심 가득해져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햄릿. 주위에서는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약혼자 오필리어는 그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햄릿에게 이별통보를 받게 된다. 아버지까지 살해당하는데, 범인은 다름아닌 햄릿이다. 결국 오필리어는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저자는 "주변의 작은 꽃이 어딘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만큼이나 오필리어의 자태 자체가 크고 화려한 꽃송이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신 무서운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 |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펴냄│21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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